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스크 안쓰는 이탈리아, 되레 동양인 차별" 유학생 줄 귀국

중앙일보 2020.03.12 16:59
9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 도착한 승객들이 검역 등의 특별입국절차를 거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 도착한 승객들이 검역 등의 특별입국절차를 거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침 없자 '셀프 자가격리' 

이탈리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귀국하는 한국 유학생이 늘고 있다. 이탈리아 현지 대학에 교환학생 등으로 가 반년에서 1년간 공부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1달 만에 한국에 돌아온 것이다. 이들은 “이탈리아 시민들 중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이 없고 오히려 동양인을 배척하는 분위기다”고 입을 모았다.

 
이탈리아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지만 발열 여부를 확인하는 것 외에는 내국인에 대한 검사는 따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 유학을 중도에 그만두고 한국에 돌아온 학생 중 상당수는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아무런 지침이 없더라도 스스로 격리를 자처하고 있다.

 

"OT만 하고 학교는 못 가" 

9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귀국한 이희솔(22)씨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자고 일어나면 1000명이 느는 것을 보고 불안감이 커져서 귀국을 결정했다”며 “뉴스에서는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보이는데 길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도 없고 오히려 한국인을 경계하더라. 이런 점도 귀국을 앞당긴 이유다”고 말했다. 이씨는 증상이 없지만 만일의 상황을 막기 위해 2주간 집에서 나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11일 코로나19로 관광객 발길이 끊긴 이탈리아 로마의 포폴로 광장. [연합뉴스]

11일 코로나19로 관광객 발길이 끊긴 이탈리아 로마의 포폴로 광장. [연합뉴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귀국한 김효빈(23)씨는 “지난달에 오리엔테이션(OT)으로 딱 한 번 학교에 가봤고 그 이후엔 수업을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해 학교도 가보지 못했다”며 “한 학기 내내 수업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고 하고, 봉쇄로 인해 이동이 불가능해져 이탈리아에 있어도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한국도 코로나19 문제가 심각하지만 타지에서 감염돼 아프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도 컸다”고 덧붙였다.

 

"마스크 쓴 사람 없어 더 걱정"

12일 이탈리아에 있는 교민들과 귀국한 학생들에 따르면 이탈리아인 중에선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보기 어렵고 식당 등에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식재료를 사러 마트에 갔지만 사재기로 인해 파스타 등이 모두 동난 경우도 있다고 한다. 김씨는 “코로나19가 퍼지는 상황에서도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대다수인 것을 보고 사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항공편 취소에 귀국 쉽지 않아 

이탈리아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이 결항되는 일이 늘면서 귀국도 쉽지 않아지고 있다. 이탈리아-한국 간 직항편도 모두 끊긴 상황이다. 밀라노에 공부하러 갔다가 20일 만에 급히 귀국했다는 복예진(21)씨는 “KLM항공을 이용했는데 항공편을 구하기 위해 전화했다가 통화 연결까지 1시간 넘게 기다렸다”며 “이탈리아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경유지로도 다른 나라를 거치지 못 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9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마르코폴로 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취소된 모습. [독자제공]

9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마르코폴로 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취소된 모습. [독자제공]

 
10일 이탈리아에서 유학 도중 귀국한 한 학생도 “LOT폴란드항공편을 이용해 귀국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취소돼서 아에로플로트 항공권을 새로 구해야만 했다”고 전했다.  
 

"확진자 폭증에 인종차별 더 심해져"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오랫동안 준비했고 귀국할 경우 학업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남기로 결정한 학생들도 있다. 이탈리아 시에나에서 유학 중인 장세현(21)씨는 “이탈리아 현지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갈수록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해지고 있다”며 “지금 귀국하면 학업 계획에 전부 문제가 생겨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면서 남기로 했다”고 했다. 장씨의 학교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