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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괜찮다" 트럼프의 오판···진단키트 개발에 6주 날렸다

중앙일보 2020.03.15 17:14

최고 의료기술국 미국, 13일 밤에야 대용량 진단 키트 마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 브리핑에 참석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 자리에서 "15일 오후 5시 민관 합동으로 새로운 대용량 검사 시스템에 대해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CDC가 2월 5일 처음 보급한 진단 키트가 불량으로 폐기된 뒤 6주 만에 대량 검사체계를 도입하는 셈이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 브리핑에 참석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 자리에서 "15일 오후 5시 민관 합동으로 새로운 대용량 검사 시스템에 대해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CDC가 2월 5일 처음 보급한 진단 키트가 불량으로 폐기된 뒤 6주 만에 대량 검사체계를 도입하는 셈이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아 73세 고령의 현직 대통령 감염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비판 여론은 커지고 있다. "미국은 괜찮다"고 수 주간 강변하다가 13일 돌연 국가비상사태 선포로 봉쇄 실패를 자인했기 때문이다. 주말 새 감염자가 3000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도 59명으로 늘어 이탈리아를 뒤따를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CDC 2월5일 발송 진단키트 불량·폐기,
50개 주 도착한 것은 3월 둘째 주 이후
트럼프 "내 책임 아니다. 상황·규정 탓"
14일 밤 美 확진자 2951명, 사망 59명
열흘새 100→3000명, 韓·이탈리아 비슷
두 나라 중 어느 모델로 가느냐가 관건

 
트럼프 대통령은 1월 31일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라는 선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왜 실패했나. 뉴욕 타임스와 애틀랜틱지 등 미 언론과 전문가가 꼽은 첫 번째 원인은 세계 최고 의료기술국이 한 달 이상 진단 도구(test kit)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2월 5일부터 115개 미 각주 및 지방 공공보건 연구소에 신종 코로나(코로나19) 진단 키트를 운송하기 시작했다며 배포한 보도자료. 하지만 CDC가 배포한 이 검사도구는 진단 오류가 발생해 전량 수거돼 폐기됐다.[CDC)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2월 5일부터 115개 미 각주 및 지방 공공보건 연구소에 신종 코로나(코로나19) 진단 키트를 운송하기 시작했다며 배포한 보도자료. 하지만 CDC가 배포한 이 검사도구는 진단 오류가 발생해 전량 수거돼 폐기됐다.[CDC)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당초 2월 5일부터 "기존 계절성 독감 테스트 키트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신종 코로나 진단 키트를 주·지방 공공보건연구소에 운송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최초 CDC 진단 키트는 부정확한 결과가 나오는 결함이 발견돼 전량 수거해 폐기해야 했다. 이후 CDC가 50개 주에 새 진단키트를 보낸 건 3월 둘째 주, 지난 9일 이후였다. 그 직전 6일까지 미국 전체 검사 건수가 5861건에 불과했다. 당시 한국의 검사 건수 15만 8456건의 27분 1(3.7%)이었다.

 
그 사이 미국 사회는 신종 코로나 감염 여부를 몰랐기에 '깜깜이'로 지냈다. 연방정부와 주 정부가 지역사회 격리와 방역작업을 통해 확산을 완화할 시간을 잃어버렸다. 오바마 정부 때 에볼라 바이러스 국제 확산을 막았던 제러미 코닌딕은 워싱턴포스트(WP)에 "우리는 도저히 만회할 길이 없는 시간을 잃어버렸다. 바이러스 확산 시기에 6주를 깜깜이로 지냈다면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톰 프라이든 전 CDC 국장은 "왜 테스트 키트 보급에 실패했는지 독립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감염자 숫자를 낮추는 데만 골몰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도 CDC가 검사 확대에 소극적이게 만드는 데 한몫했다. 그는 일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미국인 승객을 송환할 때 확진자 14명이 포함된 걸 뒤늦게 알고 격노했다. 또 미국인 승객 2500여명이 탑승한 그랜드 프린세스호의 캘리포니아 입항을 원치 않았다. "나는 숫자를 좋아한다. 그들을 육지에 내리게 하면 감염자가 훨씬 늘 것"이라고 하면서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1984년부터 36년간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을 맡아온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지난 12일 하원 정부감독위원회 청문회에서 "우리가 검사(정책)에 실패했다"고 시인했다. 그는 "다른 나라처럼 누구든 쉽게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했는데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지만 13일 검사 지연에 책임이 있지 않으냐에 "나는 전혀 책임이 없다"라며 "일련의 상황과 더불어 (트럼프 행정부가 아닌) 다른 때 만든 규칙과 규정 때문"이라며 남 탓을 했다. 결국 대규모 진단 키트를 개발한 건 민간 기업인 서모피셔(Thermo Fisher) 사이언티픽이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14일 백악관 회견에서 "서모피셔의 대용량 검사 키트가 어젯밤 식품의약청(FDA) 승인을 받아 기쁘다"며 "15일 오후 5시 새로운 '대용량 검사' 시스템에 관해 발표할 것"이라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자가진단과 검사를 위한 웹사이트가 만들어지면 동네 주차장에서도 검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13일 밤 식품의약청(FDA)은 서모피셔 사이언티픽 사가 개발한 대용량 신종 코로나 진단 키트에 대해 긴급 승인을 내줬다. 매사추세츠주 월섬의 서모피셔 사 본사 전경.[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13일 밤 식품의약청(FDA)은 서모피셔 사이언티픽 사가 개발한 대용량 신종 코로나 진단 키트에 대해 긴급 승인을 내줬다. 매사추세츠주 월섬의 서모피셔 사 본사 전경.[AP=연합뉴스]

문제는 미국의 확산이 한국과 이탈리아 중 어느 모델로 갈 것이냐다.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14일 오후 10시 현재 미국 내 감염자 수는 하루 새 700명 이상 증가한 2951명, 사망자도 10명이 늘어 59명이다. 감염자 수가 100명에서 열흘 만에 3000명에 이른 건 이탈리아·한국과 비슷하다. 두 나라 중 한국은 하루 70명 선으로 확산 추세를 잡았지만, 이탈리아는 14일 하루 감염자가 2795명, 사망자는 175명 늘었다.
 
어윈 레드레너 컬럼비아대 재난대비센터 소장은 CNN에 출연해 "미국 산소호흡기 재고가 5만~6만개에 불과할 정도로 병원들이 신종 코로나 환자 대량 발생에 대처할 준비가 안 돼 있다"며 "실제론 우리가 이탈리아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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