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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곳 보내달라 했더니 대남병원"···현장 뛰어든 20대들

중앙일보 2020.03.15 06:00
※코로나19 현장으로 달려간 20대들의 이야기,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제27회> 20대 현장 의료진

 밀실은 ‘중앙일보 레니얼 험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의 20대 기자들이 도있는 착취재를 하는 공간입니다.

“의료지원서를 쓸 때 가장 힘든 곳으로 보내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막상 청도 대남병원으로 배치되니...겁이 안 났다면 거짓말이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경북의 청도 대남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오성훈(27ㆍ간호사)씨의 이야기입니다. 간호사 커뮤니티 스타트업의 대표인 성훈씨는 아내와 직원들의 만류에도 의료 지원을 자원했고, 지난달 29일부터 청도 대남병원에 일하고 있습니다.
 
성훈씨 뿐 아닙니다. 코로나19과 싸우는 ‘최전방’의 20대 의료진 중엔 충남 천안의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에서 근무 중인 강산(28ㆍ의사)씨,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의심환자를 담당하는 김영웅(29ㆍ간호사)씨도 있습니다.
 
아버지 몰래 현장 근무를 자원한 정한솔(28ㆍ간호사)씨, 방호복을 갈아입을 시간을 아끼려 ‘화장실도 건너뛴다’는 홍은지(28ㆍ방사선사)씨도 있죠. 밀실팀이 20대 의료진 5명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행여 방호복 찢어질까 마음 졸여"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근무중인 간호사 오성훈씨와 동료들의 모습. [오성훈씨 제공]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근무중인 간호사 오성훈씨와 동료들의 모습. [오성훈씨 제공]

“아무래도 정신병원이어서 간호가 쉽지 않았죠.”

청도 대남병원 근무에 대해 묻자 성훈씨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갑작스레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죠. 환자가 의료진에게 손찌검, 발길질을 하는 상황도 일어날 수 있거든요. “그러다가 방호복이나 마스크가 벗겨지면 의료진도 감염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방호복을 입으면 10분 만에 “사우나에 들어간 것처럼” 땀이 흐른다고 해요. 땀이 눈으로 들어가 따가워도 닦을 수 없습니다. 손으로 만지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어서죠.  
 
3교대 근무가 기본이지만,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병원의 의료진들은 방호복을 4~5시간 이상 입고 일해야 한다는데요. 매뉴얼대로라면 방호복은 2시간 이상 착용하면 안 됩니다. 방호복을 오래 착용하면 그만큼 체력 소모가 크기 때문이죠.  
 
성훈씨는 “확진자가 100여명 있었을 당시 간호사 1명이 환자 20명을 간호했다”며 “무엇보다도 현장에 가장 필요한 건 의료 인력 지원”이라고 했어요.
 

“방호복 갈아입을 시간 아까워 화장실 참아”

경남 김해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근무중인 방사선사 홍은지씨의 모습. [홍은지씨 제공]

경남 김해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근무중인 방사선사 홍은지씨의 모습. [홍은지씨 제공]

방사선사 홍은지씨는 경남 김해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일하고 있어요. 주된 업무는 의심환자의 흉부를 엑스레이로 찍어 폐렴 여부를 파악하는 겁니다.  
 
근무 시간 내내 방호복을 입어야 하는 은지씨는 방호복이 부족할까 걱정하더군요. “이번주까지는 방호복 수량이 넉넉하지만, 주변에선 ‘다음주부턴 방호복이 부족할 것 같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방호복을 벗을 수 없는 의료진의 고충도 말했습니다. 그는 “화장실을 가려면 방호복을 다시 갈아입어야하는데, 방호복 수량도 부족하고 시간도 없어 그냥 참는 경우도 많다”고 했어요. 물을 마시고 싶어도 반나절 동안 목을 축이지 못하고 일한 적도 있다고 하네요.
 

