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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냉동만두 선물세트 들고 고향 갔던 시절 기억나나요

중앙일보 2020.03.14 08:00
출시 33주년을 맞은 '원조 냉동만두'인 고향만두. 중앙포토

출시 33주년을 맞은 '원조 냉동만두'인 고향만두. 중앙포토

[한국의 장수 브랜드] 30. 고향만두

 
대한민국 가정 냉동실에 한 봉지쯤은 비축된 특별 간식이 있다. 냉동만두다. 튀기거나 굽고, 국에도 넣어 먹을 수 있는 냉동만두는 국민 간식 자리를 수십 년째 꿰차고 있다.

[한국의 장수 브랜드] 30. 고향만두

 
국내 냉동만두 시장을 만들어 낸 건 해태제과의 ‘고향만두’다. 고향만두가 처음 출시된 건 1987년이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경제가 고속성장을 달리던 시기다. 가정마다 냉장고가 보급되면서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 
 
냉동식품 시대가 열린 것이다. 고향만두는 만두 시장 최장수 브랜드이지만 라면보다 24년이나 늦게 세상에 나왔다. 라면과 달리 만두는 냉동 상태에서 보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냉장고 보급률이 높아진 이후에야 탄생할 수 있었다.  
 
1987년 ‘고향만두’ 첫 CF모델이었던 배우 오미연(왼쪽)씨와 현석(오른쪽)씨. 사진 해태제과

1987년 ‘고향만두’ 첫 CF모델이었던 배우 오미연(왼쪽)씨와 현석(오른쪽)씨. 사진 해태제과

냉동기술 더해진 고급식품 이미지…명절 선물로

 
출시 당시 해태제과는 컬러TV 광고를 통해 고향만두가 온 가족이 함께 먹는 특식이란 것을 강조했다. 당시 인기드라마였던 ‘한지붕 세가족’의 배우 현석씨와 극 중 그의 아내 오미연을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아빠도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이 마케팅 전략은 적중했다. 고향만두는 출시 첫해에만 매출 200억원을 기록했다.  
 
출시 초기 고향만두의 위상은 지금과는 달랐다. 국내 대형 백화점 3사에 입점해 정육 세트, 고급 과일 등 다른 식품과 더불어 명절선물로 가장 많이 찾는 인기 품목이었다. 냉동기술이 더해진 고급식품이란 이미지 때문에 고향만두는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고향만두세트를 손에 든 명절 귀성객의 모습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다. 해태제과 측은 “당시 명절마다 힘들게 만두를 빚어야 했던 주부들이 고향만두 덕에 명절 스트레스를 더는 효과도 있었다”며 “고향만두가 가정간편식(HMR)의 효시”라고 했다.
 
해태제과 고향만두 교자. 사진 해태제과

해태제과 고향만두 교자. 사진 해태제과

제품 배합비 공개…냉동만두 시장 10년 만에 10배 껑충

 
해태제과는 출시 이듬해인 88년 핵심기밀인 고향만두의 제품 배합비를 공개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냉동만두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만두소 배합기, 자동성형기 등을 도입한 해태제과는 전 제품이 균일하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냉동만두 제조업계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
고향만두의 성공에 후발주자도 속속 시장에 진출했다. 제일냉동(1988년), 롯데햄우유(1988년), 대상(1990년)이 뒤를 이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질 낮은 냉동만두의 난립을 막고 시장을 키우기 위해 재료 배합비 등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국내 냉동만두 시장 규모는 87년 100억원에서 97년 1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지난해 냉동만두 시장 규모는 5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33년 사이 50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2010년대 이후 얇은 만두피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고향만두는 만두피 두께를 0.65mm까지 줄였다. 사진 해태제과

2010년대 이후 얇은 만두피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고향만두는 만두피 두께를 0.65mm까지 줄였다. 사진 해태제과

얇은 만두피 선호 높아져…0.65mm까지 줄여

 
원조 냉동만두인 고향만두도 시대 변화 흐름에 맞춰가고 있다. 1980~90년대 냉동만두는 양으로 경쟁해야 했다. 만두 속을 꽉 채우고 내용물이 터지지 않도록 만두피를 만들었다. 당시 만두피 두께는 1mm였다.
 
2010년대 이후 얇은 만두피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다양한 만두를 접한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고향만두도 얇은 만두피에 맞는 전용 밀가루를 개발했다. 최근 국내 냉동만두 업계 내 만두피는 0.7mm까지 얇아졌는데 고향만두는 0.65mm까지 줄였다. 찰 감자전분으로 탄력 있으면서 투명한 만두피를 만든 것이다.
 
고향만두는 프리미엄 제품 라인을 속속 출시하면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2007년 ‘고향만두 수(秀)’에 이어 2008년 ‘고향만두 궁(宮)’, 2014년 ‘고향만두 순’, 지난해엔 ‘소담’을 시장에 내놨다. 또 전자레인지 전용 샤오룽(2006년)을 비롯해 콘치즈톡톡, 토마토톡톡, 날개 달린 교자 제품도 선보였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맛을 좌우하는 주요 공정은 반드시 사람 손을 거치도록 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젊은 세대 입맛에 맞는 고급만두 개발이 미래 전략”이라고 했다.
 
고향만두는 33년 동안 7억 봉지가 팔렸으며 누적 매출은 1조 5000억원이다. 국민 1인당 먹은 고향만두 개수는 600개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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