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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비정규직 50만원씩" 지자체 1호 재난기본소득 나오나

중앙일보 2020.03.11 05:00
김승수 전주시장이 10일 전주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조기 극복을 위한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250억원 등이 담긴 긴급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안하고 있다. [사진 전주시]

김승수 전주시장이 10일 전주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조기 극복을 위한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250억원 등이 담긴 긴급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안하고 있다. [사진 전주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심각한 소득 절벽에 직면한 서민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실업자와 비정규직 근로자·생계형 아르바이트·택배기사 등 5만명에게 50만원씩 지원하고자 합니다."
 

코로나19 극복 위해 250억원 추경 제안
"생계 위협 받는 저소득 취약계층 대상"
"3개월 내 지역에서 써야…경제 활성화"
'혈세 낭비' '포퓰리즘 아니냐' 지적도

10일 전북 전주시 노송동 전주시의회. 김승수 전주시장이 제368회 전주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경제 위기가 닥치면 가장 고통을 받는 층이 저소득층을 비롯한 취약 계층과 정부 지원에서 배제되는 사각지대"라며 긴급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안했다.
 
전주시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250억원 규모의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소득이 줄어 생계 자체가 어려워진 시민에게 직접 돈을 주는 게 골자다.
 
이는 '전주시 저소득 주민의 생활 안정 지원 조례'를 근거로 삼았다. 전주시의회가 받아들이면 전국에서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는 최초 지자체가 된다.
 
지급 대상은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와 실직자 등 5만명가량이다. 전주시 인구가 약 65만명임을 감안하면 7.6%가 혜택을 보는 셈이다.  
 
지난달 24일 전주시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비상대책 상황실에서 김승수 전주시장과 실·국장, 과장, 동장 등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4일 전주시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비상대책 상황실에서 김승수 전주시장과 실·국장, 과장, 동장 등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뉴스1

전주시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일감이 떨어진 건설 일용직 근로자, 성과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는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대리운전기사 등을 주요 지원 대상으로 보고 있다. 매출 감소에 따른 휴·폐업 자영업자와 수입이 불안정한 프리랜서·예술가 등 비임금 근로자, 택시기사도 포함된다.  
 
다만 다른 제도를 통해 지원받는 소상공인이나 실업급여 수급 대상자, 정부의 추경예산 지원 해당자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주시는 재난기본소득을 지역은행의 체크카드 형태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 돈은 3개월 안에 전주 지역에서만 써야 한다. "지급한 금액이 지역에서 소비돼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는 게 전주시 설명이다.
 
구대식 전주시 공보담당관은 "고용 불안으로 생계비를 줄여야 하는 대상자들이 동네 가게에서 생필품을 구입하고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면 지역 경제도 활기를 띨 것"이라며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은 한마디로 긴급 예산을 투입해 지역 주민의 생활 안정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시는 이날 재난기본소득 250억원이 포함된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543억원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여기에는 매출이 줄었지만, 인건비 등 고정 지출에 허덕이는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전북도와 함께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을 사업장별로 60만원(총 134억원)을 지원하는 방안 등도 포함됐다.
 
이번 추경예산은 이날부터 13일까지 전주시의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시의회도 전주시가 제안한 재난기본소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혈세 낭비다" "포퓰리즘 아니냐" 등의 우려도 나온다. 앞서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8일 "전 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을 일시적으로 지원하자. 내수 시장을 과감하게 키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국회에 '전 국민 재난기본소득'을 제안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총 51조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에 야당(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나라 곳간을 열어 배불리 먹고 말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은 포퓰리즘과는 거리가 멀다는 옹호론이 적지 않다. 해당 예산 규모가 250억원으로 전주시 올해 추경예산(총 1조 9528억원)을 고려하면 '과도한 부담'이라고 볼 수 없는 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주 지역 경기가 극도로 나빠졌기 때문이다. 
 
전주시가 최근 전주 지역 202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매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모든 상점의 매출이 38~68% 감소했다. 전주 한옥마을 상점가는 매출액이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68.7% 줄었고, 전통시장 상인들의 매출도 60% 이상 감소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본소득이란 개념은 원래 직업 유무나 상황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주는 소득이어서 시작하려면 준비를 상당히 많이 해야 하는 제도"라며 "전주시의 경우 이름은 재난기본소득이지만, 예산의 성격을 보면 그동안 취약 계층에게 주던 보조금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염 교수는 "잘못하면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는 것처럼 정작 꼭 필요한 사람에게 가지 않고 엉뚱한 사람에게 갈 수 있다"며 "잘못 줬을 경우 되돌릴 방법도 없기 때문에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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