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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장면만 5번 NG"···코로나 인강에 60대 교수님 진땀 난다

중앙일보 2020.03.12 11:30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실시간 온라인 원격 강의를 진행한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사진은 실시간 원격 강의하는 DGIST 박종래 교수 모습. [사진 DGIST]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실시간 온라인 원격 강의를 진행한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사진은 실시간 원격 강의하는 DGIST 박종래 교수 모습. [사진 DGIST]

서울 소재 4년제 사립대학의 A교수는 이번 주 내내 동영상 촬영으로 씨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대학 개강 후 2주 동안 온라인 수업을 하라는 교육부와 대학 방침에 따라 수업 동영상을 준비 중이다.
 
60대 초반인 A교수는 부랴부랴 ‘웹캠’부터 주문했다. 연구실에서 스스로 강의를 촬영하기 위해서다. 학교에 스튜디오가 있지만 모든 교수가 급히 영상을 준비해야하는 상황상 학교 시설·장치를 제대로 이용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A교수는 “강의를 녹화해야 할 교수가 500명이 넘는데, 교내 스튜디오는 대여섯 곳밖에 없어 직접 찍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첫 단계인 웹캠 설치를 간신히 해낸 다음에는 혼자서 촬영 위치를 잡느라 진땀을 흘렸다. 화면이 왼쪽으로 치우친 것 같아 위치를 바꾸면 반대로 오른쪽으로 치우쳤다.
 
A교수는 “25년 동안 강단에 섰지만 동영상 강의를 촬영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허공에 대고 말하는 게 어색해 인사 장면을 찍는 데만 대여섯번 ‘NG’가 났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교수들이야 그나마 낫겠지만 나처럼 나이든 교수들은 정말 난처할 것”이라고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오는 16일로 개강이 연기된 각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로 수업을 대체하기 위해 영상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인천광역시 계양구 경인여자대학교 김귀현 교수가 보건의료관리 교육과목 강의 영상을 녹화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오는 16일로 개강이 연기된 각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로 수업을 대체하기 위해 영상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인천광역시 계양구 경인여자대학교 김귀현 교수가 보건의료관리 교육과목 강의 영상을 녹화하고 있다. [뉴스1]

준비 안 된 온라인 수업에 교수들 혼란 

갑작스레 개강 이후 2주 간의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게 된 대학이 혼란에 빠졌다. 정부가 원격 수업을 권장하고 있지만 대부분 대학은 경험이 부족하다. 특히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노(老)교수 중에는 촬영부터 난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한다.
 
상당수 대학들은 교수들이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2~3가지 방식의 온라인 강의를 권장한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프리젠테이션 자료(PPT)에 교수 강의 모습을 함께 내보내거나 음성만 입히는 방식이 꼽힌다. 이외에도 스튜디오나 학생들이 없는 강의실에서 수업을 진행한 후 이를 촬영하거나 실시간으로 양방향 원격 수업을 하는 형태도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아직 어떤 방식으로 온라인 강의를 할지 정하지 못했다”이라며 “PPT 자료 화면에 목소리 입히는 방식이 가장 간단하긴 한데, 학생들이 집중력이 떨어질 것 같아 실시간 방식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대학 온라인 강의 인프라·경험 부족

그동안 교육부는 일반대학의 원격수업 운영기준을 전체 교과목의 20%로 제한해왔다. 사이버대 같은 원격대학의 반발 때문이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를 한 학기 동안 적용하지 않겠다는 계획이지만, 해당 기준에 맞춰 원격강의에 소극적이었던 대학들이 갑자기 이를 활성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국대학교수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경희대‧고려대‧성균관대 등 전국 213개 대학의 온라인 강의 비중은 0.92%에 그쳤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11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대학가 코로나19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11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대학가 코로나19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격 강의 확대로 인한 비용 발생도 대학은 부담스럽다. 촬영‧편집 장비 등을 갖춰야 하고 학생들이 동시에 접속하기 위한 대용량 서버도 필요하다. 기존에 관련 인프라가 없던 대학들이 이를 새롭게 마련하려면 수억 원이 필요하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12년째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예정에 없던 지출까지 생기니 재정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사태가 국가를 넘어 세계적 재난인 만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등록금 돌려달라” 학생들도 불만 커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가 불만이다. 현장 강의보다 집중도 떨어지고 궁금한 내용을 바로 해결하지 못해서다. 서울대 등 전국 27개 대학 총학생회가 연합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대학‧교육부의 대책 마련과 등록금 반환 등을 요구했다. 대구‧경북지역 총학생회도 지난 7일 ”온라인 강의를 통해 교육의 수준이 떨어지지 않도록 세부지침 마련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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