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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look] 한국 증시는 억울하다, 미룬 소비 되살아날 때가 변곡점

중앙일보 2020.03.16 00:04 경제 3면 지면보기
하루 전날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던 뉴욕 증시가 13일(현지시간) 9.36% 급등하며 마감했다.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주식 중개인이 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루 전날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던 뉴욕 증시가 13일(현지시간) 9.36% 급등하며 마감했다.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주식 중개인이 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처음 나타났을 때만 해도 질병은 시장의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사스·메르스 등 앞서 발생했던 세 번의 감염병 국면에서 주가가 조금 떨어졌다 금세 회복하는 걸 봤기 때문이다. 이런 판단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다.  
 

이종우가 본 한·미 금융시장
미국 동력 불분명한데 11년간 상승
코로나에 언젠가 꺼질 거품 꺼진 것

나스닥 3.5배 뛸 때 코스피 제자리
한국 기업들 이익·주가 괴리 커져
심리 진정땐 시장 붙잡는 역할할 것

월스트리트에서는 주가가 20% 하락하면 상승 추세가 끝난 거로 간주한다. 이 기준대로라면 미국 시장은 이제 11년이 상승을 끝내고 약세장에 들어선 게 된다. 정말 미국 시장의 상승이 끝난 걸까? 세 가지 사실을 점검해 보면 그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선 높은 주가에 대한 부담이다. 코로나19 발생 전에도 미국 증시가 11년간의 최장기 상승을 이어갈 정도로 좋은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다. 1990년대 미국 증시가 10년간 호황을 누릴 때는 미국이 세계 정보기술(IT)을 선도했던 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가 상승 동력이 뭔지 분명하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을 푼 게 힘이 된 게 아닌가 막연히 짐작만 할 뿐이다. 이처럼 동력이 약하다 보니 주가와 경제 사이에 틈이 생겼고 유동성이 이 부분을 메워왔다. 전형적인 버블의 형태다. 버블은 예상치 못한 일로 터진다. 2000년 IT버블 때는 타임워너의 아메리칸온라인(AOL) 인수로 촉발된 닷컴 기업 과대평가 논란이 계기가 됐는데, 이번에는 코로나19가 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10년새 미국 다우지수 2.2배로 뛰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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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질병이 시작된 이후 여러 예측 기관이 경제 전망 조정치를 낮췄고 그에 맞춰 주가 조정이 이루어졌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이 시작된 만큼 당분간 경기 둔화가 주가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이 믿던 신드롬이 사라진 점도 감안해야 한다. 올 초만 해도 세계 금융시장은 두 개의 슈퍼맨을 믿고 있었다. 하나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다. 지난 11년 동안 주가가 내려갈 때마다 금리를 내려 이를 막아왔다. 두 번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올해 대통령 선거가 있는 만큼 경제와 주식시장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할 거라 믿었다.
 
그러나 Fed에 대한 믿음은 지난 3일 금리를 전격적으로 0.5%포인트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떨어지면서 약해졌다. 금리 인하 정책의 약발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 확연해진 것이다. 지난주 중반의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주가를 오히려 하락하게 만들었다. 보유세 인하와 한 달간 유럽 여행 금지조치가 실효성 논란을 불러일으켜 미국 행정부의 문제 해결 능력에 의문을 갖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100년간 미국 시장은 대세 상승이 꺾일 경우 고점에서 평균 40% 하락했다. 대세 하락이 시작됐다면 이번에도 그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 지금 미국 시장은 언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억울한 건 한국 시장이다. 2010년 1682.77로 시작했던 코스피는 지난 13일 1771.44로 마감했다. 5.92%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존스는 2.2배가 됐고 나스닥은 3.5배로 뛰었다. 한국 증시만 제자리걸음을 하다시피 한 셈이다.
 
한국 주가는 그간 오르지 못했는데, 미국 시장이 떨어진다고 같이 내려가야 하냐는 불만이 나올 만하다. 이는 심리적 쇼크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 등 주요국이 크게 하락하면서 합리적 판단보다 감정적인 대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심리적 쇼크가 진정되면 숫자를 가지고 주가의 적정성을 따지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예컨대 지난 10년간 포스코 주가 최고치는 62만5000원, LG전자는 12만6000원이었다. 지금은 각각 17만1000원, 5만2500원에 머물고 있다. 한국 대표 제조기업의 주가가 최고치에서 50~70% 떨어진 것이다. 반면 영업이익은 포스코와 LG전자가 5조5000억원, 3조원으로 주가가 최고치를 찍을 때와 비슷하다. 기업이 손에 쥐는 이익과 주가 사이에 괴리가 커졌다는 얘기다. 앞으로는 이 부분이 선진국 주가가 떨어져도 우리 시장을 붙잡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정책이 주가하락 못 막아도 반등엔 중요
 
질병은 심리적 영향을 줄 뿐 판을 결정하지는 못한다. 앞으로 증시는 경제지표에 의해 결정된다. 코로나19로 줄어든 소비는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다. 질병이 진정되면 미뤄둔 소비가 ‘이연 수요’로 다시 나타난다. 이 수요가 어느 시점에 얼마나 크게 나타나느냐에 의해 앞으로 경제가 결정된다. 곧 코로나19가 반영된 경제지표가 나올 텐데, 이를 근거로 앞으로의 기업실적 전망이 조정될 것이다.
 
주요국의 경기 대책 내용도 중요하다. 정책이 주가 하락을 막을 수는 없어도 주가가 내려간 후 반등을 만드는 역할은 한다. 지난 14일 미 행정부의  적극 대응 움직임에 미국 증시가 급반등한 것이 예다. 익숙한 금융완화정책보다 새로운 방안이 나오면 효과가 더 커진다. 각국 정부가 얼마나 뛰어난 정책 상상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주식시장의 움직임도 달라질 것이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금융투자업계의 대표적인 1세대 애널리스트다.  IBK·교보·한화증권 등 5곳의 증권사에서 16년 동안 리서치센터장을 지냈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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