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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글로벌 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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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코로나에 무너진 이탈리아, 첫 확진자는 우한 출발 中부부

중앙일보 2020.03.15 06:05
파스타와 칸초네, 그리고 축구의 나라 이탈리아가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3월 10일부터 전국이 봉쇄됐다. 도대체 ‘오 솔레미오’로 상징되는 밝고 명랑하며 풍요로운 ‘태양의 나라’ 이탈리아가 어쩌다 이런 고통을 겪게 됐을까. 

[채인택 글로벌 줌업]
북부지방 버스로 다니다 로마서 확진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600만 명 찾아
거주 중국인·중국계 40만…교류 활발
삶의 질 높은 경제·문화·의료 선진국
보편적 의료 제공하고 공공의료 77%
제도 흠잡을 데 없지만 의료비 적어
긴축재정 후유증으로 병원 폐쇄·감원
의사 5만6000, 간호사 5만 부족 주장
유럽 2위 장수…고령인구 21.7% 부담
결정적 이유 모호…방역 책임론 부각

 
확진자·사망자 신규 발생과 인구당 비율 세계 1위
이탈리아에 코로나19가 대거 퍼진 이유를 따져보기 전에 우선 현재 상황부터 살펴보자.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사태는 심각하다. 한국시간 15일 오전 3시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누적 확진자 15만4273명과 사망자 5798명가 발생한 가운데 이탈리아는 누적 확진자 2만1157명과 사망자 1441명을 기록했다.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전 세계에서 중국(누적 확진자 8만824명, 사망자 3189명) 다음으로 많다. 이탈리아는 14일 하루에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3497명의 확진자와 175명의 사망자를 추가했다. 인구 100만 명당 누적 확진자도 이탈리아는 349.9명으로 세계 수위다. 그 뒤를 노르웨이(194.1명)와 스위스(158.9명), 한국(157.7명), 이란(151.5명), 덴마크(142.8명) 스페인(129.2명)이 따라가고 있다. 한마디로 이탈리아는 중국에 이어 전 세계 코로나19의 거대한 온상이 되고 있다.  
전국 봉쇄령으로 인적이 끊긴 이탈리아 베니스의 리알토 다리 아래에서 방역요원이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평소 길을 걸어다니기도 힘들 정도로 수많은 인파가 몰리던 관광 명소다. 로이터=연합뉴스,

전국 봉쇄령으로 인적이 끊긴 이탈리아 베니스의 리알토 다리 아래에서 방역요원이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평소 길을 걸어다니기도 힘들 정도로 수많은 인파가 몰리던 관광 명소다. 로이터=연합뉴스,

10일 전국 봉쇄…로마·밀라노·베니스 적막만  

이탈리아의 주세페 콘테 총리는 3월 9일 그야말로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3월 10일부터 4월 3일까지 보름간 전국에 이동 제한령을 내렸다. 코로나 19의 급속한 확산 때문이다. 인구 1600만이 거주하는 경제 중심지이자 코로나19 중점 발생지인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이동 제한령을 내렸다가 실효가 적다는 비판 속에 사태가 계속 커지자 결단을 내렸다.  
이탈리아의 전국 봉쇄령은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 팬데믹(세계적인 범유행)을 선언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WHO는 코로나 19가 중국과 주변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할 때는 팬데믹 선언을 주저해 늑장 대응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선거에서는 물론 예산도 중국 지원을 받아 눈치를 본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런 WHO도 이탈리아에서 대유행이 벌어지자 팬데믹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게브레예수스는 “이제 이탈리아가 코로나19의 중심”이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인적이 거의 없이 적막한 이탈리아 로마의 스페인 계단 앞에서 한 여성이 사진에서 찍고 있다. 평소 관광객과 젤라토 상인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던 곳이다. 사람이 너무 몰리면서 로마 당국은 이 계단에 앉는 것을 금지했을 정도였다. 봉쇄령으로 방문객이 끊기면서 이젠 당분간 옛말이 됐다. AP=연합뉴스

인적이 거의 없이 적막한 이탈리아 로마의 스페인 계단 앞에서 한 여성이 사진에서 찍고 있다. 평소 관광객과 젤라토 상인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던 곳이다. 사람이 너무 몰리면서 로마 당국은 이 계단에 앉는 것을 금지했을 정도였다. 봉쇄령으로 방문객이 끊기면서 이젠 당분간 옛말이 됐다. AP=연합뉴스

