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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골프숍] 이병철 회장이 즐겨 썼던 명품 클럽, 케네스 스미스

중앙일보 2020.03.16 00:05 경제 7면 지면보기
케네스 스미스의 1, 2번 우드. 헤드 재질은 나무지만 커버는 요즘 제품과 흡사하다. [중앙포토]

케네스 스미스의 1, 2번 우드. 헤드 재질은 나무지만 커버는 요즘 제품과 흡사하다. [중앙포토]

소문난 골프광이었던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은 골프용품에 대한 관심도 각별했던 모양이다. 특히 그는 미국의 케네스 스미스(Kenneth Smith)란 브랜드의 수제 클럽을 애용했다. 한국 선수 중 처음으로 마스터스에 출전했던 한장상(79) 전 KPGA 회장이 중앙일보에 연재한 남기고 싶은 이야기 ‘군자리에서 오거스타까지’에 나오는 내용이다.
 

1940~70년대 유행했던 명품 클럽
아이젠하워, 존슨, 닉슨 등 대통령
밥 호프, 크로스비 등 명사들 사용

케네스 스미스는 창업자 이름이다. 1901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태어나 어릴 때 골프장 캐디를 했다. 물건 고치기를 좋아해 망가진 클럽을 집으로 가져와 아버지와 함께 수리했다고 한다. 스미스는 미시간 대학 졸업 후 28년 고향에 돌아와 골프 클럽 공방을 냈다. 석유회사 사장을 고객으로 두게 되면서 초창기부터 번창했다.

 
34년 열린 초대 마스터스의 우승자는 호튼 스미스였다. 36년에도 우승했다. 호튼 스미스는 케네스 스미스처럼 미주리 주 출신이다. 호튼 스미스는 케네스 스미스에게 유명해진 자신의 브랜드로 클럽을 팔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케네스 스미스는 거부했다.  
호튼 스미스(왼쪽)와 진 사라센. 스미스는 케네스 스미스 클럽으로 1934년 초대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중앙포토]

호튼 스미스(왼쪽)와 진 사라센. 스미스는 케네스 스미스 클럽으로 1934년 초대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중앙포토]

 
클럽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대량 구매 제안도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이 또한 거절했다. 스미스는 “똑같은 사람이 없듯 똑같은 스윙도 없다”면서 “클럽이 사람을 스윙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클럽을 스윙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경처럼 클럽도 맞춰서 써야 한다”고 했다.  
 
클럽을 맞추기 위한 피팅 차트는 측정 단위가 32분의 1인치로 정교했다. 키와 몸무게, 섰을 때 손가락 끝에서 바닥까지 길이 뿐 만 아니라 스윙 패턴 등 기술적인 부분도 기입해야 했다.  
이를 토대로 공방에서는 헤드 무게를 비롯해, 샤프트 유연성, 샤프트 길이, 스윙 밸런스, 총 무게, 클럽 페이스 로프트, 우드의 샤프트를 끼운 채 잰 페이스 각도, 진짜 라이, 그립 사이즈 등 많은 것을 체크했다.  
측정도구 발명도 많았다. 우드의 헤드커버, 작은 구멍이 촘촘히 뚫려 안정적인 그립을 케네스 스미스가 발명했다.  
 
케네스 스미스는 수제 명품으로 통했다. 린든 존슨, 리처드 닉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등 대통령들이 이 클럽을 썼다. 코미디언 밥 호프, 가수 빙 크로스비, 야구 선수 미키 맨틀 등도 케네스 스미스 팬이었다. 물론 이병철 전 삼성 회장 등 재계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71년 스미스는 열렬한 고객인 모로코 킹 하산 왕의 초청으로 생일 파티에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파티장에 쿠데타 군인들이 습격해 30명을 죽였다. 스미스는 바지에 총구멍이 났고 사막으로 끌려갔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알고 보니 실패한 쿠데타를 주도한 메드보도 역시 케네스 스미스의 클라이언트였다고 한다.  
 
이 공방에서 일한 B.J. 클레인은 켄자스시티 지역 신문에 “제작 전표에는 유명한 사람 이름이 엄청 많았다. 클럽 피팅을 위해 기다리는 의자에 유명한 사람들은 거의 다 앉았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러나 클럽 가격이 아주 비싸지는 않았다. 
 
평범한 사람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이 있어 대량생산 제품 보다 약간 비싼 정도였다. 스미스는 “우리  클럽을 사면 조금만 고치면 평생 쓸 수 있어 오히려 더 싼 것”이라고 했다. 스미스는 직원들을 가족처럼 아꼈다고 한다.  
케네스 스미스 우드. [중앙포토]

케네스 스미스 우드. [중앙포토]

 
스미스는 77년 세상을 떠났고, 96년 클럽제작자 협회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회사는 2003년까지 운영됐다. 나무로 된 퍼시먼 케네스 스미스 클럽이 아직도 미국 골동품 시장에 간간히 나온다. 그가 만든 헤드커버는 요즘 제품 비슷한데 오히려 세련된 듯하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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