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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 매일 야근한다는데…라임 수사 정말 꼬였나

중앙일보 2020.03.16 05:00
 1조원대 규모의 투자 손실을 낸 라임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핵심 피의자인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잠적한 지 넉 달이 됐지만 아직 행방이 묘연하다. 청와대 행정관 개입설까지 나왔지만 ‘윗선’ 수사는커녕 피해자 조사도 아직 진행중이다. 라임 수사가 벌써 정체된 거라 봐야 할까. 검찰의 설명을 들어 봤다.
 

‘키맨(key man)’은 어디에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뉴시스]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뉴시스]

 
이종필 전 부사장은 라임 사태의 실체를 쥐고 있는 키 맨(key man)으로 지목됐다. 2016년 라임에 합류한 그는 환매가 중단된 사모펀드를 총괄 운용하면서 거의 모든 의사 결정을 주도했다고 한다. ‘라임운용을 5조원 대 규모로 키운 건 사실상 이종필이다’는 평가가 금융계에서 나올 정도였다. 그런 그가 모습을 감춘 건 지난해 11월 15일, 자신의 개인 비리와 관련해 법원의 구속영장 심사가 열리기 직전이었다.
 
당시 한 검찰 관계자는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했다. 이 전 부사장이 국내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출국금지 조치도 내려 잡히는 건 시간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4개월, 검찰은 아직 이 전 부사장의 정확한 소재도 모른다. 출입국기록상 외국을 나간 흔적이 없으니 여전히 국내에 있을 것이라 추정할 뿐이다.
 

'이종필 검거팀'도 꾸렸다

최근 피해자 측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가 “검찰이 지난해 10월 이 전 부사장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며 출국금지 해제 통지서를 페이스북에 공개하는 일도 있었다. 다만 이는 출국금지 기간 만료로 검찰이 재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오해로 드러났다.

검찰은 '특별검거팀'을 꾸려 이종필 전 부사장 등 핵심 인물들의 행방을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 가지 검색 결과와 드러난 객관적 자료로는 현재 이 전 부사장이 국내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 밀항도 있겠지만, 위험 부담이 매우 큰 만큼 섣불리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피해자 조사는 왜 이제

이 전 부사장 신병 확보가 막히면서 검찰 수사가 진도를 빼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남부지검 수사단은 최근 라임 피해자들에게 단체 문자메시지를 보내 투자 경위와 피해를 설명하는 진술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6개월 뒤에야 구체적인 피해 조사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왔다.

 
다만 검찰 측은 피해자 조사는 강제수사를 통해 먼저 핵심 증거를 확보한 뒤에 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부장급 검사는 “지난달 이미 라임자산운용 관련 증권사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증거물을 확보하고 이를 분석하는 작업에 착수했다”며 “밀행성이 중요한 압수수색을 먼저 진행하고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진술을 듣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검사 추가 파견 안 된다는 법무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현동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현동 기자

 이 와중에 법무부는 수사팀의 추가 인력 파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부지검은 최근 특수수사 경험이 있는 평검사 2명을 더 파견해달라고 대검찰청을 통해 법무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현 단계에서 인력을 더 내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 앞으로 수사 상황을 더 지켜본 뒤 파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얘기다.

 
현재 수사팀엔 검사 9명이 소속돼 있다. 검사 파견은 기간이 한달이 넘어갈 경우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한 검사는 “라임 사건 정도의 대규모 수사를 하는 경우 검사 파견 요청을 법무부가 거절한 전례가 드물다”고 주장했다. 이 검사는 “해당 검사가 소속된 청의 상황까지 고려해 파견이 가능한 검사들을 보내달라고 하는 것인데도 거절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라임 사건에 청와대 연루 정황이 나온 이후 법무부가 수사 확대를 꺼리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검사들 매일 야근…더 바빠질 것"

검찰 내부에선 수사가 멈춰 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한 검사는 “금융 사건에서 피의자가 잠적하는 건 종종 있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수사 전체가 막혀버리는 건 아니다"며 "당사자 진술만큼 투자 상품 설계 구조나 판매 과정 등을 면밀히 보는 것도 중요하다. 품이 많이 드는 수사”라고 말했다.

검찰은 각종 기관을 압수수색해 얻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증권사들이 부실 위험을 알고도 펀드를 팔았는지, 금융 당국의 감시 역할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살펴보고 있다. 최근 라임에 대한 금융당국 검사를 청와대 관계자가 막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도 확보했다.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라임 수사에 파견된 검사들은 요즘도 매일 자정 즈음까지 야근한다. 검찰이 4월 총선 이전까지는 최대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에 대해 공개수사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라임 수사에는 힘을 기울이고 있는 분위기라고 한다. 한 차장급 검사는 “총선 이후 주요 수사가 한꺼번에 굴러갈 수도 있다. 많이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사라ㆍ이후연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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