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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4억 털린 조국집회 후원금···與공천 김남국 "알고 있었다"

중앙일보 2020.03.12 12:01
이종원 개국본 대표(왼쪽)가 지난해 10월 16일 '시사타파TV' 유튜브 방송에서 김남국 변호사와 서초동 집회에서 쓴 회비 정산 방송을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종원 개국본 대표(왼쪽)가 지난해 10월 16일 '시사타파TV' 유튜브 방송에서 김남국 변호사와 서초동 집회에서 쓴 회비 정산 방송을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지난해 ‘조국 수호’ ‘검찰 개혁’ 구호를 내걸고 서초동ㆍ여의도 집회를 주최한 시민단체는 ‘개싸움 국민운동 본부(현재는 개혁국민운동본부ㆍ개국본)’다. 유튜브 방송 ‘시사타파TV’ 진행자 이종원(47)씨가 대표다. 그런데 개국본 후원 계좌가 집회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9일 보이스피싱 피해를 봤다. 피해 규모는 4억원.
 

이종원 '개국본' 대표
안산단원을 공천 김남국 변호사

그런데 이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이 경기 안산 단원을 지역구에 전략 공천한 김남국(38) 변호사는 같은 달 16일 시사타파TV 유튜브 방송을 통해 계좌 지출 내용을 공개하며 “회비를 집회에 투명하게 썼다”고 주장했다. 이후로도 보이스피싱 사실을 공개한 적은 없다. 보이스피싱 사실을 숨긴 채 모금을 했다는 본지 보도에 대해 “후원금 얼마를 모금해 어디에 썼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와 김 변호사를 각각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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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개국본 대표

이종원 개국본 대표가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집회에서 '조국 수호' '검찰 개혁' 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앙포토]

이종원 개국본 대표가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집회에서 '조국 수호' '검찰 개혁' 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앙포토]

보이스피싱 규모가 크다. 사건 전말을 알려달라.
범인이 계좌 관리자 김모(51)씨에게 정말 치밀하게 접근했다. 여러 명이 돌아가며 ‘경찰입니다. 방금 백화점에서 신용카드로 얼마를 썼죠?’라고 물은 뒤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면 계좌가 털렸다며 놀라게 하는 식이다. 검찰 수사관, 검찰을 사칭하며 1~2분 간격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성별까지 바꿔가면서 김씨 혼을 빼놨다. ‘계좌를 수사 의뢰하려면 돈을 옮겨놔야 한다’고 해서 일회용 비밀번호생성기(OTP) 번호까지 불러주는 바람에 당했다. 나도 처음엔 이해가 안 됐다. 조직적으로 덤벼들면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는다고 하더라. 
 
감추지 말고 후원자에게 알려야 했지 않나.
피해를 본 뒤 경찰에 발 빠르게 신고했다. 수사 중이라 공개할 수 없었다. 경찰이 수사를 마치면 회수하지 못한 금액과 회수한 금액이 얼마인지 다 공개할 예정이었다. 이후 받은 회계감사 보고서에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을 명시했다.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었다면 경찰에 신고했겠나. 상식적으로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100% 환수하기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다.
 
계좌 검증을 함께 한 김남국 변호사도 같은 생각이었나.
김 변호사는 지출 내역을 보고 이 부분(보이스피싱)에 대해선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줬다.
 
지출 내역만 언급하는데 후원금 규모가 얼마인가.
집회 회차별로 정리해서 잘 모르겠다. 내가 돈을 관리한 게 아니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난다. 나는 일체 10원도 후원받은 게 없다. 모든 게 김씨 계좌를 통해 들어왔다. 다시 말하지만 숨기고 싶었다면 왜 경찰에 신고하고 김남국 변호사에게 알렸겠나.
 
12월 집회를 마친 뒤 받은 후원금은 어디에 썼나.
집회가 끝나고 사단법인을 만들었다. 후원금이 어디 쓰였는지 대해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현재는 시민운동 인건비ㆍ운영비로 쓰는 정도로만 말씀드릴 수 있다.
 

김남국 변호사

지난 7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에서 '조국 백서' 필자 김남국 변호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에서 '조국 백서' 필자 김남국 변호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원 계좌가 보이스피싱 당한 사실을 알고 있었나.
알고 있었다. 다만 알고도 계좌 검증 방송을 했는지 부분에 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
 
검증 방송은 지난해 10월 16일 했는데, 보이스피싱을 신고한 건 일주일 전인 9일이다. 알고 방송한 것과 모르고 방송한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어서 묻는다.
그것까지는 몰랐다. 지출 내역만 봤다. 통장을 다 보지는 못했다.
 
피해 사실을 알았다면 후원자가 들고일어났을 것이다. 사실을 감추고 검증 방송을 한 건 기망 아닌가.
기망이라면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한 착오를 일으키도록 적극적으로 속여야 하는 데 그런 것은 아니었다. 법률적인 측면에서라든지, 촛불 집회에 참여한 대다수 시민이 이 내용을 평가하는 건 다른 시각일 거다. 변호사이기 때문에 지출 내역만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제대로 검증하려면 회계감사 등을 통해서 통장 내역을 전부 들여다봐야 한다.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면 후원금을 내려는 지지자들의 생각이 바뀌었을 거란 생각은 안 하나.
가정에 불과하다.
 
나중에 알았더라도 계좌를 검증한 변호사로서, 더구나 이번에 총선 공천을 받은 민주당 후보자로서 사과하거나, 최소한 알려야 했지 않나.
사과는 말이 안 된다. 내 직업은 변호사다. 예컨대, 예를 든다는 것을 분명히 전제로 이 대표가 내게 보이스피싱 관련 법률 상담을 했다고 하면 나는 그에 대해 말할 수 없는 거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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