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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줄 알았더니 살아난 코로나···음성·양성 경계선 환자 등장

중앙일보 2020.03.15 10:16
 
12일 오후 대구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근무 교대하고 있다. [뉴스1]

12일 오후 대구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근무 교대하고 있다. [뉴스1]

격리해제나 음성 판정 이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진되는 등 잇따른 ‘경계선 환자’의 등장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강남구 소재 모 병설유치원 교사로 일하는 28세 여성이 재검사 끝에 양성으로 확진됐다. 이틀 전 음성을 받았지만 고열이 나 재검사를 받았다. 같은 날 부산에서도 43세 남성이 6번의 검사 끝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검사에도 한계 있어···경계선 환자 늘어날 것

 
음성으로 격리해제를 했다가 양성으로 확진되는 예외적인 상황은 실시간 유전자 증폭검사라 불리는 PCR(Polymerase Chain Reaction)검사의 의학적 한계 때문에 발생한다. PCR검사는 몸속 코로나19 바이러스 DNA의 수치를 확인한다. 기준치보다 낮으면 양성, 높으면 음성이다.  

 
문제는 검사에도 한계가 존재한단 것이다. 검사에 쓰이는 장비가 검출 가능한 바이러스 양에 한계가 있어, 검출 한계치보다 바이러스가 적을 경우 음성 판정이 나온다. 검사 결과가 음성이 나오더라도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치가 애매한 경우 ‘양성 같은 음성’이나 ‘음성 같은 양성’이 나올 수 있다”며 “따라서 음성이 나왔거나 격리 기간이 지나 해제됐다고 하더라도 장기간의 관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완치됐다가 다시 양성…25번 환자·메르스 80번 환자

 
완치판정을 받고 격리해제가 됐다가 다시 양성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다. 지난달 22일 퇴원한 25번 환자가 그런 경우다. 중국인 며느리로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됐던 74세 여성인 25번 환자는 완치판정을 받고 퇴원한 지 일주일 만에 증상이 발생해 병원에 격리됐다. 당시 주치의인 김의석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재감염이 아닌 바이러스의 재활성화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한 바 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마지막 환자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국내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투병했던 메르스 80번 환자는 2015년 6월 확진 판정을 받는다. 그는 3달간의 치료 끝에 10월 3일 완치판정을 받고 퇴원했지만 일주일 만에 다시 증상이 나타났다. 그 이후로 13번의 검사를 통해 음성과 양성을 오가는 상황에서 기저질환이었던 림프종 치료를 받지 못해 11월 25일 사망했다.

 
이정일 변호사(오른쪽)가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80번 환자의 유족들이 국가,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br〉  이날 재판부는 "국가가 유족에게 2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연합뉴스]

이정일 변호사(오른쪽)가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80번 환자의 유족들이 국가,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br〉 이날 재판부는 "국가가 유족에게 2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연합뉴스]

80번 환자의 아내는 서울대학교 병원을 상대로 “감염력이 매우 낮았음에도 격리해제를 하지 않아 기저질환 치료를 적기에 치료하지 못하게 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80번 환자의 유족을 대리한 이정일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는 “당시에 보건당국이 무능하게 대처한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었다”며 “지적보다도 격리해제 이후에도 능동감시 시스템을 가동해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광둥성 보건당국에서는 지난 26일 코로나19 감염증으로부터 완전히 회복해 퇴원한사람 중 14%가 다시 양성 확진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퇴원이나 격리해제 이후에도 장기적 관측이 필요한 것이다.  
 

지자체와 중앙정부, 엇갈리는 격리해제 기준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PCR 검사결과 24시간 간격으로 2회 음성이 나오면 퇴원이나 격리해제를 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검사를 하지 않더라도 발열과 같은 임상 증상이 없다면 의료진의 재량으로 우선 퇴원이 가능하다. 퇴원한 환자는 발병일로부터 3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이 끝나면 격리 해제된다.  
 
이는 지난 2일부터 시행된 ‘코로나19 대응 지침 7판’에 따른 것으로, 퇴원이나 격리해제 기준이 더 높았던 6판에 비해 완화됐다. 기존의 격리해제 기준은 증상이 모두 사라진 다음 48시간이 지나고 PCR 검사결과, 24시간 간격으로 2번의 음성이 나와야 했다. 즉 증상이 없어진 후 최소 4일(96시간)이 지나야만 격리해제가 가능했고, 이에 따라 퇴원도 가능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해당 기준이 입원 기간을 늘려 병상 부족을 야기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라 변경됐다.

 
코로나19 신규 확진·격리해제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코로나19 신규 확진·격리해제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러나 격리해제 후 확진 사례가 잇따르자 대구시와 광주시는 자체적으로 지침을 변경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대구시는 질병관리본부와 협의해 확진일로부터 20일이 되는 날, 검체 검사를 해 음성이 나와야 격리 해제가 되도록 지침을 강화했다. 또 자가격리 3주가 지나더라도 자동으로 격리해제가 아닌 PCR 검사를 통해 음성이 확인돼야만 격리가 해제되게 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4일 오전 0시 기준 총 누적 확진자 8086명 중 714명이 격리 상태에서 벗어났다. 처음으로 격리해제 숫자가 신규 확진자 수를 추월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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