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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가비상사태 선포하자 싹쓸이 쇼핑 광풍 불었다

중앙일보 2020.03.16 00:06 종합 8면 지면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미국인들이 사재기 광풍에 휩싸였다.
 

마트 앞 긴 줄, 차량 수㎞ 이어져
겨우 입장해도 매대 곳곳 텅 비어

진단키트 개발에 6주, 확산 깜깜이
트럼프 “파월 해임권” 금리인하 압박

기자가 13일(현지시간) 밤 장 보러 간 워싱턴 시내 한 대형마트는 싹쓸이 쇼핑으로 판매대 곳곳이 텅 비어 있었다. 화장지와 손 세정제, 항균 물티슈, 생수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채소·과일·육류·계란 등 신선식품 판매대도, 장기간 보관하기 좋은 냉동식품 판매대도 휑했다. 참치 캔과 깡통 수프, 파스타 판매대에서 한두 개 남은 상품을 겨우 발견해 바구니에 담으니 불안감이 엄습했다. 만약 자가격리나 재택근무를 할 상황이 생기면 오래 버티기 어려운 분량이었다.
 
주말인 14일 ‘패닉 쇼핑’은 전국에서 목격됐다. 이날 뉴욕 대형마트 코스트코는 입장을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고, 차량 행렬이 수 ㎞ 이어졌지만 오랜 시간 기다려 들어간 매장 안 선반은 비어 있었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대중의 공포심이 사재기로 이어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비판 여론은 커지고 있다. “미국은 괜찮다”고 수주간 강변하다 국가비상사태 선포로 봉쇄 실패를 자인했기 때문이다.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14일 미국 확진자는 하루 새 700명 이상 증가한 2951명, 사망자는 10명 늘어난 59명이다. 웨스트버지니아주를 제외한 49개 주에서 확진자가 나오며 2만 명 이상의 감염자가 나온 이탈리아를 추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에이미 액턴 오하이오주 보건국장은 “최소한으로 잡아 오하이오 인구(1170만 명)의 1%가 현재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것으로 본다”면서 “10만 명 이상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와 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이 1월 31일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라는 선제조치를 했음에도 방역에 실패한 원인으로 한 달 이상 진단 도구(test kit)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다는 점을 꼽았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당초 “2월 5일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주·지방 공공보건연구소에 운송을 시작했다”고 발표했지만 부정확한 결과가 나오면서 전량 폐기됐다. 이후 새로운 CDC 진단키트 7만5000개가 50개 주에 도착한 건 지난 9일 이후였다. 그 직전까지 미 전역 검사 건수는 5861건으로, 한국의 3.7%에 불과했다.
 
그 6주간 미국 사회는 코로나19 확산에 무지한 ‘깜깜이’였다. 당연히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지역사회 격리와 방역작업을 통해 확산을 완화할 시간도 잃어버리게 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감염자 숫자를 낮추는 데만 골몰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도 CDC가 검사 확대에 소극적이게 만드는 데 한몫했다. 그는 미국인 승객 2500여 명이 탑승한 그랜드 프린세스호의 캘리포니아 입항을 원치 않았다. “그들을 내리게 하면 감염자가 훨씬 늘 것”이라면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에 대해 “나에게는 파월을 해임할 권한이 있다”며 “잘못된 결정을 수없이 해 온 그를 다른 자리에 보내고, 다른 사람을 책임자로 임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Fed가 오는 17~18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낮춰 ‘제로(0)금리’ 시대로 복귀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워싱턴=정효식·박현영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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