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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늘어난 '투잡업자'…"코로나보다 빚이 더 겁난다"

중앙일보 2020.03.15 07:00
코로나 이후 부업으로 오토바이 배달업에 입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오토바이 배달 중인 배민라이더스 소속의 배달맨. 뉴스1

코로나 이후 부업으로 오토바이 배달업에 입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오토바이 배달 중인 배민라이더스 소속의 배달맨. 뉴스1

"길어지면 결국 빚만 남게 될 텐데, 빚을 내기보단 아껴야죠."
 
최근 '투잡(본업·부업 병행)'에 뛰어든 한 자영업자는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본업을 통한 수입이 뚝 떨어진 데다 장기화 조짐마저 보이자 생계를 위해 투잡에 나선 이들이다. 
 
금융기관 대출보다는 일단 부업으로 버텨볼 요량이다. 투잡으로 선택한 일은 오토바이 배달 등이다. 코로나19 이후 거의 유일하게 고용이 늘어난 업종이다.  
 
2016년 이후 '투잡하는 취업자'는 계속해서 늘었다. 추경호 의원실이 지난 1월 통계청 고용 동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월평균 부업자는 47만3000명으로 2018년보다 9.3% 증가했다. 
 
부업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 3년간 증가했다 이후 4년간 감소했다. 그러다 2017년 이후 삼년째 다시 증가 추세에 있다. 코로나19로 자영업이 직격탄을 맞은 2월 이후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취업자 중 부업자 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취업자 중 부업자 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불경기에 월급 줄어 '투잡' 나서 

권성훈(53) 씨는 주중엔 떡볶이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협동조합에서 영업·마케팅을 맡고, 주말엔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배달 일을 한다. 협동조합 직책은 이사장이지만, 규모가 작아 한달 급여는 200만원(세전)이다. 
 
주말 배달로 '투잡'을 하는 권성훈씨. 권성훈씨 제공

주말 배달로 '투잡'을 하는 권성훈씨. 권성훈씨 제공

권씨는 "경기가 나빠져 월급에서 지난달 자발적으로 100만원을 깎았다"며 "세 식구 생계를 위해선 알바를 하지 않을 수 없어 금요일 4시간, 토·일요일 7시간씩 18시간 배달을 한다. 지난달 85만8000원 벌었다"고 했다. 
 
오토바이 배달은 5년 전 피자가게 사장일 때 처음 해봤다. 그는  "당시 혼자 피자 만들고 배달까지 하다 결국엔 접었는데, 그때 배운 '도둑질'이 지금 생계에 도움이 된다"며 "배달도 길눈이 있는 사람이 잘한다"고 했다.  
 
권씨는 최근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며 본인이 일하는 피자 전문점을 찾는 자영업자·직장인이 늘었다고 했다. 하지만 만만치 않다. 
 
권씨는 "배달 일이 힘든 것보단 정서적인 게 크다. 멀쩡한 직장인이나 사장님(자영업자)이 남의 가게 와서 배달하고 청소하고 쓰레기 버리는 허드렛일까지 해야 하는데, 그런 걸 못 견디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동인천에서 고물상을 하는 1인 자영업자 이모(46) 씨의 최근 한 달 수입은 100만원 이하로 내려갔다. 폐지 값이 1㎏당 30원으로 떨어지고, 인근 제조업도 불황이라 공장에서 나오는 쇳가루 등이 줄었다. 
 

"목숨 거는 것에 비해 보수 적어"

네 식구 생계를 위해 지난 1월부터 평일 저녁 6시간, 주말 13시간씩 오토바이 배달대행 사무실에서 일한다. 주말의 경우 평균 콜은 50여 건, 유류비와 대리점 수수료 등을 빼고 나면 15만~16만원 정도 남는다. 
 
오토바이 배달로 한 달 1000만원을 버는 사람도 있다지만, 이씨는 손사래를 쳤다. "(교통) 신호 무시하고 아침부터 밤까지 달리면 하루 80~90건, 30만원 정도 벌 수 있을 것"이라며 "목숨 걸고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이씨는 당분간 투잡을 병행할 계획이다. "공장 근처에서 고물상 일을 20년간 했다. 공장이 잘 돼야 우리 같은 사람한테도 콩고물이 떨어지는데, 내가 봐도 제조업은 이제 아닌 것 같다"며 "시대 흐름이 이러니까, 뭐든 해야 하지 않겠나"고 했다. 초·중·고 3명의 자녀가 있지만, "학원비는 사치에 가깝다"고 했다.  
 
공연·이벤트 장비 사업자 방모(45)씨는 올해 들어 수입이 제로에 가깝다. 주로 관공서가 발주하는 공연·이벤트 입찰에 참여해 일을 따냈지만, 1월은 비수기인 데다 2월 이후엔 코로나19로 일감이 사라졌다. 
 
방씨는 "공연 관련 업종은 세월호(2016년) 이후 줄곧 내리막이었다. 당시 5~6명이던 직원도 다 내보내고 일이 있을 때마다 파트 파임으로 고용해왔다"며 "최소 2분기까지는 일감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투잡' 전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휴업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투잡' 전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휴업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보다 빚이 더 무섭다" 

방씨는 지난 1월부터 수입차 튜닝업체에서 프리랜서로 영업 일을 시작했다. 인센티브 형태로 받는 수입은 한 달 100만~200만원 선이다. 방씨는 소득이 줄어든 만큼 가계 지출을 줄일 계획이다. "학원 휴업으로 두 아이 학원비는 안 들어간다. 외식도 거의 하지 않고, 주말 비용도 줄였다. 가진 레저 장비 등도 팔려고 내놓았다."
 
방씨와 이씨는 코로나19 이후 정부가 마련한 소상공인 대상 정책자금 대출을 신청하지 않았다. 방씨는 "코로나로 수입이 줄어든 것도 무섭지만, 빚이 늘어나는 게 더 겁난다"고 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장 생계를 위해 돈이 필요한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 지원은 빚만 늘릴 수 있다"며 "정부는 생활비 지원이나 제세공과금 감면 등 직접 지원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 성남시가 청년수당을 지급했을 때처럼 '생계형' 자영업자를 어떻게 분류할 것이냐는 지원 대상 논란이 일 수 있다"며 "이 부분도 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 실태 파악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논란이 되는 측면이 있다. 보다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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