전국 이동 제한령으로 이탈리아에서 사실상 모든 사람은 집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됐다. 보건의료 종사자와 경찰·군인, 그리고 공무원과 대중교통 종사자를 제외한 사람은 직장에서 중요한 일이 생기거나 가정에서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만 특별 허가를 얻어 이동할 수 있다. 대중 교통수단과 약국·주유소·식품점 정도만 계속 운영한다. 모든 학교는 휴교하고 직장인은 재택근무를 원칙으로 한다. 이를 적용한 첫날부터 로마의 유명한 관광 명소인 스페인 계단이나 트레비 분수 등과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은 폐쇄됐다. 밀라노의 상징과도 같은 두오모 대성당과 인근 상가도 인적이 끊겼다. 관광 명소 베니스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 전역에 이동 제한령이 내려진 가운데 북부 토리노에서 가족이 아파트 발코니에 나와 프라이팬 등을 두드리고 있다. 베란다에는 연대를 뜻하는 무지개 그림에 '모든 것이 다 잘 뒬 거야'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안드라 두토 베네'를 적어서 걸어뒀다. '고난이 있어도 끝내 이길 것'이란 뜻이 담긴 플래시 몹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탈리아 전역에 이동 제한령이 내려진 가운데 북부 토리노에서 가족이 아파트 발코니에 나와 프라이팬 등을 두드리고 있다. 베란다에는 연대를 뜻하는 무지개 그림에 '모든 것이 다 잘 뒬 거야'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안드라 두토 베네'를 적어서 걸어뒀다. '고난이 있어도 끝내 이길 것'이란 뜻이 담긴 플래시 몹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주민, ‘플래시 몹’으로 베란다 나와 번갈아 노래  

이탈리아 거리는 정적에 잠겼지만 쾌활한 국민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주민 간 연대를 표시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바로 발코니 ‘플래시 몹’이다. 원래 플래시 몹은 사람들이 정해진 시간에 한 곳에 모여 짧은 시간에 동일한 행동이나 행위를 하고 헤어지는 것을 말한다. 주로 사회관계망(SNS) 서비스나 모바일 메시지 앱, 이메일 등을 연락수단으로 삼지만 특정 집단이 사전에 기획해 모이기도 한다. 예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평상복을 입고 약속한 광장에 나타나 일반인 틈에서 솔로 연주로 시작해 나중에는 전체 단원들이 나타나 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플래시 몹은 유튜브 등의 인기 아이템이다.  역이나 광장 등에 집단으로 나타나 땅에 드러눕거나, 특정 퍼포먼스를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집단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간 이탈리아인들은 독특한 플래시 몹을 개발했다. 가디언·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이들은 자정이나 저녁 식사 전, 또는 아침 시간에 창문을 열고 베란다에 서서 차례로 노래하기도 하고, 프라이팬과 스테인리스 그릇을 두들기거나, 함성을 지르고 손뼉을 치면서 서로 격려한다. 한 명이 부르기 시작한 노래가 제창이 되고 합창이 돼 온 동네 주민이 함께 눈물짓거나 환호하기도 한다. 인터넷에는 이를 담은 동영상이 줄이어 올라오고 있다. 
일부는 창가에 ‘안드라 투토 베네(Andra Tutto Bene)’라고 적힌 팻말을 들거나 이탈리에 국기에 적어 나오기도 한다. ‘안드라 투토 베네’는 ‘모든 일이 잘 될 거야‘라는 뜻으로 기운을 내라는 말이다. 한국에서 ’화이팅‘과 비슷한 용도로 쓰는 말이다. 코로나 환난에 처한 이탈리아인들은 이를 적은 팻말이나 국기를 들고 플래시 몹을 하거나 아예 베란다나 창가에 계속 걸어두고 있다. 종이나 나무 판에 이 구호를 적은 무지개를 그려 넣어 희망을 상징하기도 한다. 고난을 함께 극복하자는 이탈리아인들의 정신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주도 밀라노의 유명 상가인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갈래리아가 텅 비었다. 인적이 끊긴 갈레리아에서 한 주민이 개를 데리고 산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주도 밀라노의 유명 상가인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갈래리아가 텅 비었다. 인적이 끊긴 갈레리아에서 한 주민이 개를 데리고 산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경제·문화·의식주 선진국인 이탈리아가 왜?

