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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 “민주당 공수처 위해 선거법 활용…군소정당도 국민도 속았다”

중앙일보 2020.03.16 00:06 종합 12면 지면보기
강원택

강원택

“애초부터 공수처에만 목을 맸던 민주당에 책임을 돌리고 싶다.”
 

비례정당 출현은 전혀 생각 못해
다당제로 가는 연동형 취지 훼손

강원택(사진)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연동형 비례대표의 옹호자 중 한 명이었다. 2018년 바른미래당 당 대표 출마를 준비 중인 손학규 전 대표에게 연동형 비례제를 권했다고 한다. 그해 7월 손 전 대표의 싱크탱크에서 연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기도 했다. 손 전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요구하며 9일간 단식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래한국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까지 생겨나는 상황에 대해 “기득권 정당 간 거래와 다툼으로 변질했다. 군소정당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개탄했다.
 
연동형 비례제를 주장했던 이유는
“지역주의에 의존한 폐쇄적 양당 구조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적대적 양당 구조 때문에 계층 간 문제, 지역 불균형 등 주요한 사회적 갈등이 해결될 수 있는 실마리를 잡지 못했다.”
 
양당 구도를 깰 수 있다고 본 건가.
“영남과 호남에서 경쟁 없는 선거가 지속하다 보니 정당은 오만해질 수밖에 없다. 비례대표 수를 대폭 늘리고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면 자연히 다당제가 되면서 각 정당은 유권자의 의사를 더 존중할 수밖에 없다. 개헌으로 권력구조를 개편해도 선거제가 현행대로면 의미는 반감된다. 반대로 선거제가 바뀌면 개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커진다.”
 
연동형 비례제지만 의원 수는 늘지 않고 ‘연동률 캡’이 도입됐다.
“책임은 민주당에 돌리고 싶다. 민주당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하고 싶었을 뿐 선거제 개혁에 관심이 없었던 거다. 공수처 도입에 다른 정당을 끌어들이기 위한 도구로 선거제를 활용했던 거로 보인다.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지 못하면, 의원 정수를 늘려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으려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기괴한 선거제(준연동형 비례제)를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비례성 강화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차원에 의미를 두려고 했는데 결국 이렇게(비례위성정당 대결) 됐다.”
 
강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의 지역주의 타파 의지와 비교하며 “지금 민주당은 최소한의 명분조차 버리고 기득권 쟁탈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례정당 출현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생각을 못 했다. 지난해 가을쯤 정준표 영남대 교수가 정당학회에서 가능성을 제기했을 때만 해도 ‘엄청난 상상력이다’ 정도로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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