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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표현의 자유 내로남불

중앙일보 2020.03.16 00:17 종합 29면 지면보기
하현옥 복지행정팀장

하현옥 복지행정팀장

찰스 3세라. 뭔가 이상했다. 2017년 BBC에서 방영한 TV 드라마 ‘국왕 찰스 3세(King Charles III)’를 볼 때다. 드라마가 시작되고 곧 이유를 알게 됐다. 영국 역사에 찰스 3세는 ‘아직’ 없다. 권리청원을 통과시킨 의회를 해산하고 올리버 크롬웰이 이끄는 의회파와의 내전에서 패해 참수된 찰스 1세. 그의 아들로 왕위를 되찾고 크롬웰에 대한 부관참시 등 복수를 했던 찰스 2세뿐.
 
드라마 속 찰스 3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세상을 떠나고 왕이 된 찰스 왕세자다. 영국 의회가 안보 문제를 앞세워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법안을 처리하려고 하자 찰스 3세는 의회 해산을 선언한다. 왕과 의회가 대립각을 세우며 사태가 일촉즉발로 치닫자 윌리엄 왕자 부부가 중재에 나선다. 의회의 반발과 주변의 압박 속에 찰스 3세는 결국 윌리엄에게 양위를 결정한다.
 
드라마에는 영국 왕실의 실존 인물이 주요 배역으로 등장한다. 심지어 드라마 속 미들턴 왕자빈은 찰스 3세를 밀어내고 남편을 왕좌로 밀어 올리려는 야심을 감추지 않는다. 현존하는 여왕이 사망하고, 간신히 왕좌에 오른 찰스 왕세자가 아들·며느리에게 밀려 자리를 내주는 국가의 지존에 자못 불경스러운 이야기가 버젓이 전파를 탔다. 게다가 이 이야기는 2014년 4월 동명의 연극으로 무대에 올랐다.
 
의회민주주의의 발상지다운 표현의 자유 수준에 놀라웠지만 당시 한국도 못지않았다. ‘닭그네’란 현직 대통령 비하 표현과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대통령 누드 풍자화 ‘더러운 잠’을 둘러싼 논란과 비판에 당시 야당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앞세워 집중 엄호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 내로남불’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하나투어 대리점의 안내문 ‘문재앙 코로나로 인해 당분간 재택근무합니다’ 때문이다. 해당 여행사에 대한 불매운동과 대리점에 대한 계약해지, 경찰의 위법 여부 검토까지 사태는 일파만파다.
 
야당의 ‘벌거벗은 임금님’ 동영상과 임미리 교수의 ‘민주당만 빼고’ 논란 등 ‘표현의 자유 내로남불’은 진행형이다. “없는 곳에서는 나라님 욕도 한다”지만 대놓고 한 게 문제인건지. 표현의 자유,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고민하게 된다.
 
하현옥 복지행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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