이탈리아는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와 함께 G7(주요7개국) 회원국인 선진 국가다. 경제 지표를 보면 그야말로 윤택한 나라다. 2019년 명목금액 기준 국제통화기금(IMF) 추산치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 규모는 1조9886억 달러로 세계 8위다. 미국(21조4394억 달러)·중국(14조4140억 달러)·일본(5조1544억 달러)·독일(3조8633억 달러)·인도(2조9355억 달러)·영국(2조7435억 달러)·프랑스(2조7070억 달러) 다음이다. 브라질(l조8470억 달러)·캐나다(1조7309억 달러)·러시아(1조6378억 달러)·한국(1조6295억 달러)이 이탈리아의 뒤를 잇는다. 6030만 이탈리아 국민의 1인당 GDP는 3만2946달러에 이른다. 
이탈리아는 경제지표는 물론 의식주에서 높은 삶의 질을 자랑한다. 이탈리아의 음식문화는 세계적으로 이름 높다. 201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지중해식 식사’의 핵심을 차지하는 게 이탈리아다. 올리브유와 정제하지 않은 곡물, 풍부한 채소와 허브, 그리고 과일과 포도주로 이뤄진 이탈리아 식단은 ‘건강식’의 대명사로 통한다. 국민 건강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인 기대여명은 82.7세로 유럽에서 스페인(83.0세) 다음가는 장수국가다. EU 평균(80.6세)보다 높다. 
이탈리아는 멋진 나라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밀라노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패션 산업을 운영한다. 이탈리아 패션은 멋쟁이의 상징이다. 이탈리아는 음악·미술·문화유산·자연경관에서도 다른 나라들의 부러움을 산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관광 대국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찾고 싶은 나라가 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55개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한 나라다. 세계관광기구(UNWTO)의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이탈리아에는 6210명의 외국인이 찾아 프랑스(8940만)·스페인(8280만)·미국(7960만)·중국(6290만)에 이어 세계 5위의 관광 대국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픽=뉴시스]

[그래픽=뉴시스]

보편적 의료복지 제공…개인 부담 22% 약값·치과진료 등

이런 이탈리아에서 왜 코로나19가 급속히 번졌을까? 우선 의료 시스템을 살펴보자. 이탈리아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처럼 전 국민은 물론 외국인 거류자에게도 ‘보편적 의료복지’를 제공한다. 정부가 세금으로 의료기관에 의료비를 지급해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무료 진료를 누린다. 고비용·특수 진료와 약제비, 그리고 치과 진료만 개인이 부담한다. 1978년 이러한 국가건강서비스를 시작했으며 가정의 주치의 제도도 두고 있다. 의료비의 77%가 공공의료에 쓰인다. 의료 공공화의 살아있는 모델이다. 보건학적으로 이상형에 가깝다. 이처럼 이탈리아는 의료 제도에서도 선진국이다.    
하지만 제도가 번듯하다고 운영도 매끄러운 건 아니다. 이탈리아 의료비에서 개인 부담 비율은 23%로 EU 평균 15%보다 8%포인트가 높다. 개인 부담이 높다는 것은 마음 놓고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보건학에서 의료 시스템은 자유방임형과 재정부담형, 보험부담형, 절충형 등으로 분류하는데 이탈리아는 재정형에 무게를 둔 절충형이다. 상당수 유럽 국가가 이런 모델을 따른다. 재정형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개인 부담이 높은 것이 이탈리아 의료 제도의 특징이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SARS-CoV-2 바이러스를 전자 현미경으로 본 모습. 노랗게 보이는 부분이 바이러스다. EPA=연합뉴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SARS-CoV-2 바이러스를 전자 현미경으로 본 모습. 노랗게 보이는 부분이 바이러스다. EPA=연합뉴스

