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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씩 갖자” 판교에 이중등기 성행

중앙일보 2020.03.12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경기도 판교신도시 산운마을 11단지 공공임대아파트 전경. [중앙포토]

경기도 판교신도시 산운마을 11단지 공공임대아파트 전경. [중앙포토]

한때 ‘로또 신도시’로 불렸던 경기도 성남의 판교신도시가 시끄럽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저소득층 대상으로 공급한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때문이다. LH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임대 의무기간 10년이 지난 단지를 잇따라 분양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 와중에 웃돈(프리미엄)을 챙기려는 입주민과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가 가세해 ‘복등기(이중등기)’ 거래까지 등장했다. 주변 아파트 시세는 비싸졌는데 분양전환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틈새를 겨냥한 거래다.
 

10년 임대종료 분양전환 될 아파트
5억~10억 목돈 못 구한 입주민
차익 노린 매수자와 복등기 계약
잘못되면 분양대금 소송 갈 수도

판교신도시 산운마을 11, 12단지의 임대기간은 지난해 9월 종료됐다. LH는 분양전환 가격을 3.3㎡당 2100만~2300만원으로 정했다. 산운마을 12단지의 전용면적 55~59㎡는 4억5935만~5억737만원이다. 산운마을 11단지 59㎡형의 분양전환 가격은 5억1154만원이다. 근처에 있는 비슷한 면적의 아파트보다 4억원가량 싸다. 인근 산운마을 10단지 59㎡형은 지난달 9억69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7월 임대기간이 종료된 원마을 12단지도 비슷한 상황이다. 원마을 12단지 전용면적 101~118㎡는 8억7427만~10억1251만원으로 분양가가 결정됐다. 인근 단지보다 3억원가량 저렴하다. 원마을 11단지 115㎡형의 지난 1월 실거래가는 13억6000만원이었다. 기존 입주민이 분양전환 기간(임대 종료 후 1년) 동안 임대 아파트를 분양받지 않으면 집을 비워줘야 한다. 원마을 12단지는 오는 9월 15일, 산운마을 11, 12단지는 12월 8일까지다. 만일 입주민이 분양전환을 포기하면 LH가 일반 분양으로 돌릴 수 있다.
 
임대주택 입주민으로선 분양전환을 위한 목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일부 입주민이 웃돈을 주겠다는 매수자에게 분양권을 넘겨 주는 거래를 선택하는 이유다. 그런데 입주민과 매수자가 직접 집을 사고파는 거래를 할 수는 없다. 입주민이 LH에서 집을 분양받기 전에는 집주인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복등기라는 복잡한 거래가 등장한 배경이다.
판교신도시 임대아파트 분양전환 시기

판교신도시 임대아파트 분양전환 시기

 
우선 매도자인 입주민과 매수자는 매매 계약서를 작성해 공증을 받는다. 그러면 매수자는 현금을 준다. 이 돈으로 입주민은 LH에 분양대금을 내고 소유권 등기를 한다. 그 즉시 매수자는 본인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신청하는 식이다.
 
계약이 순조롭게 이행되면 서로 이익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분양전환 가격이 5억원인 59㎡형 아파트는 7억~8억원에 복등기 계약이 이뤄진다. 임대주택 입주민으로선 2억~3억원의 웃돈을 챙길 수 있다. 매수자도 주변 시세(9억원대)보다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살 수 있다. 분양전환 아파트는 일반적인 아파트 분양권과 달리 전매제한 기간이 없다. 입주민이 임대주택을 분양으로 전환하는 즉시 되팔아도 불법이 아니다.
 
문제는 매도자인 입주민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다. 만일 매수자가 준 돈으로 입주민이 분양대금을 내지 않고 다른 곳에 썼다면 일이 복잡해진다. 이후 민사재판을 거쳐야만 돈을 돌려받을 수도 있다. 일반적인 주택 거래에선 보기 힘든 위험을 매수자가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계약서의 공증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매수자의 아파트 소유권을 보장하지 못한다. 분양대금을 내기 전까지는 LH가 집주인이기 때문이다. LH로선 이런 식의 거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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