“하는 것 없이 서있냐” 호통 듣기도

천안시 서북구 보건소의 차량안심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근무중인 모습 [강산씨 제공]

천안시 서북구 보건소의 차량안심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근무중인 모습 [강산씨 제공]

강산씨는 1년차 공중보건의입니다. 천안시 서북구 보건소의 차량안심 선별진료소(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에서 배치받아 근무 중인데요. 아시다시피 천안은 댄스 교습소 등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죠.
 
현장 근무에서 겪는 어려움 중 하나로 강산씨는 ‘악성 민원인’을 꼽았습니다. 검사 대상자가 아닌데, 검사 대상자라고 우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해요.“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까 진료해달라”는 사람, “공무원이 왜 하는 것도 없으면서 서있냐”며 호통치는 사람도 있다고 하네요.
 
강산씨는 “‘드라이브스루’는 타인과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인데 차량 1대에 4명이나 타고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누가 확진자일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차량에 여러명이 타면 안되고, 한명씩만 타고 와야한다”고 그가 당부하더군요.  
  

뒤늦게 안 아버지 "왠지 거기 있을 것 같았다"

임상을 떠나 강사로 일하다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자원한 정한솔씨. 현재 국립마산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정한솔씨 제공]

임상을 떠나 강사로 일하다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자원한 정한솔씨. 현재 국립마산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정한솔씨 제공]

밀실팀이 인터뷰한 20대 의료진들은 코로나19 현장 배치가 결정되던 순간 가족을 떠올렸다고 했습니다.
 
정한솔씨도 그랬다고 합니다. 간호사인 한솔씨는 코로나19이 확산되기 전엔 임상을 떠나 성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뉴스에 대구·경북으로 가겠다고 지원했습니다. 
 
국립마산병원에 배치된 한솔씨는 아버지가 걱정하실까봐 지원 사실을 알리지 않았답니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한솔씨에게 “왠지 넌 거기 가있을 것 같았다”고 격려하셨다고 해요.  
 
한솔씨는 “아빠의 그 말이 정말 큰 힘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가족의 반대로 오고 싶어도 못오는 의료진들도 있다는데 난 정말 행운 아니겠냐”며 웃었습니다.
 
경기도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코로나19 의심환자들을 담당하고 있는 김영웅씨. 대구 근무를 자원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김영웅씨 제공]

경기도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코로나19 의심환자들을 담당하고 있는 김영웅씨. 대구 근무를 자원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김영웅씨 제공]

간호사 김영웅씨는 대구 파견을 자원했을 때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고 해요. 현재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코로나19 의심 환자들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영웅씨는 환자가 많고 의료진은 부족한 대구 지역 근무를 자원한 상태입니다. “나중에 다시 이런(코로나19) 사태가 닥쳤을 때 좀 더 잘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합니다.  
 
영웅씨도 대구 파견을 지원할 때는 "미래를 약속한 사람이 걱정됐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오빠가 하고 싶은대로 하라’는 여자친구의 응원에 큰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SNS 응원에 감사…"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청도대남병원에서 동료들과 함께 응원의 메세지를 전하는 오성훈씨의 모습. [오성훈씨 제공]

청도대남병원에서 동료들과 함께 응원의 메세지를 전하는 오성훈씨의 모습. [오성훈씨 제공]

이들 20대 의료진들은 “고충도 많지만 응원하는 국민 덕에 힘이 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공보의 강산씨는 “치킨집 사장님이 찾아와 ‘앞으로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마다 치킨을 가져다 주겠다’고 하셨다”며 웃었습니다.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퇴근 후 곧장 보건소를 찾아와 밤늦게까지 자원봉사하는 의사들 덕에 업무 부담도 줄고 기운도 났다고 하더군요. SNS나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엔 현장 의료진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를 들려달라고 했습니다.
 

“검체 검사가 코 안쪽을 찌르는 거라 눈물도 나고 기분도 불쾌할 수 있어요. 그래도 제 얼굴 볼 때마다 '고생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강산)

 

“확진자를 가장 밀접하게 만나는 게 의료진이고, 고생하고 있는 것도 맞아요. 하지만 (감염병 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계속 지속해 나가고 있는 국민 한분한분 모두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정한솔)

 
최연수·김지아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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