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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4% 성장? 어림없다…한국 완전 경기침체 갈 것”

중앙일보 2020.03.12 00:02 경제 1면 지면보기
스티븐 로치

스티븐 로치

“올해 상반기 한국 경제는 완전한 경기침체(outright recession)에 들어선다. 연간 성장률은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제시한 1.4%에 한참 못 미칠 전망이다.”
 

“중국 재채기에 세계가 감기 현실로
중국·홍콩·일본 이미 리세션 진입
무역의존 큰 한국 치명상 입을 것
폭락한 뉴욕 증시 거품 더 빠진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이자 ‘아시아통’으로 꼽히는 스티븐 로치(74)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 경제에 대해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중국이 재채기를 하면 전 세계가 감기에 걸린다’는 은유적 표현이 두 가지 의미에서 현실이 됐다”며 코로나19가 강타한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로치 교수는 “올해 상반기 세계 경기 침체는 분명히 가능한 일(distinct possibility)”이라며 “한국의 주요 교역국들이 차례로 무너지며 한국 경제도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한국과 무역 비중이 큰 중국(무역 비중 1위)·홍콩(4위)·일본(5위)을 주의하라고 했다. 그는 “세 곳은 이미 리세션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중에서도 일본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2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경기침체(리세션)라고 한다.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역 대합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열차 이용객이 확연하게 감소했다. [뉴시스]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역 대합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열차 이용객이 확연하게 감소했다. [뉴시스]

무디스가 최근 2020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 성장률은 무디스가 낮춘 수치보다 훨씬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지금보다 더 확산한다면, 1분기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확실해진다. 특히 다른 국가보다 한국의 경제적 타격이 크다.”
 
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큰가.
“일단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는 주요 국가인 데다 무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글로벌 경제가 리세션에 빠지면 어떤 국가도 ‘번영의 오아시스(oasis of prosperity)’를 누릴 수 없다. 거의 모든 국가가 마이너스 성장 혹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다. 이 경우 무역 비중이 큰 한국 경제는 즉각적으로 수출이 감소하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올해 중국 경제는 어떻게 전망하나.
“중국은 경제를 개방한 이후 최초로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2분기 회복세에 접어들겠지만,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modest) 수준일 것이다. 올해 중국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5%로,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하는 6%에서 1.5%포인트 떨어질 전망이다.”
 
중국 경제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병 때처럼 ‘브이(V)자’ 형태로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렇진 않다. 지금부터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꾸준히 줄어든다는 가정을 해도 중국 경제 회복은 빨라야 하반기부터다. 코로나19 쇼크는 사스 때와 세 가지 이유에서 상황이 다르다. 첫째, 2003년보다 올해 글로벌 경기가 훨씬 나쁘다. 둘째,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사이 8.5%에서 19.7%로 늘었다. 셋째, 최근 세계 경제 성장률에서 중국의 기여도는 연간 평균 37%에 달했다, 이 공백을 대체할 다른 국가가 없다.”  
  
“코요테 모멘트 왔다, 미 Fed 10년 만에 양적완화 가능성”
 
2020년 성장률 전망 더 낮춘 무디스

2020년 성장률 전망 더 낮춘 무디스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전인 지난해부터 2020년 말 경기 침체를 예상했는데.
“이제 리세션 가능성은 커졌고, 시기는 앞당겨졌다. 코로나19는 세계 경제가 취약한 사이클에 접어든 시점에 발병했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해 세계 경제는 2.9% 증가했는데, 2008~2009년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형적인 글로벌 리세션 때 세계 경제성장률(2.5%)과 비교해 0.4%포인트 차이다. 세계 4위 경제국인 일본은 지난 4분기 성장률(연율 기준) -6.3%를 기록했고, 독일과 프랑스의 12월 산업 생산량은 각각 -3.5%, -2.5%였다. 중국도 지난 4분기 27년 만에 가장 낮은 6%의 성장률을 발표했다. 그나마 미국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지만, 지난해 4분기 성장률 2.1%(전기 대비, 연율 환산)를 두고 ‘호황기’라고 할 수는 없다. 애당초 세계 경제는 올해가 시작되기도 전에 위태로운 상태였는데, 코로나19 쇼크라는 대형 사고가 터졌다.”
 
지난 월요일 뉴욕 증시가 폭락했는데.
“미국 증시는 더 빠질 것이다. 2020년 리세션에 대한 공감대가 이제서야 형성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직전인 지난 14개월간 뉴욕 증시는 계속 치솟았다. S&P500지수는 지난 한해에만 29% 올랐고, 올해 들어서도 상승세를 멈출 줄 몰랐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교수의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에 따르면, 올해 미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1970년 이후 평균치보다 55% 높다.”
 
거품이 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거품(frothy)이 낀 주식 시장에 코로나19 쇼크는 전형적인 ‘코요테 모멘트(coyote moment)’가 됐다. 미국 TV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인데, 코요테가 먹잇감인 새를 쫓는 데 정신이 팔려 낭떠러지를 향해 뛰어가다가 섬뜩한 기분에 아래를 보면 허공에 떠 있고, 이를 깨달은 순간 곧바로 추락하는 모습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까.
“물론이다. 추가 금리 인하뿐 아니라 10여년 만에 양적 완화를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스티븐 로치(Stephen Roach)
1945년 출생. 뉴욕대 경제학 박사를 거쳐 미 Fed와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을 지냈다. 모건스탠리에서 수석이코노미스트를 거쳐 아시아 회장을 지냈다. 2012년부터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임 중이다. 학계와 시장 모두에서 경험을 쌓았다. 월가에선 ‘중국통’으로 유명하다.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함께 대표적인 경제 비관론자로도 꼽힌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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