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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자리잡는 ‘청중 없는 공연’ 코로나로 대세 될까

중앙일보 2020.03.12 00:03 종합 19면 지면보기
7일 KT체임버홀에서 코로나19로 관중 없이 열린 공연. 녹화해 VOD로 서비스했다. [사진 KT]

7일 KT체임버홀에서 코로나19로 관중 없이 열린 공연. 녹화해 VOD로 서비스했다. [사진 KT]

서울 목동의 KT체임버홀에서는 2009년부터 매월 첫째·셋째 토요일에 클래식 음악 공연이 열린다. 올해로 11주년, 256회를 넘겼다. 하지만 코로나 19의 여파로 지난달 15일 이후 세 차례 공연이 취소됐다. 1만·2만원 티켓을 구매했던 청중은 환불을 받았다.
 

‘마리 퀴리’ 녹화중계 조회수 21만
“온라인 공연 확산은 예견됐던 일”

하지만 ‘사라졌던 공연’이 다시 열렸다. 7일 이곳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 첼리스트 주연선 등이 무대에 올라 연주했다. 청중은 없었다. 대신 KT가 공연 전체를 녹화해 11일부터 올레TV를 통해 VOD로 제공했다. 공연을 기획하고 해설하는 피아니스트 김용배(추계예술대학교 명예교수)는 “문화예술이 이렇게 멈춰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으로 공연을 재개하게 됐다”며 “KT가 이미 중계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했다.
 
무관중 공연과 공연 중계가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엔 새로운 시도 정도였지만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11~25일 매일 공연, 단편영화 총 30편을 온라인에 업로드한다. 한예종 음악원은 기존에 계획돼 있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 연주 8회 중 첫 회를 온라인 중계로 전환했다. 27일 오후 7시30분 서울 서초동 한예종 내의 이강숙홀에서 학생 4명이 출연해 베토벤 소나타 4곡을 연주한다. 김대진 음악원장은 “코로나로 인해 연주 취소를 검토하던 중 관객 없이 연주해 온라인으로 중계할 수 있는 방법이 이미 있으니 취소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산실-올해의 신작’은 네이버에서 이미 수년 전부터 중계돼왔지만 6일 생중계한 무용 ‘히트&런’은 더 화제가 됐다. 호응도 좋다. 2일 저녁 네이버TV에서 녹화 중계된 ‘마리 퀴리’는 조회 수 21만을 기록했다.
 
출연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지난달 26일 바리톤 이응광으로 시작한 ‘방구석 클래식’은 피아니스트 임현정,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윤 등이 바통을 이어받아 릴레이로 ‘랜선 음악회’를 열고 있다. 시리즈를 주관하는 봄아트프로젝트의 윤보미 대표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주자가 많았다”며 “젊은 연주자들은 특별한 장비나 장소가 없어도 본인의 연습 공간, 방에서 소통하는 점을 오히려 즐긴다”고 전했다.
 
기존의 온라인 공연 중계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도 컸던 것이 사실이다. 네이버는 2015년 뮤지컬 ‘데스노트’ 쇼케이스 중계로 생중계를 시작했지만 ‘홍보 수단에 불과하다’ ‘공연 관객을 잠식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장예술의 정체성을 위협할 것이라는 입장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으로 중계 문화에 출연자와 관객 모두 익숙해지고 있다. 온라인으로 클래식 콘텐트를 만들어온 디지털클래식의 박진학 대표는 “관객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편한 방식으로 문화 콘텐트를 만나는 온라인 공연의 확장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는데 코로나 시국으로 그 변화 속도가 확 앞당겨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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