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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사'들도 두렵다…76.1% "감염 가능성 걱정"

중앙일보 2020.03.15 19:47
명지병원 음압 격리병상에서 의료진이 확진환자 포터블 X-Ray를 촬영하고 있다. [사진 명지병원]

명지병원 음압 격리병상에서 의료진이 확진환자 포터블 X-Ray를 촬영하고 있다. [사진 명지병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 치료와 의심환자 선별에 직·간접으로 관여하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 등 병원 직원들이 스트레스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직원 4명 중 3명꼴로 자신의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염려하거나 감염 시 입게 될 심각한 피해를 염려하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명지병원이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과 함께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명지병원 의사, 간호사, 보건직, 행정직 등 병원 직원 1300여명을 대상(응답률 40.5%)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다.
 
이 조사는 코로나19 국가지정 음압 격리병상과 국민안심병원을 운영하는 병원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에 확진자가 28명일 때 실시한 1차 설문조사(2월 6~12일)에 이어 이뤄졌다. 국내 확진자가 4000명을 넘어선 시점에 두 번째 조사했다.  
 명지병원 음압 격리병상에서 의료진이 활동하는 모습. [사진 명지병원]

명지병원 음압 격리병상에서 의료진이 활동하는 모습. [사진 명지병원]

 
조사 결과 본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3.4%가 보통, 22.7%는 높다고 응답해 전체의 76.1%가 감염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었다. 특히 간호직의 감염 가능성에 대한 위험 인식은 79.6%로 가장 높았다. 이 같은 결과는 1차 조사결과(35.5%)보다 무려 40.6% 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지역감염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병원 내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자신이 감염될 경우 건강영향이나 각종 피해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절반에 가까운 46.6%가 심각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일 감당할 수 있게 하는 동기…직업의식, 안전한 근무환경, 가족    

이와 함께 감염병 유행의 상황에서 본인이 이 일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중요한 동기 한 가지에 대해서는 직업의식, 안전한 근무환경, 가족, 월급, 생계유지 등을 들었다. 코로나19가 가져다준 일상의 변화 정도(0점 안전한 정지, 100점 전과 그대로)에 대해서는 69.7%가 ‘상당한 변화’(0~40점)라고 답했다. 이는 1차 조사 때 45%보다 24.7% 포인트 증가했다. 감염 확산에 따른 업무량 증가와 업무재배치 등의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명지병원 안심외래진료센터. [사진 명지병원]

명지병원 안심외래진료센터. [사진 명지병원]

 
명지병원 직원들은 자신의 일터인 병원에 대한 높은 우려도 드러냈다. 병원 내 감염확산에 대해서는 78%, 업무 증가는 76%, 병원의 사후책임은 68%가 각각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환자 치료 결과에 대한 우려는 46% 수준으로 낮았다. 특히 확진 환자 입원 치료로 인한 환자감소에 따른 병원 경영 악화에 대해서는 73%가 우려를 표했지만, 외부 시선과 병원의 평판에 대해서는 60%가 우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 치료에 앞장서는 병원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느낀 결과로 평가됐다.
 

국가지정 음압 격리병동 유지에는 87.3% 찬성  

그러나 감염병 위기상황이 초래한 조직과 업무 관련 스트레스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명지병원이 국가지정 음압 격리병동을 유지하고 감염병 유행 시 확진 환자를 받는 것에 대한 생각’에 대해서는 직원 87.3%가 찬성의견을 보였다. 찬성 이유로는 ‘병원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가 가장 많았다. 이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므로 우리 병원이 해야 한다 ▶이미 운영하고 있으므로 유지한다 ▶명지병원의 경험과 기술로 잘 치료할 수 있다 ▶자부심, 대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다 등이었다. 국가지정 격리병상 운영의 반대 이유로는 ▶불안감이 커진다 ▶직원 업무가 가중되는 반면 돌아오는 보상이 없다 ▶직원 감염의 위험성이 높다 ▶민간의료기관으로서 꼭 해야 하는 일인지 의문이다 등이었다.
명지병원 직원들이 병원을 찾은 사람들을 상대로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 명지병원]

명지병원 직원들이 병원을 찾은 사람들을 상대로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 명지병원]

 
이런 결과에 대해 유명순 교수는 “코로나19 같은 공중보건 위기상황이 종료되면 위기 당시의 대응 보상 및 책무성에 관련된 이슈들이 발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보건당국과 의료계 간 신뢰구축 노력은 재출현할 수 있는 감염병 대응의 협력 거버넌스를 촉진하는 중요한 자본이 된다"고 말했다. 또 "이런 점에서, 병원이란 조직의 구성원들이 위기대응 당시에 어떤 점을 우려하는지를 알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동료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힘내세요’  

한편, ‘코로나19 환자치료 등 일선에서 뛰고 있는 동료들에 대해 한마디’를 요청하는 질문에는 ‘힘내세요’ ‘화이팅’ ‘우리’ ‘모두’ ‘믿습니다’ ‘존경스럽습니다’ 등이 가장 많이 등장했다. 유명순 교수는 “의료인과 기관의 헌신에 응원을 보내는 것은 사회적 연대감을 높인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그러나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 치료와 안전을 담당하는 의료 인력과 기관의 추가 노동과 노력을 ‘전사’나 ‘천사’의 이미지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두 차례의 설문조사 결과, 직원들의 안전을 최우선 하는 전략이 결국 조직만족도(직장만족도)를 높인다는 것에 더욱 유념해서 감염병 유행 시기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이 태도를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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