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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단독] 택시 지역 칸막이 손댄다···스타트업 "성사되면 김현미 찬양"

중앙일보 2020.03.12 11:00
서울 한 LPG 충전소의 택시기사들. 전국 택시 기사 중 31%가 65세 이상이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 한 LPG 충전소의 택시기사들. 전국 택시 기사 중 31%가 65세 이상이다. 사진 연합뉴스

‘이제 타다 못 타면…승차 거부, 기사 불친절 어떻게 하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각종 택시 규제 완화에 시동을 걸었다. 타다의 빈자리로 더욱 부각될 ‘택시 품질’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규제를 풀어 택시 업계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건데, 카카오 등 택시 기반 모빌리티 업체들이 날개를 달지 주목된다.

평창 때도 못 풀었던 택시 귀로영업 완화 움직임

 

무슨 일이야

국토교통부는 지난주 ‘택시 귀로영업 규제를 완화하려 하니, 업계 의견을 듣고 알려달라’는 공문을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보냈다.
서울시는 최근 고용노동부에 ‘택시회사가 청년고용장려금을 받도록 기준을 예외 적용해달라’ 요청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택시 광고 규제를 완화했다. 광고 면적이 늘었고, 모범·대형 택시에도 광고를 붙일 수 있게 됐다.
 

무슨 의미야

-정부 차원에서 택시 승차 거부, 기사 고령화, 경영난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타다는 4월 11일부터 대표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을 중단한다. 지난 6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따른 결정이다. 승차 거부 없고 쾌적했던 타다 베이직의 중단을 아쉬워하는 승객들이 있다.
-타다는 멈췄는데 택시 품질이 여전하면, 승객의 불만이 정부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나선 배경이다.
 

이게 왜 중요해

① ‘귀로 영업’은 승차거부 직결된다.
-택시는 사업구역 내에서만 운행할 수 있다. 보통 시군 단위다(여객자동차법 시행규칙 10조).
-예를 들어, 인천 택시가 손님 태우고 서울에 왔다면, 서울에 머물거나 다른 데 가는 손님 태우지 말고 ‘서울→인천’ 직행 손님을 태워 돌아가라는 게 ‘귀로영업’이다. 그런 손님 없으면 빈차로 돌아가야 한다. 어기면 과징금을 문다. 
-국토부의 개선안은 ‘귀로영업 시 2km까지는 사업구역을 벗어나도 된다’는 내용이다.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승차거부와 심야 승차난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택시도 손님을 더 많이 태울 수 있다.
 
② ‘청년고용장려금’은 기사 고령화와 직결된다.
-전국 택시기사 중 31.3%가 65세 이상이다. 40세 미만은 1.1%. 택시회사들은 ‘나이 든 기사가 많아 서비스 개선이 어렵다’고 얘기한다. 그렇다고 젊은 기사를 우대 채용할 만큼 돈은 없다는 입장이다. 
-택시회사들은 고용노동부의 ‘청년고용장려금’을 받아 젊은 기사 임금을 일부 충당하려 했다. 그런데 장려금 받을 요건이 안 됐다. 장려금은 직원 수를 늘려 청년을 추가 채용했을 때 주는데, 대부분 택시회사가 직원이 줄었다.
-그런데 이달 초 서울시 공무원이 직접 세종시 고용노동부 청사를 방문해 ‘요건을 완화해서 택시회사들이 장려금을 받게 해 달라’ 요청했다.
 
③ ‘택시광고 규제 완화’는 택시 수익과 직결된다
-서울시는 지난달 ‘택시광고 개선 계획’을 내놓았다. 모든 택시에 광고를 할 수 있고, 택시 뒷면 광고도 허용했다. 자치구에 신청한 후 시의 승인을 받아야했던 이중 규제도 없앴다.  
-택시 광고가 늘면 개인·법인 택시는 대당 월 몇 만원이라도 수입이 늘어난다.
 

누구에게 좋을까

-카카오모빌리티 등 사업자들은 국토부에 ‘역차별’을 호소해왔다. 타다와 달리, 카카오같은 택시 기반 사업자는 사업구역·차고지 같은 규제를 받아 사업하기가 힘들다는 주장.
-택시 규제가 완화되면 카카오모빌리티·KST모빌리티·코나투스 같은 택시 기반 사업자에게 득이 된다. 
-특히, 귀로영업 허용 등 사업구역에 대한 규제 완화는 효과가 크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촘촘한 구역 제한 없이 앱 호출에 기반해 끊김없이 배차할 수 있다. 대량의 택시 면허 규모가 경쟁력이 된다. 
-기존 택시업계는 수입이 다소 늘어날 수 있다. 사업구역 문제는 지역별로 입장이 갈린다. 
 

나와 상관 있나

-늦은 밤 서울 강남역 앞에 줄 선 택시를 타려다가 “경기 택시라서 못 태웁니다” 라는 말을 듣는 일이 없어진다. 귀로영업 규제가 완화된다면.
-세종시의 심각한 택시 승차난도 해소될 수 있다. 2㎞까지 귀로영업이 가능하면, 인근 청주·공주시의 택시가 세종을 드나들 수 있다.
 

그래서, 바뀔까 

-귀로영업 규제 완화는 곧 택시 사업구역 제도를 건드리는 건데, 지역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만만치 않다. 택시가 크게 부족했던 평창동계올림픽 때도 이 제도는 굳건했다. 개최지인 ‘평창-강릉-정선’끼리만 사업구역을 풀었을 뿐, 타 지역 택시엔 문을 안 열었다. 한 모빌리티 업체 임원은 “사업구역 제한을 풀면 김현미 장관을 찬양하겠다”고 말할 정도.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택시에만 장려금 조건을 완화하기는 어렵다"며 "청년 채용을 위한 예산인데, 기업의 인건비 보조금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웨이고블루' 택시(현 카카오T블루)에 탑승한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사진 뉴스1

지난해 '웨이고블루' 택시(현 카카오T블루)에 탑승한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사진 뉴스1

더 알면 좋은 점

-전국 택시는 과잉이지만, 일부 지역은 택시를 늘린다. '지역별 총량제' 때문이다. 면허 발급권은 지자체장에게 있다. 
-택시 면허 발급은 무료지만, 면허 회수엔 세금이 들어간다. 한 동네는 무료로 택시 면허를 내주고, 옆 동네는 세금을 써서 택시 면허를 줄이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팩플] "그래서, 팩트(fact)가 뭐야?"
이 질문에 답할 [팩플]을 시작합니다. 확인된 사실을 핵심만 잘 정리한 기사가 [팩플]입니다. [팩플]팀은 사실에 충실한 '팩트풀(factful)' 기사, '팩트 플러스 알파'가 있는 기사를 씁니다. 빙빙 돌지 않습니다. 궁금해할 내용부터 콕콕 짚습니다. '팩트없는 기사는 이제 그만, 팩트로 플렉스(Flex)해버렸지 뭐야.' [팩플]을 읽고 나면 이런 소리가 절로 나오게끔, 준비하겠습니다.

팩트로 F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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