재정적자 부담에 의료비 지출 EU 평균보다 10% 적어

보건의료에서 이탈리아의 아킬레스건은 의료비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의료비 지출이 비교적 적은 나라다. 2015년 유럽연합(EU) 통계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1인당 의료비 지출은 2502유로로 EU 평균인 2797유로보다 10%쯤 적다. GDP의 9.1%를 의료비로 지출해 EU 평균 9.9%보다 낮다. 
보건의료 종사자들에게 다른 나라에 비해 넉넉한 급여를 주지는 못한다는 이야기다. 개인 부담률이 높은 데서 볼 수 있듯이 이탈리아는 다른 유럽국가와 의료복지 시스템은 비슷하지만 재정을 충분히 투입하지 못하는 데서 약점이 있다. 
이탈리아가 의료복지에 충분한 정부 재정을 쏟지 못하는 데는 사정이 있다. 이탈리아의 총 국가부채는 2018년 말 기준으로 GDP의 132.2%에 이를 정도로 많은 것이 한 이유다. 유럽연합(EU)은 1997년 전체 회원국이 채택한 안정·성장협정(SGP)에 따라 공공부채(정부+공공기관 부채)를 GDP의 60%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한다. 이탈리아는 이를 2배나 넘고 있으며, 유로화를 쓰는 유로 존에선 그리스 다음으로 높다. 그간 포퓰리즘 정책을 폈든지, 재정 운용을 방만하게 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EU는 지난 몇 년 동안 이탈리아의 정부에 예산안의 재정적자 폭을 줄이라고 압박해왔다. 2019년 4월 이탈리아 정부는 애초 2.4%로 잡았던 2020년도 재정적자 규모를 EU의 압력으로 0.36%포인트를 줄인 2.04%로 낮췄다. 애초 예산을 더욱 삭감했다는 이야기다.  
EU 집행위원회는 유럽이사회에 ‘초과 재정적자 시정절차(EDP)’에 착수하도록 권고하겠다고 압박했기 때문이다. EDP는 회원국에 재정적자 수준을 EU 기준에 맞춰 예산안을 수정하도록 권고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최고 GDP 0.2%에 이르는 거액의 제재금을 물릴 수 있는 제도다. 2002년 포르투갈, 2005년 그리스에 EDP를 적용한 사례가 있는데 최종적으론 협상으로 해결됐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브레시아에서 병원 직원이 방호복과 마스크 차림으로 환자를 옮기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브레시아에서 병원 직원이 방호복과 마스크 차림으로 환자를 옮기고 있다. EPA=연합뉴스

의료기관 758개 폐업하고 의사·간호사도 부족

결국 이탈리아 정부는 재정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유럽연합(EU)의 기준에 맞춰 정부예산을 지난 몇 년간 대폭 깎을 수밖에 없었다. 공공 의료기관의 예산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결과 지난 5년 간 이탈리아 전국의 병원 등 의료기관 758개소가 문을 닫았다. 인력도 대폭 감축됐다. 이탈리아는 의사가 약 5만6000명, 간호사가 약 5만 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맞았다고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를 인용해 보도했다.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3.99명으로 전체에서 중상위다. OECD 1위인 오스트리아(5.18명)나 스위스(4.30명)독일(4.25명)보다는 적지만 프랑스(3.37명), 미국(2.61명), 한국(2.34명)보다는 많다. 이탈리아의 간호사는 인구 10만 명당 19.99명으로 적은 편이다. 스위스(199.88명), 한국(99.85명), 미국(61.68명)은 물론 독일(54.49명), 프랑스(61.68명), 영국(30.92명)보다 현저히 적다.  
이탈리아 서북부 제노바에서 의료요원이 선별 진료소에서 근무하는 모습. 제노바의 항구는 중국이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이탈리아와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서북부 제노바에서 의료요원이 선별 진료소에서 근무하는 모습. 제노바의 항구는 중국이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이탈리아와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EPA=연합뉴스

고령인구 많고 검사 철저히 한 것도 영향

이탈리아의 또 다른 보건 문제는 고령화다. EU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21.7%에 이른다. EU 평균인 18.9%보다 높으며 회원국 중 최고다. 전 세계적으로 일본 바로 다음이다. 기저 질환자나 고령자는 아무래도 면역력이 떨어져 코로나19에 걸렸을 경우 위험할 확률이 크다. 이탈리아 국립보건고등연구원(ISS: Istituto Superiore della Sanità)의 실비오 브루사페로 원장은 이탈리아 코로나19 사망자의 평균 연령이 81세라며 이들의 3분의 2는 기저 질환자라고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밝혔다. 브루세페로 원장은 전국 봉쇄 조치가 북부의 코로나19가 남부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3월 14일 마스크 등을 들고 이탈리아 로마의 국립감염병연구소 병원에 도착한 중국 홍십자(적십자) 요원들이 인런 인터뷰를 하고 있다.AP=연합뉴스

