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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16일간 물 안마셔도 살 수 있다, 나는 누구일까?

중앙일보 2020.03.11 13:00

[더,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9)

야생생물은 나름대로 삶의 노하우를 가지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인간은 이러한 생명체의 독특한 능력에 신비함을 느끼기도 하고,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애쓰기도 한다. 때로는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교훈을 얻기도 한다. 동물 중에서 낙타의 살아가는 방법도 조금은 독특한 것 같아 살펴본다.
 
낙타과에는 등에 혹이 하나인 단봉낙타와 둘인 쌍봉낙타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남미지역에 서식하는 라마 과나코 알파카 비쿠냐도 이에 속한다. 낙타과 동물은 해부생리학적으로 비슷하지만 특성에는 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낙타의 특징으로 알려진 ‘물과 먹이 없이 오래 견디고 열대 사막에 적응을 잘하는’ 종은 단봉낙타다.
 
낙타과에는 등에 혹이 하나인 단봉낙타와 둘인 쌍봉낙타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낙타과 동물은 해부생리학적으로 비슷하지만 특성에는 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사진 pexels]

낙타과에는 등에 혹이 하나인 단봉낙타와 둘인 쌍봉낙타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낙타과 동물은 해부생리학적으로 비슷하지만 특성에는 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사진 pexels]

 
단봉낙타(Dromedary)는 아프리카 북부 아라비아반도 서아시아와 호주에 분포한다. 호주는 원래의 서식지가 아니지만 1840년경에 도입된 개체들이 왕성하게 번식되어 현재는 100만 마리 정도가 야생에 살고 있다. 단봉낙타는 강렬한 햇빛과 더위, 세찬 모래바람, 물이 귀한 사막에 적응하도록 최적화된 신체구조와 맞춤 생리작용을 한다.
 
조밀하고 긴 눈썹은 눈 밑의 검은 피부와 함께 햇빛을 차단하고 반사를 방지한다. 콧구멍은 마음대로 여닫을 수 있어 눈썹과 더불어 모래바람을 막을 수 있다. 후각이 매우 발달해 10km 밖의 동료 냄새를 맡을 정도라 무리에 흐트러짐이 없다. 발바닥에는 두텁고 탄력 있는 결합조직과 지방조직이 있어 모래의 뜨거움을 막아주고 발을 디딜 때 발바닥을 넓혀줘 사막의 걸음을 가볍게 한다.
 
물 없는 환경에서 수분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도 작동한다. 신장에서는 다른 포유류보다 오줌을 5배 이상 농축해 극소량만 배설케 하고, 대변도 건조한 상태로 만들어 신선한 변도 즉시 연료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체온을 주변 온도에 맞춰 36°C에서 42°C까지 조절해 땀에 의한 수분손실을 막고, 피부의 털도 조밀해 피부를 통한 수분손실도 최소화한다. 콧구멍을 닫을 수 있는 능력도 수분 보전을 도와준다.
 
단봉낙타는 강렬한 햇빛과 더위, 세찬 모래바람, 물이 귀한 사막에 적응하도록 최적화된 신체구조와 맞춤 생리작용을 한다. [사진 pxhere]

단봉낙타는 강렬한 햇빛과 더위, 세찬 모래바람, 물이 귀한 사막에 적응하도록 최적화된 신체구조와 맞춤 생리작용을 한다. [사진 pxhere]

 
수분손실을 최소화하는 노력뿐만이 아니라 탈수에 대한 대비도 완벽에 가깝다. 탈수에 견디는 능력은 타 동물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부분의 동물은 12%의 수분을 잃는다면 더는 움직일 수 없고, 15%를 잃게 되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낙타는 25%의 탈수에도 아무런 임상 증상 없이 활동할 수 있으며, 40% 탈수까지 견딜 수 있다. 탈수로 혈액이 짙어져도 타원형의 적혈구는 농축된 헤모글로빈을 가지고 혈관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세포에 산소를 공급한다. 물을 보충할 때는 1분에 20ℓ의 속도로 한 번에 150ℓ 정도를 마신다. 일시에 체내에 수분이 많아져 급격한 삼투압 변화에도 용혈의 걱정이 없다. 적혈구가 240%까지 커져도 파괴되지 않기 때문이다.
 
등의 혹은 에너지원의 저장창고가 된다. 먹이가 풍부할 때 충분히 섭취해 혹에 지방으로 저장하고, 먹이가 없을 때 분해해 이용한다. 최대 35㎏의 지방을 저장할 수 있다. 등의 혹이 크고 건실하면 영양이 좋은 상태이고, 혹이 위축되어 있다면 먹이가 부족하거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근거가 된다. 이렇듯 낙타의 준비된 신체구조는 무거운 짐을 지고 물과 먹이가 귀한 사막을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는 무서운 힘의 원천이 된다.
 
350㎏의 짐을 싣고 16일 동안 447㎞를 물도 없이 이동한 후 하루 쉬고 240km를 더 이동했다는 기록도 있다. 강인한 다리가 지구력을 더해준다. 낙타는 인간사회에 고기와 젖, 가죽과 털 등 생활필수품의 많은 것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기에 낙타는 5000년 전부터 인간에게 길들었고 주요 운반 수단으로 재화를 등에 지고 카라반을 만드는 등 사막문화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쌍봉낙타는 추위와 고산지대에 적응을 잘하며 물 없이도 잘 견딘다. 단봉낙타와 서식지는 다르지만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과 인간사회에서 역할은 비슷하다. [사진 pixabay]

쌍봉낙타는 추위와 고산지대에 적응을 잘하며 물 없이도 잘 견딘다. 단봉낙타와 서식지는 다르지만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과 인간사회에서 역할은 비슷하다. [사진 pixabay]

 
쌍봉낙타(Bactrian camel)는 몽골과 중앙아시아 중국에 분포하고 추위와 고산지대에 적응을 잘하며 물 없이도 잘 견딘다. 이러한 이유로 동서를 잇는 역사적인 실크로드를 여는데 아시아에서는 쌍봉낙타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봉낙타와 서식지는 다르지만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과 인간사회에서 역할은 비슷하다.
 
낙타는 나뭇잎과 마른풀, 다른 동물이 잘 안 먹는 거칠고 가시가 있는 사막식물과 소금기 있는 식물 등 거의 모든 식물을 잘 먹는다. 한 곳에서 식물을 다 먹어버리지 않고 넓은 지역을 이동하면서 조금씩 먹는다. 척박한 토양에서도 식물이 황폐하지 않도록 섭식하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
 
풍부할 때 앞날을 위해 저장하고 없을 때는 저장한 것을 아껴 쓴다. 환경이 열악해도 자신의 강점을 총동원하면서 적응한다. 척박한 사막지대에서 더위와 추위, 목마름과 기아를 스스로 견디며 오아시스를 맞이한다.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남의 탓을 찾아보려는 인간사회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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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식 신남식 서울대 명예교수·(주)이레본 기술고문 필진

[신남식의 반려동물 세상보기] 동물원장과 수의과대학 교수를 지냈다. 반려동물인구가 1000만이 넘고, 동물복지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시대에 반려동물 보호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동물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새로운 시각이 요구된다. 동물의 선택, 보호자의 자격, 예절교육, 식사, 위생관리, 건강관리 등 입양에서 이별까지의 과정에 보호자가 해야 할 일을 알아보고 사람 삶의 질을 높여주는 반려동물의 세계를 구석구석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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