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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최대 변수 돌연변이···사스 땐 ‘약한 놈’으로 진화했다

중앙일보 2020.03.11 05:01
10일 기준 세계 인플루엔자 감시망인 ‘GISAID’에 올라온 세계 코로나19 발병 현황 [사진 GISAID 캡쳐]

10일 기준 세계 인플루엔자 감시망인 ‘GISAID’에 올라온 세계 코로나19 발병 현황 [사진 GISAID 캡쳐]

 
중국 우한에서 확산된 신종 코로나감염증(코로나19)의 발병국이 100개국을 넘어서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9일(현지시간) “코로나19의 팬데믹 위협이 매우 현실화했다”고 경고했다. 중국 내 확진자는 줄어들고 있지만, 코로나19는 불과 3달 만에 남극을 제외한 전 세계 대륙으로 퍼졌다. 대개 바이러스는 면역 체계를 갖춘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전염력이 떨어지고, 결국엔 소멸하는 수순을 밟는다. 그러나 전염성이 이례적으로 높은 코로나19의 경우 ‘돌연변이’ 여부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러스에서 돌연변이가 나타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현상은 아니다. 특히 한 가닥의 리보핵산(RNA)으로 이루어진 코로나 바이러스는 두 가닥의 핵산으로 이뤄진 DNA보다 안정성이 떨어져 돌연변이가 일어나기 쉬운 구조다. 바이러스가 복제될 때 발생하는 자발적인 돌연변이를 고쳐주는 ‘교정 기작’이 없어서, 한번 다른 염기서열이 끼어들면 그대로 진행돼 변이되는 특성이 있다. 실제 세계 인플루엔자 감시망인 ‘GISAID’에는 이번 코로나19와 관련된 350개 이상의 유전체 염기서열이 공유됐는데, 돌연변이 사례도 계속 추가되고 있다.

 
지난 3달간 코로나19의 유전체 샘플을 모은 것. 유전체역학연구 자료로 쓰인다. [사진 GISAID 캡쳐]

지난 3달간 코로나19의 유전체 샘플을 모은 것. 유전체역학연구 자료로 쓰인다. [사진 GISAID 캡쳐]

 

"돌연변이 일어난다고 반드시 전염력 강해지는 것 아냐"

다만 유전체 변이가 일어났다고 해서 모두 병원성이나 전파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돌연변이가 발견됐다’는 말이 곧 ‘바이러스의 치사율이 높아졌다’라거나 ‘전염력이 강해졌다’와 같은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19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다. 9일(현지시간)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따르면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독일 베를린 샤리떼 병원 바이러스 연구소장은 지난달 28일 이탈리아에서 감염된 독일인 코로나19 환자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공개했다. 이는 다른 독일 환자에게서 발견된 유전체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는데, 이들의 염기서열에서 중국이 공개한 초기 염기서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세 가지 돌연변이가 나타났다. 드로스텐 소장은 “(전체 환자 중) 극히 일부 경우이고, 거의 구별할 수 없는 차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결국 어떤 돌연변이가 나타나느냐에 따라 바이러스의 향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본부가 분석한 유전자의 고해상 전자현미경 사진 [질병관리본부 제공]

질병관리본부가 분석한 유전자의 고해상 전자현미경 사진 [질병관리본부 제공]



➀‘더 쎈놈’ 으로 진화

앤드류 램버트 영국 에든버러대학 생물학 교수는 사이언스에 코로나19가 무작위 돌연변이를 통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화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는 한달에 평균 1~2개의 돌연변이를 축적한다”며 “이는 독감보다 약 2~4배 느린 정도”라고 밝혔다. 인플루엔자인 독감은 돌연변이를 거듭하며 끊임없이 유행하고 있다.

 
이렇게 돌연변이가 반복되다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치명적으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 4일 중국 연구팀은 ‘코로나19가 이미 돌연변이를 일으켜, 전파 속도와 증상 발현 정도가 확연히 다른 두 종류의 아류형(S형ㆍL형)으로 진화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S형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거의 유사하지만, L형은 전염력이 훨씬 강해졌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램버트 교수를 비롯한 일부 과학자들은 이 연구 결과에 대해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중국 연구진들은 L형의 발병이 더 많다는 점만으로 바이러스가 더 공격적이고 빨리 퍼지기 위해 진화했다고 결론 내렸다는 것이다. 램버트 교수는 “L형 바이러스가 세계 곳곳에 많이 퍼지고 있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더 치명적이거나 전염성이 더 높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일부 과학자들은 논문 철회까지 요구했다.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 소속 학자들은 “중국 연구진의 주장은 명백히 근거 없는 것이며, 전염병 창궐의 결정적인 시기에 위험한 오보를 퍼뜨릴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➁인간에게 유리하게 진화

 램버트 교수의 지적처럼, 돌연변이가 곧장 치명적인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이될 가능성도 있다. 사람을 통한 감염이 더 어려워지는 쪽으로 변하는 경우다 2003년 당시 사스는 한국을 비롯해 26개국에서 발병했다. 주로 아시아 국가들이었다. 이때 캐나다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북미 지역에도 유행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사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소멸했다. 각 보건 당국이 취한 조치가 긍정적 영향을 미친 점도 있지만, 바이러스가 사람 간 전파가 어려운 쪽으로 변이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드로스텐 소장은 “모든 유전체 변화가 바이러스의 행동을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며 “세포 배양이나 동물 실험을 통해서 확인해야만 돌연변이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정확하게 검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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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진 권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