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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대란 건너편...마스크 없는 취약계층 돕는 공단시장 수선사

중앙일보 2020.03.15 09:00
 12일 오전 최인자씨가 만든 면 마스크들. 그가 만든 면 마스크는 크기, 색 등이 다양하다. 심석용 기자

12일 오전 최인자씨가 만든 면 마스크들. 그가 만든 면 마스크는 크기, 색 등이 다양하다. 심석용 기자

 
“그동안 마스크 못 구했는데 면 마스크를 받아 천만다행이에요”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에 사는 김가매(83·여)씨는 그가 받은 면 마스크에 관해 묻자 연신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들과 며느리가 병원에서 근무하지만, 그동안 마스크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12일 주안동 근처 약국 주변은 공적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줄로 북적였다. 한 약국 문에는 ‘정부 공급 마스크는 소진 다 되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마스크가 부족했던 그가 걱정을 덜게 된 것은 주안동 공단시장에서 수선집을 운영하는 최인자(65)씨 덕분이다.
최인자씨가 분주하게 손을 놀리자 마스크 하나가 금방 만들어졌다. 심석용 기자

최인자씨가 분주하게 손을 놀리자 마스크 하나가 금방 만들어졌다. 심석용 기자

 
지난 12일 오전 9시30분쯤 주안동 공단시장 건물 안쪽 수선집에서는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수선사 최씨는 이날 아침부터 마스크를 만드느라 분주했다. 큼지막한 흰색 천을 자르고 재봉틀 바늘이 몇 차례 오가니 금세 마스크 하나가 완성됐다. 최씨는 마스크에 끈을 달며 “사람마다 얼굴형이 달라 끈 조절을 잘해야 한다”며 웃었다.
 

메르스 때부터 시작된 면 마스크 나눔

최인자씨는 면 마스크 안에 필터를 넣고 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기능성 마스크도 만든다. 심석용 기자

최인자씨는 면 마스크 안에 필터를 넣고 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기능성 마스크도 만든다. 심석용 기자

 
최씨는 코로나19가 확진자가 늘어난 지난달부터 직접 면 마스크를 만들어 주위에 나눠주고 있다. 처음에는 가게를 찾는 손님에게 마스크가 있는지 묻고 없다고 하면 주는 정도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식을 들은 뒤 직접 마스크를 만들어 제공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퍼지자 면 마스크를 여러 장 만들어 나누었던 경험도 한몫했다.
 
이제 그는 가게를 찾는 손님에게 마스크가 부족한 취약 계층 등에 전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마스크 여러 장을 건넨다. 자신이 제공한 사실은 비밀로 해달라고 한다. 그렇게 공단시장 근처 어르신, 저소득층, 아파트 경비원 등에게 전달된 마스크는 약 700장에 이른다.
 
최씨는 보통 천 1장으로 16개의 마스크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심석용 기자

최씨는 보통 천 1장으로 16개의 마스크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심석용 기자

 
최씨는 사비를 들여 만든 마스크를 무료로 제공하지만, 똑같은 마스크만 만들지는 않는다. 이날 가게 한쪽에는 흰색, 푸른색, 검은색, 분홍색 등 다양한 색상의 마스크 수십장이 가득했다. 크기도 각기 달랐다. 면 마스크 안에 필터를 넣고 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기능성 마스크도 놓여 있었다. 그는 “밖에서 많이 일하는 사람은 때가 많이 잘 타지 않는 어두운색 마스크가 필요할 것”이라며 “각자 상황에 맞는 마스크를 고를 수 있게 여러 색의 천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35년 수선 경험 남을 도우며 살리고 싶어”

최인자씨는 주안동 공단시장에서 35년째 수선집을 해오고 있다. 심석용 기자

최인자씨는 주안동 공단시장에서 35년째 수선집을 해오고 있다. 심석용 기자

 
최씨는 공단시장 초창기부터 수선집을 해온 지역 붙박이다. 결혼 전 학원에서 의상 관련 공부를 하면서 배운 것을 살리고자 시장 내 수선집을 차린 지 올해로 35년째다. 그는 어릴 적 상이용사에게 무료식사를 제공하는 아버지를 보며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로 남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평소 사정이 어려운 손님들에게 수선비를 적게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결혼 후 아들을 키우면서도 늘 “남을 조용히 도우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씨는 “가끔 마스크를 만드느라 단골에게 수선이 늦어질 것 같다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며 “힘들지만, 손님들이 내가 만든 마스크를 쓰고 가게를 찾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인천=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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