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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제로금리에 "행복"…정작 시장엔 파월의 패 안먹혔다

중앙일보 2020.03.16 10:33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이 다시 한번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Fed는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불과 이틀 앞두고 15일 긴급회의를 열었다.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연방기금 금리를 연 1.0~1.25%에서 0.0~0.25%로 1%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그리고 7000억 달러(약 850조원) 규모의 자산 매입을 통해 양적 완화(시장에 달러를 푸는 일)를 시행키로 결정했다. 5년 만의 ‘제로(0) 금리’ 시대 복귀다.
 
미국 워싱턴 연방준비제도(Fed) 건물. 이날 Fed는 긴급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0.0~0.25%로 낮췄다. 제로금리 시대의 개막이다.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연방준비제도(Fed) 건물. 이날 Fed는 긴급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0.0~0.25%로 낮췄다. 제로금리 시대의 개막이다. 연합뉴스

파월 의장은 이날 성명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은 지역 공동체에 큰 피해를 줬고 미국을 포함한 수많은 국가의 경제 활동을 혼란에 빠지게 했다”며 “(Fed가 목표로 하는)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을 달성하고, 경제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했다는 확신이 생길 때까지 (현 금리 수준과 양적 완화 조치를) 유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이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정확히는 코로나19가 유발한 전 세계적 경제위기 가능성과의 싸움이다. 이날 회의에서 나온 조치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1%포인트 금리 인하, 양적 완화에 그치지 않았다.  
 
이날 Fed는 ▶일반은행을 대상으로 한 긴급 대출금리를 연 1.25%에서 0%로 1.25%포인트 전격 인하했고 ▶대출 기간도 90일로 늘렸으며 ▶수천개 은행에 대한 지급준비금 요구 비율을 0%로 낮췄고 ▶캐나다와 영국, 일본,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 스위스 등 통화스와프(달러와 해당국 통화 맞교환) 협정을 맺고 있는 5개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달러화 대출금리도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내 금융회사는 물론 캐나다, 영국, 일본, 유럽, 스위스 등 경제 동맹국과 함께 코로나발(發) 경제위기에 맞선 ‘공동 전선’ 구축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움직임은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8년 Fed가 썼던 조치를 연상시킨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기업 실적 급감에 대비해 은행이 좀 더 자금 공급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 연합뉴스

제롬 파월 Fed 의장. 연합뉴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Fed의 긴급회의 이후 열린 회견에서 “매우 행복하다(very happy)”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Fed 회의 전 파월 의장을 겨냥해 “해임 권한이 있다”며 금리 인하를 공개 압박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다. 
 
하지만 이런 트럼프와 파월의 ‘속전속결’은 시장에 잘 먹히지 않았다.
 
Fed가 단 2주 만에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1.5%포인트 인하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0.0~0.25%로 낮아졌다. 이제 한 번만 더 금리를 낮추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열린다. 돈을 예치하려면 오히려 보관료(이자)를 역으로 은행에 내야 한다. 극심한 저성장에 시달리던 일본과 유럽에서만 썼던 ‘극약 처방’이다.  
 
파월 의장은 성명을 통해 “가계와 기업의 자금 흐름을 뒷받침하고,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을 촉진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날 그는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negative policy rates)을 적절한 정책이라 보진 않는다”고 답했다.  
 
중앙은행이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정책이 금리 조정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더 쓸 금리 정책이 당장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 됐다. ‘너무 일찍 패를 다 쓴 것 아니냐’는 시장의 불안감은 오히려 커졌다. 이날 Fed 회의에서도 1%포인트 인하하는 방안에 위원 1명이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1%포인트는 과도하며 0.5%포인트 인하가 적절하다는 주장이었다. 
Fed의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 조치에도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사진은 지난 13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연합뉴스

Fed의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 조치에도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사진은 지난 13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연합뉴스

 
이날 Fed의 긴급 금리 인하 결정 이후에 열린 야간 선물시장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5% 넘게 하락했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 금리는 추락(국채 가치 상승)했고, 일본 엔화가치는 올랐다.
 
16일 열린 아시아 시장 반응도 다를 게 없었다. 이날 코스피는 1.92% 상승 출발했지만 이후 상승 폭이 줄었다. 오전 10시 1분 현재(한국시간) 전 거래일 대비 5.76포인트(0.33%) 오른 1777.20으로 거래 중이다. 일본 닛케이 225지수는 전 거래일과 견줘 56.76포인트(0.33%) 하락한 1만7374.29로 거래되고 있다. 상승과 하락을 거듭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장은 코로나19의 확산이 전 세계 경제 성장에 어떤 강도로, 어떤 깊이로 악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점에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Fed의 이런 판단이 매우 길고 심각한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신호로 일부 해석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오히려 키운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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