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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2만 이탈리아 “80세 이상 진료 어렵다” 젊은 환자 우선론

중앙일보 2020.03.16 00:06 종합 6면 지면보기
파스타와 칸초네의 나라 이탈리아가 ‘제2의 우한(武漢)’으로 추락했다. ‘오 솔레미오’로 상징되는 지중해의 장수 국가 이탈리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퍼지면서 현재 전 국민 외출금지라는 ‘코로나 계엄령’ 상태다. 6000만 명의 국민에게 업무 및 건강상의 이유를 제외하곤 자택을 나서지 말라는 이동제한 명령이 내려졌다. 주유소, 약국, 식료품점 등을 제외하고는 모든 상점에 휴업령도 발동됐다.
 

사망 1400명 넘고 하루 3497명 확진
6000만 전 국민 대상 이동제한령
고령 인구 22%, 일본 다음 높아
의료자원 부족, 선별치료론 직면

14일 오후 6시 기준(현지시간)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 수는 2만1157명으로 전날 대비 3497명 늘었다. 12일부터 사흘간 발생한 확진자 숫자(8695명)가 한국의 지난 55일간 총 확진자 숫자(8162명)보다 많다. 사망자 역시 이탈리아에선 지난 10일부터는 하루 100명 이상씩 발생하고 있다. 누적 사망자가 1441명이다. 누적 확진자·사망자 수치는 전 세계에서 중국 다음이다. 이탈리아 상황과 관련, 국립대만대학(國立臺灣大學)의 쉬청즈(徐丞志) 화학분석과 조교수는 최소 5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최악의 경우엔 10만 명을 넘어서며 중국의 확진자를 추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코로나19’ 확진·사망자 수

유럽‘코로나19’ 확진·사망자 수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유럽의 선진국 이탈리아는 관광대국을 자랑했다. G7(주요 7개국) 회원국인 이탈리아는 2019년 명목금액 기준 국제통화기금(IMF) 추산치에 따르면 국내총생산 규모가 1조9886억 달러로 세계 8위다. 국민건강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인 기대여명은 82.7세로 유럽에서 스페인(83.0세) 다음가는 장수 국가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이탈리아의 일상을 무너뜨렸다. 온라인 매체 폴리티코는 환자 급증으로 이탈리아 의료진은 치료 대상을 선별해야 하는 윤리적 선택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확진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노인보다는 젊고 건강한 환자에게 치료를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80~95세 환자가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보일 경우 진료 기회를 얻기 어렵다”는 의료진 발언도 전했다.
 
이탈리아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이유를 놓곤 여러 분석이 나온다. 먼저 고령화다. 유럽연합(EU) 통계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1.7%다. EU 평균인 18.9%보다 높으며 회원국 중 최고다. 전 세계적으로 일본 바로 다음이다.
  
첫 확진자는 우한서 온 관광객 부부
 
이탈리아의 재정적자도 거론된다. 이탈리아의 총국가부채는 2018년 말 기준으로 GDP의 132.2%에 이른다. 이런 이탈리아를 상대로 EU는 재정적자를 줄이라고 압박해 왔고, 이탈리아 정부도 재정적자 폭을 EU 기준(GDP의 60%)에 맞추기 위해 예산을 감축해 왔는데 이는 공공 의료기관 예산 감축으로 이어졌고, 이번 의료자원 부족 사태의 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중국과의 연관설도 계속된다. 이탈리아는 G7 회원국 중 유일하게 2019년 3월 23일 중국과 일대일로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나라이자 중국인의 인기 관광지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600만 명이 이탈리아를 찾았다. 2018년과 비교하면 100만 명, 약 20% 늘어난 숫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첫 코로나19 확진자도 우한에서 온 중국인 부부 관광객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들의 확진이 확인되자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이탈리아와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을 중단시켰다. 하지만 확산은 계속됐다. 이탈리아에는 합법·비합법 거주자를 포함해 40만 명(추산)이 넘는 중국인과 중국계 주민이 거주한다. 요미우리신문은 이 중 70%가 중국에서 확진자가 대거 나왔던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요미우리는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도 감염 확대의 배경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는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을 강타하고 있다. 스페인의 누적 확진자 수는 5753명으로 급증했고, 누적 사망자 수도 136명으로 늘었다. 스페인 정부는 15일부터 국가 비상사태에 돌입해 전국에 외출 금지령을 내렸다. 이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의 부인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총리와 함께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유럽 전체 총 확진자 4만 명 넘어서
 
프랑스는 15일 전염병 경보 수위를 3단계 최고 수위로 높였다. 이날부터 모든 레스토랑과 카페, 극장 및 필수품을 팔지 않는 상점은 문을 닫는다. 관광 명소인 에펠탑, 루브르박물관도 무기한 폐쇄 조치에 들어갔다. 14일 기준 프랑스의 누적 확진자 수는 4499명, 사망자 수는 91명이다. 영국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단계를 1단계 ‘억제’에서 2단계 ‘지연’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코로나19를 빈틈없이 봉쇄하는 전략은 불가능하니 이 바이러스가 최대치로 확산하는 시점을 뒤로 늦춰 대처할 시간을 벌겠다는 의미다.
 
이날로 유럽 전역의 총확진자 숫자는 4만 명을 넘어선 상태다. 이 수치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유럽 26개국은 솅겐협정을 통해 무비자로 국경을 오갈 수 있다. ‘하나의 유럽’이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에는 국경을 뚫는 고속도로가 되는 셈이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김다영 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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