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말 바루기] ‘눈곱’과 ‘배꼽’의 사연

중앙일보 2020.03.16 00:04 경제 4면 지면보기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데 현대인의 눈은 쉴 틈이 없다. 이상이 생기면 눈에서 나오는 액이 달라진다.
 
“노란 눈꼽이 끼었어요” “눈꼽이 많아졌어요”와 같은 증상을 호소한다. 배꼽 때문일까? ‘눈꼽’으로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바른 표기법은 ‘눈곱’이다.
 
발음은 [눈꼽]이지만 ‘눈곱’으로 써야 한다. ‘배꼽’은 [배꼽]으로 읽고 소리대로 적는다. 둘 다 뒷말이 [꼽]으로 소리 나는데 왜 표기법은 다른 걸까?
 
된소리 규정을 이해하면 된다. 맞춤법은 ‘(한 형태소로 이뤄진) 한 단어 안에서 뚜렷한 까닭 없이 나는 된소리는 소리대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탯줄이 떨어지면서 배의 한가운데 생긴 자리를 뜻하는 ‘배꼽’은 둘로 쪼갤 수 없는 한 단어다. ‘배+곱’으로 볼 근거가 없다. ‘곱’은 진득진득한 액이나 그것이 말라붙은 물질을 가리킨다. 배에 낀 곱이 아니란 얘기다. [배꼽]으로 발음하고 소리대로 표기하는 이유다.
 
‘눈곱’은 다르다. 눈에 낀 곱을 말한다. ‘눈+곱’으로 이뤄진 합성어다. 합성어란 둘 이상의 단어가 결합해 만들어진 말이므로 그 원형을 살려 적어야 한다. 뒷말이 된소리로 나더라도 된소리로 표기하지 않는다. [눈꼽]으로 발음돼도 ‘눈곱’으로 써야 하는 이유다.
 
‘등살’과 ‘등쌀’도 마찬가지다. 등에 있는 근육을 이를 때는 [등쌀]로 소리 나더라도 원형을 밝혀 ‘등살(등+살)’로 적는다. 몹시 귀찮게 구는 짓인 ‘등쌀’은 ‘등+살’로 볼 근거가 없는 말이다. 발음되는 대로 [등쌀]로 읽고 적으면 된다. “눈살을 찌푸리다”의 ‘눈살’도 ‘눈’과 ‘살’이 결합한 합성어다. [눈쌀]로 소리 나더라도 ‘눈살’로 표기한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