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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현직 총경, 재판서 '수사·기소 분리' 꺼내며 檢저격

중앙일보 2020.03.12 18:42
김병찬 총경이 2017년 11월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김병찬 총경이 2017년 11월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는 현직 경찰 총경이 법정 최후진술에서 "검찰은 한번 수사 방향을 결정하면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 한다"며 "검찰 수사팀과 완전히 분리된 별도의 팀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작심발언을 했다. 추미애(62) 법무부 장관의 ‘검찰 수사·기소 분리론'이 재판 현장에서 언급된 것이다. 
 

김병찬 총경의 검찰 저격 

이 작심발언의 주인공은 2012년 국정원 댓글수사 정보를 국정원에 누설한 혐의를 받는 김병찬(52) 경찰청 정보화장비과장(총경)이다. 김 총경은 2017년 12월 공소시효를 하루 앞두고 검찰에 기소됐다. 지난해 1심에선 대부분의 혐의에서 무죄를 받았다.
 
2012년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비방 댓글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이 2013년 1월 4일 오후 서울 수서경찰서에 소환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2012년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비방 댓글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이 2013년 1월 4일 오후 서울 수서경찰서에 소환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12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김 총경은 "지난 2년간 언론과 여론, 경찰조직으로부터 멸시와 조롱을 감당해야 했다. 제 가족도 아픔을 겪고있다"며 최후 진술을 이어갔다. 
 
2012년 12월 서울지방경찰청 수사2계장으로 근무하던 김 총경은 당시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사건 수사 상황과 수사결과 보도자료를 국정원에 알려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대선개입 혐의 재판에서 위증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있다. 
 

1심은 대부분 무죄  

지난해 9월 1심 법원은 김 총경에게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엔 무죄를, 김 전 청장 재판에서 '국정원 여직원이 국정원 소속인 줄 몰랐다'고 위증을 한 혐의엔 대해선 유죄를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법원은 "김 총경에게 수사 정보를 받았다는 국정원 정보관의 진술을 믿기 어렵고, 수사결과 보도자료를 배포 30분 전 국정원에 전달한 것은 비밀누설이 아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검찰은 항소심에서 1심과 똑같이 김 총경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김 총경은 법정에서 "제가 검찰 수사를 받으며 깨달은 것은 검찰은 한번 방향을 결정하면 남의 얘기를 잘 안 듣는다는 것"이라며 "검찰은 저와 권은희 의원의 주장이 상이한데도 대질신문도 안 하고, 권 의원 말만 들은 뒤 공소장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김 총경은 "검찰은 애당초 설계한 그림대로 수사하고 언론에 발표했다. 걸러주는 기능이 없다.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임은정 부장검사의 말에 많은 공감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4일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검찰개혁과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4일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검찰개혁과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임은정에 공감했다" 

지난해 10월 경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했던 임 부장검사는 당시 진행 중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언급하며 "지금은 검찰권 오남용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한 상황이다. 검찰권을 오남용하는 사람들에 대해 문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총경은 "검찰 수사에서 많은 부분의 무죄가 나도 검사님들이 책임지는 것을 못봤다"고 말했다. 
 
경찰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김 총경은 2017년 검찰에 기소된 뒤 경찰대학교 운영지원과장과 경찰청 정보화장비과장 등 주로 한직을 떠돌고 있다. 한 전직 경찰 관계자는 "경찰 내부에선 김 총경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도 있다"고 말했다. 
 
김 총경은 이날 최후진술을 하던 중 발언이 길어지는 것을 의식해 "중간 부분은 넘어가겠다"고 하자 재판장이 웃으며 "끝까이 읽으시라"고 말해 준비한 발언을 모두 할 수 있었다. 김 총경의 2심 선고는 내달 23일 오후 2시에 내려진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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