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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당에 기회” 취지 어디 가고…거대 양당 비례 대결로

중앙선데이 2020.03.14 00:21 677호 5면 지면보기

민주당, 비례연합당 참여 후폭풍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례연합정당 참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심상정 정의당 대표 의원실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례연합정당 참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심상정 정의당 대표 의원실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13일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앞에 놓인 과제가 한둘이 아니어서 앞길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연합의 핵심 파트너인 정의당이 ‘참여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또 다른 파트너인 민생당도 거리를 두고 있어서다. 이대로라면 연합정당은 사실상 ‘비례민주당’이 되는 셈이다. 그럴 경우 “연합을 통해 미래통합당의 꼼수에 맞서겠다”는 취지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정의·민생당 동참 꺼려
심상정 “투표용지서 정의당 안 뺄 것”
김정화 “왜 스팸메일 가져오나” 일축

미래당 참여, 녹색당은 투표로 결정
비례 후보 규모, 순번 정하기도 난제

앞서 민주당은 지난 12일 오전 6시부터 24시간 동안 78만여 명의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비례연합정당 참여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었다. ‘민주당이 민주진보개혁 진영의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한 가지 질문에 찬반을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25만여 명이 투표에 참여한 결과 찬성 74.1%(17만9096명), 반대 25.9%(6만2463명)로 집계되자 민주당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보고를 거쳐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공식화했다.
 
이로써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민주당이 참여하는 비례연합정당 간 ‘비례 대결’이 이뤄지게 됐다. 지난해 말 범여권의 ‘4+1 협의체’가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명분은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결과적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 간의 비례 정당 대결이란 왜곡된 결말을 낳게 됐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와 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해 미래통합당의 반칙을 응징할 것”이라며 “본래 선거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어떤 희생도 마다치 않겠다. 소수 정당의 국회 진출을 우선하겠다”며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은 당장 이날 오후 정의당과 민생당 등 연합 파트너로 삼은 소수 정당 대표들을 찾아가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시작부터 강한 반발에 직면해야 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도 이날 오후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약 30분간 만나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제안했다. 그러나 심 대표는 민주당의 제안을 거절하며 ‘절대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을 선택하게 된 데 대해 매우 허탈하다는 입장을 (심 대표가 윤 총장에게) 전달했다”고 전했다. 심 대표는 “정의당 이름이 21대 총선 투표용지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이정미 정의당 공동선대위원장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도로에서 상대방이 과속하고 신호를 위반한다고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같이 그런다고 하면 대형사고가 나는 것”이라며 “정의당마저 그런 대열에 합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동참 요구에 대해서도 “비례정당의 명분이 없다는 걸 가리기 위해 정의당을 희생양 삼으려는 것 아니냐”며 “비례 위성정당의 꼼수 논란에 정의당이 알리바이가 되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민생당에게도 연합정당 참여를 제안할 예정이었다. 민주당이 이해찬 대표 명의의 친서를 김정화 민생당 공동대표에게 전달할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김 공동대표가 “(민주당이) 왜 스팸메일을 가져오려는지 모르겠다”고 일축하면서 양측 간 기싸움이 벌어졌다. 윤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김 공동대표가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예의를 배워야 하는 분하고 정치를 하기가 힘들다”고 비판했다.
 
결국 이날 윤 총장과 김 공동대표의 만남은 무산됐다. 김 공동대표는 “불쾌감의 표시이거나 아니면 국민 우롱 친서를 가져오기가 낯부끄럽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설득은 무산됐지만 16일까지 정의당과 민생당의 답변을 더 기다리겠다는 방침이다. 그런 가운데 다른 범진보 군소 야당 중 미래당은 참여를 결정했고, 녹색당은 이날부터 14일까지 당원 총투표를 통해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민주당 입장에선 군소 정당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 외에 연합정당 운영과 관련한 과제도 산적한 상태다. 민주당을 비롯해 연합정당 참여가 확정된 제 정당은 빅텐트 형식으로 하나로 모인 뒤 정당 명칭을 확정하고 당별 비례 후보 배분과 선출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 이와 관련, 송갑석 민주당 대변인은 “이번 주말에 실무작업을 하고 다음주 초쯤 공식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비례 당선 가능권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추릴지, 민주당 비례 후보를 연합정당에 어느 정도 규모에 어떤 위치로 이전할지 정하는 일도 난제다. 그 과정에서 빅텐트 내 파열음이 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연합정당에 참여하게 되면 7석을 후순위에 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또한 투표용지에서 연합정당의 기호를 상위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민주당 의원 꿔주기’도 후보 등록일 전까지 마쳐야 한다. 정당투표 기호 순서는 후보 등록 마감일인 27일 의석수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민주당 내에선 비례연합정당 참여 결정이 수도권 지역구 선거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반대해 온 한 민주당 의원은 “2~3%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서울·수도권 지역구가 20곳 이상일텐데 비례정당 참여에 실망한 중도·진보 유권자가 등을 돌리면 지역구 투표에서 우르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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