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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란 32가지 합리적 의심" 숙명여고 교무부장 마지막 반격

중앙일보 2020.03.12 05:00
# 답을 미리 입수했다면 왜 메모장에 기출문제집이나 교과서, 프린트 등으로 공부하겠다는 계획을 썼을까요?
# 검찰 주장대로 치밀한 시험 부정의 범죄자라면, 왜 딸들은 범행의 흔적이 남은 시험지와 메모지를 버리지 않고 집에 보관했을까요?
# 미리 외운 답으로 시험을 쳤다면 딸들은 왜 16개 답만 외우면 됐을 음악 과목을 굳이 공부해서 쳤을까요?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뉴스1]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뉴스1]

숙명여고 문제유출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전 교무부장 현모(53) 씨 측이 대법원에 원심판결을 반박하며 제시한 ‘합리적인 의심’ 32가지 중 일부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2일 오전 10시 10분 현씨에 대한 상고심 판결을 한다.

 
지난해 열린 1심은 “ 현씨가 숙명여고의 업무를 방해한 죄를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며 징역 3년 6월을, 2심은 “딸들이 사전에 입수한 시험지로 숙명여고 학사업무를 방해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된다”며 현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현씨측은 70쪽에 달하는 상고이유서를 통해 대법원에 최후 변론을 했다.

 

“성적 급상승, 이례적 아냐” 주장

 서울 숙명여고 정문. [연합뉴스]

서울 숙명여고 정문. [연합뉴스]

하급심 판결에서는 “두 딸의 성적이 급격하게 향상된 점이 이례적이고, 외부 요인의 개입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봤다. 하지만 변호인은 이를 “형사재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선입견과 예단”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숙명여고에서 성적 급상승 사례는 다수”라며 1학년1학기 때 179등에서 2학년1학기 때 5등으로, 1학년1학기 때 249등에서 2학년1학기 때 4등으로 성적이 오른 사례 등 9건의 성적 급상승 사례를 제시했다.

 

무죄의 합리적인 의심들

현씨측은 “합리적 의심 없이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변호인은 “관념적이거나 추상적인 가능성이 아닌, 이성적 추론에 근거한 합리적 의심”이라며 상고이유서를 통해 32가지 질문을 던졌다.  
 
1학년 2학기 중간고사를 10일 앞둔 2017년 9월 15일, 쌍둥이 딸은 아버지에게 “이번에는 수학시험을 잘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문자를 보낸다. 변호인은 “이때는 수학시험 문제도 출제되기 전이라 답안 유출 가능성이 전혀 없을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심판결대로라면 그 시점에 답안 유출을 부탁하거나 가능한지를 물었어야 하는데 왜 '시험을 잘 볼 수 있겠다'고 보냈을까" 라고 물었다.  
 
또 “휴대전화에 개인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온갖 정보가 다 들어있는데, 어떻게 현씨나 두 딸의 휴대전화에서 답안 유출을 의심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단서조차 발견되지 않았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딸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성적임에도 현씨가 자칫 자신이나 두 딸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는 ‘문제 유출’을 인생을 걸고 마음먹을 절박한 동기가 있었겠느냐고도 물었다.    
 
'문제유출' 숙명여고 쌍둥이의 시험지 [연합뉴스=수서경찰서 제공]

'문제유출' 숙명여고 쌍둥이의 시험지 [연합뉴스=수서경찰서 제공]

덧붙여 법리적 문제도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현씨가 정기고사마다 모든 과목 답을 유출했다고 기소됐으니 과목별뿐만 아니라 자녀별로도 답안 유출을 입증할 근거가 있는지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답안 유출의 흔적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과목들도 막연한 가능성과 의심만으로 1ㆍ2심에서 전과목 유출 유죄로 인정됐고, 두 딸에게 어떻게 다르게 전달됐는지도 입증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변호인은 “현씨에게 형벌의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면 현씨와 두 딸 및 한 가족의 운명을 가르는 이 사건에서 억울함과 통한이 남지 않는 결말을 지어달라”고 대법원에 호소했다. 현씨는 12일 대법원 판결이 진행된다. 두 딸의 재판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심리중이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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