3월 14일 마스크 등을 들고 이탈리아 로마의 국립감염병연구소 병원에 도착한 중국 홍십자(적십자) 요원들이 인런 인터뷰를 하고 있다.AP=연합뉴스

2019년 이탈리아에 중국인 관광객 600만 입국

이탈리아는 전국을 봉쇄했지만 국경은 닫지 않고 있다. 유럽 26개 회권국끼리 국경개방을 약속한 솅겐 조약 가입국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스위스·오스트리아 등 국경을 맞댄 이웃나라도 출퇴근 등으로 국경을 지나는 사람을 서로 통제하지 않고 있다. 오스트리아가 이탈리아인에게 무감염 확인증을 요구하는 정도다. 그렇다면 이탈리아의 열린 국경도 코로나19 확산의 이유라고 하기가 힘들다.  
중국과의 밀착 관계에서 원인을 짐작하는 사람도 있다. 이탈리아는 G7 회원국 중 유일하게 2019년 3월 23일 중국과 일대일로 양해각서(MOU)에 서명해 협력 관계를 맺었다. 이를 통해 북동부의 트리에스테와 북서부의 제노바 항구를 공동 개발하고 이탈리아 기업이 중국의 사업에 진출하기로 약속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이탈리아와 중국은 2020년을 ‘문화·관광 교류 촉진의 해’로 삼고 지난 1월 로마에서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자 중국의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3월 10일 이탈리아의 루이지 디 마이오 외교장관과 통화하고 마스크 지원과 의료팀 파견 의사를 밝혔다. 중국 의료진은 이탈리아에 도착해 국제적십자위원회 이탈리아 지부에 마스크를 기증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로마제국의 역사를 눈으로 볼 수 있고 미식의 천국이기도 한 이탈리아는 중국인의 인기 관광지다. 지난해 600만 명의 관광객이 이탈리아를 찾았다. 2018년과 비교하면 100만 명, 약 20%가 늘어난 숫자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브레시아의 병원. 입원실이 부족해 경증 환자나 가망이 없는 환자는 빈 공간에서 대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브레시아의 병원. 입원실이 부족해 경증 환자나 가망이 없는 환자는 빈 공간에서 대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1호 확진자는 중국인 관광객 부부

이탈리아의 첫 코로나19 확진자도 중국인 관광객이다.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이들은 1월 23일 밀라노로 이탈리아에 입국한 2명의 중국인 관광객으로 북부 지방에서 중부 로마까지 버스로 계속 여행했다, 그러다 1월 30일 로마의 국립감염질환연구소 병원에 입원했으며 31일 확진을 받았다. 로이터 통신은 이들이 중국 우한(武漢)에서 함께 온 부부라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즉시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이탈리아와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 직항편을 중단시켰지만 특정 국적자가 경유 편으로 입국하는 것은 막지는 않았다. 
2월 6일에는 중국 우한에 살다 귀국한 이탈리아인이 확진 판정을 받아 3호 확진자가 됐다. 하지만 우한에서 온 확진자들이 이탈리아 북부에서 줄줄이 발생한 수많은 감염 클러스터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를 밝혀줄 고리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탈리아 거주 중국인·중국계가 매개일까?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중국인이나 중국계 주민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이탈리아에는 유럽 통계상 32만 명, 합법·비합법 거주자를 합하면 40만 명에 이르는 중국인과 중국계 주민이 거주한다. 요미우리는 이 중 70%가 중국에서 다량의 확진자가 나온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부분 북부 롬바르디아주 밀라노와 토스카나주 프라토에 몰려 산다. 밀라노에선 무역업 종사자가, 프라토엔 섬유업체 공장 노동자가 주류를 이룬다. 요미우리는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도 감염 확대의 배경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경제 중심지 밀라노의 텅빈 거리.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경제 중심지 밀라노의 텅빈 거리. 로이터=연합뉴스

정부 방역 책임 묻는 목소리 높아져

하지만 이탈리아에 왜 이렇게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고 희생자도 많은지에 대한 확실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요미우리는 밀라노대 연구팀이 바이러스가 지난해 10월에서 11월 사이 이탈리아에 퍼졌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감염 확대를 저지해야 할 정부가 초기 대응에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사태가 커졌다고 비판했다는 것이다. 왜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가 급속 확산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둘러싸고 다양한 주장이 있다. 분명한 것은 이를 제대로 막지 못한 방역 책임을 따지는 목소리가 이탈리아는 물론 전 세계에서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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