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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유기동물도…“입양 줄어 안락사 잇따를 위기”

중앙일보 2020.03.16 06:00
유기견 ‘토리’는 2017년 5월 14일 청와대에 ‘퍼스트 도그(대통령 가족과 함께 사는 반려견)’로 입양됐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 케어]

유기견 ‘토리’는 2017년 5월 14일 청와대에 ‘퍼스트 도그(대통령 가족과 함께 사는 반려견)’로 입양됐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 케어]

“점점 입양은 줄고 아이들(유기동물)은 계속 들어오는데…어떡하죠?”
 
경기 용인시 유기동물보호센터 관계자는 12일 중앙일보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보호소를 방문해 유기동물을 입양하려는 사람이 줄고 있다는 이야기다.
 
행여 입양하려는 사람이 나타나도 방역 문제 때문에 보호소가 출입이 까다로워져서 입양으로 이어지기 더욱 어려워졌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보호소의 유기동물 수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유기동물보호소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 이런 현상이 장기화하면 상당수 보호소는 동물들을 잇따라 안락사시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유기동물 느는데 입양은 줄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기동물 수(신고 기준)는 평소보다 늘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유실유기동물 공고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신종코로나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올라간 뒤 이달 12일까지 등록된 유기동물은 5810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5476마리)보다 6% 증가했다.
 
그러나 유기동물을 입양하려는 사람은 감소했다. 유기동물을 분양받기 위해서는 보호시설에 신청자가 직접 방문해야 하는데, 코로나 사태 탓에 외출을 꺼리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는 “평소 하루에 1~2명이 입양 문의를 했지만 최근에는 일주일에 1~2명만 찾고 있다”고 전했다. 협회에서 진행하던 동물복지 사업 또한 신종코로나 유행 이후 전면 중지한 상태다.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방문객을 막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보호소 방문자 중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 담당 직원도 격리될 수 있고, 이에 따라 동물들이 방치되기 때문이다.
 
시설이 폐쇄되면 동물들이 지낼 곳을 새로 찾아야 하는 것도 고충이다. 용인시 유기동물보호센터,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등이 ‘사회적 거리 두기’ 차원에서 입양 면담 절차를 중단했다.
 
위기 경보 심각 단계가 해지되기 전까지 이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동물보호단체 카라 역시 입양카페와 도서관 등 관련 시설을 일시 폐쇄했다.
2019년 7월 경기 화성시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의 유기견들. [뉴스1]

2019년 7월 경기 화성시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의 유기견들. [뉴스1]

 

“코로나에 안락사 늘 수도”

한정된 공간에 유기동물이 몰리는데 입양은 감소하니 안락사가 늘 수밖에 없다. 지자체 보호소 등은 보호 기간이 끝나면 한정된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안락사를 할 수 있다.
 
보호 기간은 보호시설마다 제각각이다. 동물자유연대는 지자체 시설의 유기동물 보호 기간이 2018년 기준 평균 34일이라고 밝혔다.
 
경북 구미시 유기동물보호센터 관계자는 “앞으로 케이지(우리)가 꽉 차면 안락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사태가 길어질수록 안락사는 증가할 전망”이라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4~2019년 8월까지 반려동물 41만5514마리가 버려졌다. 이 가운데 약 24%(10만3416마리)가 안락사 됐다.
 
안락사를 반대하기 위해 세워진 민간 보호소는 더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경북 성주군의 유기동물보호소 독케어는 평소 30~40마리의 유기동물을 보호했지만, 현재 90여 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유수정 독케어 밴드장은 “공간을 추가로 임차하며 (안락사를 최소화 하기 위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도움 없어 답답”

한쪽에선 “정부 정책이 코로나에 따른 인명 피해를 수습하는 데 집중되다 보니 유기동물 포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부산의 한 동물보호협회는 “당국에선 특별한 지침도, 도움을 주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홍범·김민중 기자 kim.hongbum@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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