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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제재·코로나19 펀치에…화웨이'타도 삼성' 물 건너 가나

중앙일보 2020.03.16 05:00

초라한 온라인 데뷔

화웨이는 웨이보로 P40 공개 행사를 온라인으로 대체한다고 알렸다.[화웨이 웨이보 캡처]

화웨이는 웨이보로 P40 공개 행사를 온라인으로 대체한다고 알렸다.[화웨이 웨이보 캡처]

26일 첫선을 보일 화웨이의 프리미엄 폰 ‘P40’가 맞이할 상황이다. 화웨이는 10일 웨이보를 통해 당초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예정돼 있던 P40 언팩 행사를 온라인 공개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유럽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짐에 따른 결정이었다.
 
화웨이는 이미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릴 예정이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0’이 취소되며 차세대 폴더블폰 메이트Xs를 온라인으로만 공개한 바 있다. 차세대 폴더블폰에 이어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까지 데뷔 무대가 축소된 셈이다.

 

사상 최초 마이너스 성장

이것도 화웨이에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10년 만의 일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일 중국 중화망 등은 화웨이가 올해 자사 스마트폰 출하량을 지난해보다 20% 줄 것으로 예측한다고 전했다. 미국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을 인용했다. 화웨이가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을 1억9000만 대에서 2억 대 수준으로 보고 이에 맞춰 생산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게 골자다. 지난해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4000만여대였다. 지난 1월 화웨이의 소비자비즈니스그룹 부문이 이같이 예측하고 사내에 공유했다고 한다.
 
보도가 맞는다면 최초다. 화웨이가 전년보다 스마트폰 출하량 목표치를 낮춰 잡는 것 말이다. 화웨이가 스마트폰을 출시한 이래 이뤄온 성장세가 올해 처음 꺾이게 된다.

 
화웨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변화. [화웨이]

화웨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변화. [화웨이]

 
지난 10년간 화웨이의 성장은 눈부셨다.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2010년 화웨이의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300만 대였다. 3년 만에 3000만 대를 넘기더니 2018년 2억 대를 돌파한다. 8년 만에 66배 성장이다. 삼성전자에 이은 스마트폰 출하량 세계 2위다.  
 
화웨이는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 1위 도전” 선언까지 했다. 아깝게 실패했다. 2019년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4000만여대(점유율 약 16%)다. 2억 9000만여 대인 삼성전자(점유율 약 21%)에 뒤졌다.
 
올해만큼은 1위 자리에 올라서겠다고 절치부심했던 화웨이였다. 지난달 폴더블폰과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무더기 출시를 예고하며 공세를 펼쳤다. 새 폴더블폰 ‘메이트Xs’와 신형 플래그십 스마트폰 P40도 각각 삼성전자의 갤럭시Z플립과 갤럭시S20의 대항마 성격을 갖고 있다.

 

지난 2월 18일 공개된 화웨이의 메이트Xs. [AFP=연합뉴스]

 
하지만 화웨이는 내부적으론 스마트폰 생산량을 줄이는 데 고심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크게 두 가지 원인이다. 미국 경제제재와 코로나19다. 미국의 개입으로 어려운 와중에 코로나19 강펀치가 결정타를 날렸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를 거래 금지 대상 기업에 포함했다. 미국 회사인 구글도 방침을 따라야 했다. 화웨이는 그동안 사용했던 안드로이드 기반의 구글모바일서비스(GMS)를 쓸 수 없게 됐다. 당장 이달 말 출시하는 P40부터는 자체 OS를 탑재한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을 쓸 수 없고 자체 앱 마켓을 탑재했다.
 
안드로이드에 익숙한 글로벌 스마트폰 이용자들을 상대해 온 화웨이로선 악재다. 당장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 예고된다. IT전문매체 나인투파이브구글은 “P40부터 구글 앱을 탑재할 수 없게 되면서 올해 화웨이의 상황이 더 어려워졌고 코로나19 바이러스 등 다른 요소들도 화웨이 판매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영국 런던의 한 거리에 진열된 화웨이의 P30 프로 스마트폰.[AFP=연합뉴스]

지난해 4월 영국 런던의 한 거리에 진열된 화웨이의 P30 프로 스마트폰.[AFP=연합뉴스]

이미 미국의 제재 영향은 지난해부터 발생한 듯 보인다. 미 IT 컨설팅 업체 IDC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3분기 재고 압박과 함께 4분기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재고 압박이 더해지면서 화웨이는 지난해 말 이미 전 공급망에 대한 주문을 전면적으로 삭감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화웨이의 지난 1월 스마트폰 출하량은 122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39%나 감소했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해도 14%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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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매체 신즈쉰에 따르면 화웨이는 협력사에 스마트폰 생산 주문량을 줄이고 있다. 올해 초 4G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한 차례 생산 주문량을 감축한 데 이어 5G 모델로 감축 대상이 확대됐다. 화웨이가 4000만~5000만 개 정도의 스마트폰 재고 정리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TSMC, 라간정밀 등 주요 부품 공급업체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화웨이는 TSMC에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생산량을 올해 1분기 10~15% 줄일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코로나19란 악재가 겹쳤다

 

지난달 21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에서 한 남성이 마스크를 쓴 채 화웨이 매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EPA=연합뉴스]

 
미국 제대로 힘든 와중에 코로나19가 화웨이 생산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였지만, 중국 내 공장이 언제 재가동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중국 스마트폰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도 침체할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스마트폰 생산의 55%를 중국(홍콩 포함)이 맡고 있다.  SA는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기존 예상보다 10%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1분기 예상 출하량 감소 폭은 연초 전망치 대비 26.6%에 달할 것으로 봤다.
13일 이탈리아 브레시아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마스크를 쓴 채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13일 이탈리아 브레시아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마스크를 쓴 채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코로나19에서 회복되더라도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일대에서 바이러스 확산세가 거세져 시장 자체가 침체된 것이 더 악재다.

 
이러한 침체한 소비 심리가 회복되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SA는 "2분기까지 코로나19 여파로 스마트폰 판매가 원활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도 삼성'을 외쳤던 화웨이 앞에 두 가지 큰 악재가 길을 가로막고 있다. 과연 화웨이는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까.
 
차이나랩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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