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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개발 20억 달러 레이스, 한국 제넥신도 뛰어들었다

중앙일보 2020.03.16 00:06 종합 3면 지면보기
전 세계에 팬데믹을 일으키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맞설 백신은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백신은 비상시국에 절차를 간소화하더라도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용화까지는 수년의 긴 시간이 걸린다. 이미 긴급사용승인을 받고 생산·보급하고 있는 진단키트와는 또 다른 차원이다. 일반적인 경우 백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임상시험 마지막인 3상까지 최장 10년까지 걸리기도 한다.
 

상용화 수년 걸리는 백신 개발
GSK 등 세계 60곳 속도전 나서

FDA가 동물 독성시험 면제해줘
미국 이노비오는 내달 임상시험

제넥신도 6월 임상 시작이 목표
“이르면 연내 의료인력 우선 공급”

그럼에도 한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백신 개발’ 소식이 경쟁적으로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어떤 형태로든 백신 개발에 참여하겠다는 기업이 최근 60개까지 늘어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코로나바이러스와 백신 개발을 위한 20억 달러의 경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계 기업들의 백신 개발 노력을 전하기도 했다. 여기서 20억 달러(약 2조4000억원)는 기금 지원과 프로그램으로 세계 백신 개발을 이끌고 있는 국제단체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의 지원금 규모다. CEPI는 3년 전 출범한 단체로, 세계 주요 기업과 자선단체뿐 아니라 주요국 정부도 참여하고 있다. 리처드 해쳇 CEPI 대표는 FT 보도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는 향후 12~18개월간 20억 달러가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제넥신, UNDP 산하 연구소와 손잡아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전자현미경으로 스캔해 지난달 말 공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미지. 환자의 몸에서 추출한 바이러스 샘플을 실험실에서 배양했다. [EPA=연합뉴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전자현미경으로 스캔해 지난달 말 공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미지. 환자의 몸에서 추출한 바이러스 샘플을 실험실에서 배양했다. [EPA=연합뉴스]

한국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국제경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대표적 기업이 포항공대 생명공학과 교수를 지낸 성영철(64) 회장이 이끄는 코스닥 상장사 제넥신이다. 제넥신은 지난 13일 코로나19 DNA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유엔개발계획(UNDP) 산하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IVI)·대학 등과 함께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성해 발대식을 열었다고 15일 밝혔다. 컨소시엄은  KAIST·포스텍 등 국내 대표 이공계 대학과 바이넥스·제넨바이오와 같은 관련 기업으로 구성됐다. 개발할 백신의 이름도 ‘GX-19’로 지었다. 국내 기업이 구체적 일정을 가지고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컨소시엄은 신속히 협업을 진행해 DNA백신 GX-19를 제조하고 오는 6월에는 임상시험 수행을 위한 임상시험계획승인(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 이르면 6월 중 임상 1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식약처가 동물 독성시험을 면제해 줬을 때에만 가능하다. 정식 절차를 밟아 동물 독성시험을 하게 되면 약 6개월의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국제백신연구소는 민간기업이 보유하기 어려운 고위험성 바이러스 검사 장비인 BSL3를 제넥신에 제공하고, 향후 개발될 백신 항체가 제대로 효과를 내고 있는지를 실험쥐나 유인원 등 동물실험으로 알아보는 역할을 맡게 된다.
  
“검증된 국내 기술 독성시험 면제를”
 
백신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백신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차장은 지난달 2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선진국에선 안정성이 검증된 기술에 대해서는 임상시험 전에 하는 독성시험을 면제해 주고 있다”며 한국도 조건이 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윤정 제넥신 이사는 “현재와 같은 바이러스 팬데믹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지원은 한국이 백신 개발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임상 1상에서 안전성 및 예비효력이 확인되면 코로나19에 맞서고 있는 현장 의료인력 등 예방백신이 필요한 곳에서 우선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이사는 “1상이 완료된 뒤 정부가 필요하다고 인정한다면 연말까지 수십만 도즈(개)의 백신 대량생산과 공급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물론 현장 의료인력 등에 한정해서 하는 말이다.
 
제넥신이 백신 개발 일정에서 식약처의 독성시험 면제를 가정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난달 말 DNA백신 개발을 세계 최초로 선언한 미국 바이오기업 이노비오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노비오는 한국계 과학자 조셉 김(51) 박사가 세운 회사다. 미국 FDA는 과거 메르스 DNA백신 개발에 성공한 것을 바탕으로 이노비오의 코로나19 백신 동물 독성시험을 면제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조셉 킴 박사는 “다음달 미국에서 인간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며, 곧이어 중국과 한국에서도 유사한 시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노비오는 최근 코로나19 DNA백신 개발을 위해 CEPI로부터 900만 달러(약 108억원)의 지원을 받았다. 또 지난 12일에는 빌&멜린다게이츠재단도 이노비오에 500만 달러 후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노비오와 같은 조건이라면 제넥신 역시 한국 식약처에서 동물 독성시험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게 바이오업계의 관측이다. DNA백신은, 어떠한 신종 바이러스에도 신속하게 예방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 플랫폼이다. 따라서 제넥신이 이번에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할 경우 차후 다른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는 데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된다.
 
제넥신과 이노비오 외에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세계 기업이 적지 않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모데르나와 AIM 이뮤노테크, 비르 바이오테크놀로지, 질리어드 사이언스 등이 그 주요 기업들이다.
 
송만기 IVI 사무차장은 “언뜻 생각하면 결국은 지나가 버릴 바이러스인데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뒤늦게 백신 개발을 해서 무엇하냐고 비판할 수 있다”면서도 “에볼라 바이러스가 현재 이미 개발된 백신으로 잘 통제되고 있듯 CEPI와 같은 국제적인 노력이 이어질 경우 향후 같거나 비슷한 바이러스가 대유행할 때 인류는 지금보다는 훨씬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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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