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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국 집회 주최단체, 후원금 중 4억 털리고도 계속 쉬쉬

중앙일보 2020.03.12 05:00 종합 2면 지면보기
이종원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 대표가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집회에서 '조국 수호' '검찰 개혁'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개국본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지지하는 이 집회를 주최했다. [중앙포토]

이종원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 대표가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집회에서 '조국 수호' '검찰 개혁'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개국본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지지하는 이 집회를 주최했다. [중앙포토]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둘러싸고 일명 ‘서초동 집회’를 주최한 시민단체가 후원 계좌의 보이스피싱 피해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모금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단체는 계좌에 문제가 생긴 뒤에도 유튜브 방송을 통해 “후원 계좌를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며 참여를 독려했다.

서초동·여의도 집회 이끈 ‘개국본’
작년 10월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
1주 뒤 김남국 등 “투명 집행” 방송
김 “피해 알고 방송했나 확인 못해줘”
회원 “속은 기분…지출내역 밝혀라”

 
지난해 ‘조국 수호’ ‘검찰 개혁’ 구호를 내걸고 서초동ㆍ여의도 집회를 주최한 친여(親與) 성향 시민단체는 ‘개싸움 국민운동 본부(개국본)’다. ‘개싸움은 우리가 할 테니 문재인 정부는 꽃길만 걸으시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개국본은 9월 16일부터 12월 14일까지 15차례 열린 집회를 기획했다. 유튜브 방송 ‘시사타파TV’ 진행자 이종원(47)씨가 대표다. 시사타파TV 구독자는 38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5일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8차 촛불집회. 주최 측은 30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뉴스1

지난해 10월 5일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8차 촛불집회. 주최 측은 30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뉴스1

개국본이 집회 개최 등에 쓴 돈은 간부 김모(51)씨 개인 계좌를 통해 받은 후원금이었다. 인터넷 카페에 김씨 계좌를 공지하고 월 회비 명목으로 후원금을 받았다. 지지자들은 ‘OOO 이름으로 3년 치 회비를 납부했다’는 식으로 개국본 카페에 줄줄이 인증 글을 올렸다. 김씨 계좌엔 20억원 이상 후원금이 몰렸다. 개국본은 대규모 인원(주최 측 추산 100만명 이상)이 참여하기 시작한 9월 28일 7차 집회부터 매번 집회마다 1억원 이상을 썼다.

 
그런데 사고가 터졌다. 개국본은 지난해 10월 9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김씨 계좌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봤다”고 신고했다. “5억원이 들어있었는데 속아서 4억원을 다른 계좌로 송금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의 신고에 따라 계좌를 즉시 동결했으나 이미 송금액 중 상당 금액이 빠져나간 상태였다”며 "5개월여간 수사를 했으나 아직 범인에 대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고가 터진 시점은 조 전 장관이 자진사퇴(지난해 10월 14일)하기 직전이다.  
 
후원금을 낸 지지자는 보이스피싱 피해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이 대표는 김남국(38) 변호사와 함께 10월 16일 ‘1~9차 월 회비 정산’ 이란 제목의 시사타파TV 방송도 진행했다. 김 변호사는 ‘조국 백서’ 저자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를 경기 안산 단원을 지역구에 전략 공천했다. 이 대표와 김 변호사는 방송에서 개국본 계좌 지출 내용을 공개하며 “회비를 집회에 투명하게 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송 시점은 보이스피싱 사실을 경찰에 신고한 이후였다. 이 대표는 같은 달 29일 인터넷 카페에 “12차 촛불 문화제 이후 회계 감사 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한 개국본 회원은 “방송을 보고 후원금을 투명하게 쓰는 것 같아 월 회비를 냈는데 보이스피싱 당한 사실을 숨겼다니 속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조 전 장관을 지지하고 검찰 개혁을 바라는 취지에서 낸 후원금을 집회 종료 이후 어떻게 썼는지 상세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원 개국본 대표(왼쪽)가 지난해 10월 16일 '시사타파TV' 유튜브 방송에서 김남국 변호사와 서초동 집회에서 쓴 회비 정산 방송을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종원 개국본 대표(왼쪽)가 지난해 10월 16일 '시사타파TV' 유튜브 방송에서 김남국 변호사와 서초동 집회에서 쓴 회비 정산 방송을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에 따르면 회원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공개 장소에서 1000만원 이상 기부금을 모을 때는 지방자치단체나 행정안전부에 사전 등록하게 돼 있다. 등록하지 않고 1000만원 이상 기부금품을 모집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기부금을 모집 목적과 다르게 쓸 경우 사기죄도 적용할 수 있다.
 
서울시와 행안부에 확인한 결과 개국본은 서초동 집회 주최 당시 기부금품 모집 단체로 등록하지 않았다. 올해 1월 3일에서야 서울시에 ‘개혁국민운동본부’란 이름의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다. 그리고 2월 5일부터 김씨 계좌가 아닌 법인 계좌를 통해 후원금을 받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보이스피싱 수사가 끝난 뒤 후원자에게 알리려고 했다”며 “일부러 감춘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남국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사실을 알고도 정산 방송을 진행했는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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