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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는? 뒷감당은?…말만 무성, 책임은 안지는 재난 기본소득

중앙일보 2020.03.15 17:31
8일 브리핑하는 김경수 지사. [사진 경남도]

8일 브리핑하는 김경수 지사. [사진 경남도]

[뉴스분석]재난 기본소득이 정책이 되려면 

재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경제 재난'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전 국민에게 직접 돈을 쥐여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지난달 29일 첫 제안을 한 뒤 김경수·이재명·박원순 등 정치인·지방자치단체장이 한 마디씩 보탰다. 청와대·기획재정부는 선을 그었지만, 여당 내 도입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미 선별적이나마 도입한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전주시는 중위소득 80% 이하 취약계층 5만명에게 1인당 52만7000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구체적인 효과와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논의는 뚜렷하지 않다. 
 

기본소득 100만원 지급 근거는? 

기본소득은 남녀노소 연령에 상관없이 모든 시민에게 주기적으로 일정 금액의 생활비를 지급해 안정적 생활을 보장하자는 정책이다. 현재 논의되는 재난 기본소득은 일시적인 ‘구호’적 성격에 가깝다. 각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요구를 반영할 경우 25조~51조원의 나랏돈(재정)이 필요한 대규모 사업이다. 이재웅 대표는 1인당 50만원을 거론했지만,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를 100만원으로 올렸다. 그래서 여당을 중심으로 기존 '코로나 추경' 규모를 크게 늘리거나, 2차 추경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런데 도입 주장자 중에 왜 이 정도를 지급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이유를 댄 경우는 없다. 취약계층이 월세를 내고 마스크·생필품 등을 구하려면 그 정도 돈이 들 것이란 어림짐작으로 정해진 숫자다. 갑작스레 언급된 제도이다 보니 적정한 지급 규모에서부터 정책 효과, 재원 마련 방안 등 정책화할 수 있는 근거는 부족한 상태다. 
재난기본소득도입논의어떻게진행됐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재난기본소득도입논의어떻게진행됐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기본소득 경제 효과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재난 기본소득이 정치권 구호에서 정책이 되려면 크게 세 가지 의문점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이 제도를 도입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증명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등은 재난 기본소득 등 일시적 정부 이전지출의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재정승수(GDP 증가분/정부 지출 증가분)를 0.16 정도로 추산한다. 나랏돈 1조원을 국민 손에 쥐여주면 1600억원 정도의 GDP 증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미다. 이 효과는 같은 돈을 정부가 직접 소비하거나(정부소비) 기업에 줬을 때(기업이전)보다도 낮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017년 말 지출 분야별로 재정을 1조원 썼을 때 GDP 증가 효과를 추산한 결과 지출 첫해 정부 소비는 9288억원, 기업 이전은 2213억원이었던 반면 기본소득 등 가계 이전은 2152억원에 그쳤다. 조세연은 보고서에서 "정부 소비는 곧바로 GDP 증가로 이어지지만, (가계·기업) 이전지출은 소비·투자로 연결돼야 GDP에 반영된다"며 "기업 이전도 (미래의) 생산을 위한 자본 축적 효과가 있어 가계로 이전하는 것보다 경제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대출 갚을 돈 수억 원인데 왠 100만원? 

재난 기본소득이 취약계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기본소득 찬성론자들은 추경안에 담긴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지원안을 놓고 "빚으로 허덕이는 사람에게 더 큰 빚 부담을 지우는 정책"이라 비판한다. 수천만~수억원대 대출 만기를 걱정하는 사업자에게는 100만원의 기본소득보다 저금리 대출 지원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있다.
 

고소득층 증세? 100만원 주고 17배 걷어야 

기본소득 재원 마련 등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부족하다. 현재 정부가 계획한 11조7000억원 규모 추경을 위해 나랏빚을 내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1.2% 수준으로 오른다. 여기에 51조원 규모 나랏빚을 더하면 이 비율은 45%를 훌쩍 넘어선다.
 
김경수 지사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고소득층, 30대 대기업 사내유보금에서 이를 마련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 한 해 소득이 1억원이 넘는 고소득 가구는 14.8%(약 300만 가구)에 불과하다. 51조원의 재원을 마련하려면 이들 가구에서 1700만원씩 더 걷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고소득층에도 똑같이 100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받은 돈의 17배에 달하는 돈을 걷을 경우, 거센 조세 저항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기업 사내유보금에서 충당하자는 의견도 기업의 공장·설비 등 자본금을 투자한 자산 일부를 팔아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재원 마련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 특히 코로나19 발 세계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국면에서 법인세·소득세 인상은 더 큰 경기 위축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 대비 면세 비율이 높은 근로소득세 등의 면세 비율을 낮추는 것이 '정답'에 가깝지만, 총선을 앞두고 근로자 표심을 의식하는 정치권에선 이 같은 대안은 내놓지 않는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특정 계층에게만 세금을 걷기 보다는 면세 비중이 높은 쪽을 증세한 뒤 세입 범위 안에서 재난 수당 등을 지급해야 하다"고 강조했다.
 

신속한 지원은 장점이라는데  

이 정책의 장점도 있다. 취약계층에게 신속한 지원이 가능하다. 지원 대상자 선별 작업 없이 모든 국민에게 보조금을 일괄 지급하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반영한 정책이 취약계층에게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기본소득 주장에 힘을 실었다. 가령 자동차 소비를 늘리기 위한 차량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은 차를 살 사람에게만 혜택을 준다. '착한 임대인 제도' 역시 임대료를 깎아주는 건물주를 만나지 못한 자영업자나 저소득 월세 생활자 등에게는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다. 재래시장 등에서 쓸 수 있는 소비 쿠폰은 다중이 모이는 곳에 나가서 써야 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홍콩·대만·호주 등에서도 다양한 현금 지급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이 지난 10일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19 특별요구안 발표 및 대정부 교섭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30대 재벌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을 활용한 재난 기본소득 지급 방안을 제안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이 지난 10일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19 특별요구안 발표 및 대정부 교섭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30대 재벌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을 활용한 재난 기본소득 지급 방안을 제안했다. 연합뉴스.

"취약층 선별한 '재난 수당' 정도가 적당" 

전문가들도 재난 상황에선 현금 지원 정책이 감세나 쿠폰 지급 방식보다 효과적이라고 본다. 다만 모두에게 돈을 뿌리는 '기본소득'보다 취약계층을 선별해 지급하는 '재난 수당' 정도 형태가 유리하다는 의견이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쿠폰보다는 현금 지급이 경제 주체들의 선택권을 늘릴 수 있어 효과적"이라며 "다만 기본소득 지급은 학계 연구가 워낙 부족해 당장 정책화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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