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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감자'합니다, 일본은 고대 치즈 만들기...코로나 시대 농산물 소비운동

중앙일보 2020.03.15 05:00
한국에서 요즘 '핫'해진 농산물이 있다. 강원도 감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농산물 소비가 줄자 전국적으로 감자 소비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감자를 사주셔서 감사하다는 뜻의 '감자합니다'라는 인사말까지 나왔다. 
 

일본 헤이안 시대 고대 귀족 보양식 치즈
급작스런 휴교로 급식용 우유 남아돌자
인터넷 상에서 치즈 만들어 인증샷 인기

코로나로 타격 입은 농산물을 구입해 음식을 만들어 먹는 운동이 일어나는 건 일본도 마찬가지다. 현재 일본에선 귀족이 먹었다는 '고대 치즈(蘇)' 만들기 열풍이 불고 있다. 

 
일본에서는 고대 귀족들이 먹었다는 치즈 만들기 열풍이 불고 있다. 일본의 트위터리언이 자신이 만든 고대 치즈를 올린 인증샷. 상당한 수준을 자랑한다. [트위터]

일본에서는 고대 귀족들이 먹었다는 치즈 만들기 열풍이 불고 있다. 일본의 트위터리언이 자신이 만든 고대 치즈를 올린 인증샷. 상당한 수준을 자랑한다. [트위터]

 
13일 일본 현지언론을 종합해보면 이같은 '고대 치즈' 열풍이 분 이유는 급작스러운 휴교 때문이다. 아베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확대를 막기 위해 이달 초등·중학교에 휴교령을 내리면서 급식용 우유가 갈 곳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일본 낙농가에서는 '도저히 못 살겠다', '폐업할 수도 있다'는 아우성이 들리고 있다.  
 
이때 우유를 많이 소비하면 된다는 생각을 한 트위터리언이 있었다. '보쿠미케(@bokumike)'라는 아이디를 쓰는 그는 이달초 우유를 이용해 고대 치즈를 만드는 모습을 트위터에 올렸다. 일본 농림수산성 공식 계정에서 이를 리트윗한 뒤 전국적으로 유행하게 됐다.   
 
일본의 한 트위터리언이 올린 고대 치즈 인증샷 [트위터]

일본의 한 트위터리언이 올린 고대 치즈 인증샷 [트위터]

 
보쿠미케는 농업을 주제로 한 일본 유명 만화 『은수저』와 『백성귀족』을 읽던 중, 휴교 소식을 듣고 낙농업자를 걱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일본서 학교 급식에서 소비되는 우유가 전체의 10%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보쿠미케는 "소는 생물이므로 사룟값과 관리비가 들고 이런 경비는 각 농가가 부담한다"면서 "우유 소비가 줄어 문을 닫는 사람도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우유를 계속 사서 마시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여기서 착안한 게 치즈. 그는 "우유를 농축해서 먹으면 1인당 소비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일본 역사 수업에서 배웠던 고대 치즈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고대 치즈를 설명하고 있는 홈페이지 [아스카 밀크]

고대 치즈를 설명하고 있는 홈페이지 [아스카 밀크]

 
기원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헤이안 시대(794년~1185년) 문헌에는 한 말(18L)의 우유를 졸이면 한 되(1.8L)분량의 치즈(蘇)를 만들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잔칫상이나 불교 행사에 쓰인 이 음식은 약으로도 쓰였다. 헤이안 시대 권력자였던 후지와라 미치나가(藤原道長)가 아팠을 때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귀족들이 자양강장을 위해 먹었던 것이다.  
 
완성까지 시간은 좀 걸린다. 프라이팬에 2L의 우유를 붓고, 2시간 정도 계속 불에 올려놓는다. 주걱으로 천천히 우유를 젓는 단조로운 작업 때문에 중간에 졸릴 수도 있다. 보쿠미케는 "불에 올려놓고 스마트폰 게임을 하면서 저었다"고 전했다. 탄력이 생기면 반죽한 뒤 랩으로 싸서 모양을 가다듬는다. 냉장고에서 식히면 완성이다. 냉장고에서 하루 정도 재우는 게 젖 특유의 냄새를 없애는 비법이라고 한다.
 
우유를 장시간 저어 만드는 일본 고대 치즈 [트위터]

우유를 장시간 저어 만드는 일본 고대 치즈 [트위터]

일본에서는 고대 치즈 만들기 열풍이 불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갑자기 학교가 휴교하면서 급식용 우유가 갈 곳을 잃었기 때문이다. 우유를 파는 낙농업체를 도와주고 치즈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트위터]

일본에서는 고대 치즈 만들기 열풍이 불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갑자기 학교가 휴교하면서 급식용 우유가 갈 곳을 잃었기 때문이다. 우유를 파는 낙농업체를 도와주고 치즈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트위터]

 
치즈와 다른 음식을 함께 먹는 방법도 있다. 생햄을 곁들이거나, 크래커 위에 올린 뒤 꿀이나 잼을 발라 먹으면 맛있다는 평가다. 얇게 썬 것을 토스터에 살짝 구워 먹는 것도 별미다. 
 
완성품을 지인이나 친척에게 나눠준 결과, "아이가 정신없이 먹는다"는 반응이 나오는 등 호평이 많다. 트위터상에선 '#소(蘇)챌린지', '#치즈 사진을 올려라'라는 해시태그(#)가 유행 중이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로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조금이라도 낙농업자를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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