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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한·중·일의 코로나 삼국지, 대립 아닌 협력이 답이다

중앙일보 2020.03.16 00:23 종합 29면 지면보기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외교부 차관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외교부 차관

한·중·일 3국은 코로나19 확산의 전면에 있으나 대처에서 여러 문제점을 보였다. 먼저, 팬데믹은 경제·사회적 파장이 큰 인간 안보의 문제로 과학적으로 다뤄야 한다. 초기엔 억지 조치로서 방역 차단에 힘쓰되, 지역 감염이 시작되면 방어 조치로써 엄격한 환자 격리와 의료 인프라의 효율적 운영을 꾀해야 한다.
 

인적·물적으로 연결된 동북아 3국
팬데믹 대처 위해 경험 공유해야

그런데 3국 모두 국내 정치에 얽매여 초기 억지에 실패했다. 중국은 시진핑 체제 유지를 위한 정보 차단으로 우한에서 확산을 못 막았다. 일본은 7월 여름 올림픽 개최를 의식해 크루즈선 승객의 하선을 막고 중국 여행자 입국 제한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느슨한 검사 방식에 의존했다. 한국도 시진핑 방한의 조기 실현과 중국 배려 차원에서 초기 방역 차단을 하지 않았다. 한·일의 외교적 대처는 중국 여행자의 조기 차단으로 확산을 막은 대만·베트남·러시아·싱가포르와 뚜렷한 차이를 가져왔다. 외교보다 방역을 우선해야 했는데, 과학보다 정치가 상황을 주도한 때문이다.
 
둘째, 코로나19는 무증상 환자에 의한 전염이 가능해 초기 방역이 뚫리면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탈리아·이란·한국의 감염자 급증에서 보듯 환자가 19일에 10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대처에는 투명성과 기동성이 긴요한데, 초기 발생 사실을 감춰 엄중한 사태를 초래한 중국과, 올림픽 주최국 이미지 보호에 신경을 쓴 일본 모두 문제가 있다. 한국이 초기 방역에는 실패했지만, 빠른 대규모 검사로 투명하게 접근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셋째, 동북아 차원의 협력이 결여됐다. 동북아 3국은 인적·물적 네트워크로 상호 연결성이 높아 코로나19 진압에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중국은 초기에 한·일 양국에 상황을 빨리 알리고 효과적 확산 차단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어야 했다. 일본도 지난 5일 뒤늦은 입국 제한 조처를 하면서 중국과만 협의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 것은 협력적 접근에 반한다. 우리 정부도 130여 개국이 입국 제한·금지를 한 상황에서 일본에 대해서만 대응 조치를 한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일본 조치의 조기 해제를 요구하되, 동북아에서 방역·치료 정보 교환, 상호 물자 협력, 검사 조건부 입국 허가 등 코로나19의 조기 진압과 피해 완화를 위한 3국 협력의 강화를 주문함이 성숙한 외교 자세다.
 
글로벌 협력이 필요한 코로나19 대처에는 이미 경험을 축적한 3국의 지원이 중요하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유럽 내 아시아 인종 혐오를 막는 데도 효과가 있다. 세계적 규모의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세계 경제 비중이 큰 한·중·일의 역할이 중요하다. 앞으로 팬데믹 위험은 세계화·도시화로 더욱 높아져 동북아·지구적 차원의 대응 체제 구축이 절실하다. 코로나19 사태의 극복 경험을 살려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필자가 참여한 2005년 유엔 개혁 논의에서 국제사회는 의료 인프라가 강한 한국에 세계 보건 분야의 적극적 역할을 요청했다. ‘백신의 황제’로 불렸던 고 이종욱 WHO 전 사무총장이 ‘3by5’ 캠페인(2003년 30만명인 에이즈 치료 인구를 2005년까지 300만명으로 확대)으로 에이즈 환자에게 희망을 줬던 업적도 우리에겐 큰 자산이다. 한국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G20 회의를 유치하고 세계 경기 부양을 위한 국제 협조를 이끄는 데 기여했듯 코로나19 대처에서도 지역·세계적 대응을 이끌도록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정치와 국경을 모른다. 팬데믹 대응을 위한 지역·글로벌 협력체제 구축이 필수라는 점에서 역학·의료 인프라가 충실하고 다양한 이해그룹 간 가교가 될 수 있는 한국이 적극적 역할을 통해 외교 자산을 축적해야 한다.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외교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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