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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마스크 물량 죄자···버스기사들 쓸 마스크가 말라간다

중앙일보 2020.03.11 05:00
2월 3일 서울 은평구를 지나는 한 시내버스에서 버스기사가 마스크를 쓴 채 운행하고 있다. 뉴스1

2월 3일 서울 은평구를 지나는 한 시내버스에서 버스기사가 마스크를 쓴 채 운행하고 있다. 뉴스1

“운수 종사자가 10만명인데 이틀에 한 장씩만 배부한다고 해도 일주일에 최소 40만~50만장은 필요해요. 공적 물량이 80%까지 늘어나다 보니 이제는 연합회에서 전혀 구매할 수가 없습니다. 운전 기사들이 매일 직접 마스크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어요.”
 
지난 9일 오후 기획재정부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마스크가 필수인 업계를 불러 개최한 간담회에서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버스연합회) 측은 이렇게 토로했다.  
 
이 자리에는 버스연합회를 비롯해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 전국은행연합회, 대한건설협회,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등 10여개 협회 및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하루에 수백명씩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직 직원을 둔 업체거나 근무 중 마스크를 필수로 써야 하는 직군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줄 마스크 공급이 어려워지자 열린 긴급 간담회다. 이들은 “마스크 공적물량 비중이 50%일 때만 해도 그나마 회사 차원에서 마스크 사들이는 게 가능했지만, 80%로 늘리면서부터는 아예 마스크를 수급할 길이 막혔다”는 취지로 하소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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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수량 워낙 많아 파악조차 어려워”

건설협회는 마스크가 적어도 일주일에 560만장은 필요하다고 했고, 은행연합회는 60만장, 체인스토어협회는 31만장 등을 최소 필수 수량으로 제시했다. 국내 마스크 일일 생산량을 1000만장으로 봤을 때 공적물량으로 나가는 80%를 제외하고 일주일에 수급이 가능한 1400만장 중 절반을 차지하는 규모다. 그나마도 2~3일에 마스크 1장씩 쓰는 기준으로, 구체적인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업계만 반영한 수준이다. 대한상의와 중기중앙회의 경우 필요한 물량이 워낙 많아 파악조차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공적물량 80%를 제외한 나머지 20%를 전량 마스크 필수 직군에 푼다고 해도 부족한 셈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적마스크(전체 생산량의 80%)는 일반 국민과 대구·경북 지역이나 의료진 등 긴급한 수요처로 공급되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산업 영역까지 고려할 생산분량이 되지 않아 죄송하게 생각한다. 대책을 마련해보겠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한 참석자는 “결국 서비스직 등 업무상 마스크가 꼭 필요한 사람들도 약국에서 따로 마스크를 사는 것밖엔 답이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간담회에 참석한 업계가 공공성이 있는 만큼 나머지 20%에 대해선 다른 민간단체보다 우선해서 물량을 확보해줄 계획이 있냐고 물었지만 ‘그건 아니다’라고 답했다”면서 “업계별로 필요한 마스크 수량을 파악하는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마트 직원도 마스크 받기 힘들어

1월 28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백화점에서 마스크를 쓴 채 고객 응대 중인 직원들. 뉴스1

1월 28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백화점에서 마스크를 쓴 채 고객 응대 중인 직원들. 뉴스1

공적물량을 제외한 마스크를 최일선에서 판매하는 유통업체 역시 고객을 상대하는 직원용 마스크를 구할 길이 없어 고심 중이다. 대형마트 A사는 코로나19 초기인 지난 1월 28일부터 협력업체 사원까지 매일 KF94 마스크를 1장씩 지급했지만, 최근엔 필요하다고 신청하는 직원에 한해 마스크를 지급하고 있다.  
 
상황이 더 열악한 B사는 일주일에 평균 한 장씩 직원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있다. 하루 평균 8만장씩 입고되던 마스크는 공적물량 50%가 빠지면서 3~4만장으로 줄었고, 공적물량이 80%까지 늘어난 이후엔 2만장으로 줄어서다. B사 관계자는 “점포당 하루에 200장이 들어오는데 직원용으로 구매할 수 있는 물량은 거의 없다”고 했다.
 
백화점들도 마스크 재고 확보에 고심 중이다. 한 백화점은 직영직원뿐 아니라 매장직원(판매사원), 도급직원(주차안내)까지 모두 마스크를 지급하다가 최근엔 각자 구매하도록 했다. 발 빠르게 당분간 재고를 확보해놨다는 다른 백화점들도 “당장은 버틸 만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대응할 방법이 없어 걱정이 크다”는 입장이다.
 
호텔 업계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 대형 호텔 프랜차이즈는 직원들에게 매일 1장씩 마스크를 지급하다가 2월 3주차부터 주 3일 지급으로 변경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이마저도 어려울 것으로 호텔 측은 보고 있다. 이 호텔 관계자는 “우리는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에 맞춰 수급하고 있지만, 중소형 호텔들은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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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발주 정지’ 편의점도  

한 대형 편의점 프랜차이즈가 10일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한 전 점포를 대상으로 마스크 발주중단을 공지했다. 사진은 해당 공지가 뜬 결제단말기(POS). 사진 독자제공

한 대형 편의점 프랜차이즈가 10일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한 전 점포를 대상으로 마스크 발주중단을 공지했다. 사진은 해당 공지가 뜬 결제단말기(POS). 사진 독자제공

편의점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점주나 직원이 쓰는 마스크도 발주를 해서 들어온 물량을 사서 쓰는 시스템이었는데, 한 대형 편의점 프랜차이즈는 9일부로 대구ㆍ경북 지역을 제외한 전국 가맹점에 마스크 발주를 정지했다. 점포에서 마스크를 주문할 길이 아예 막힌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한 점포당 이틀에 한 번 20장씩 발주를 하다가 공적물량 50% 조치 이후 7장 수준(하루 3~4장)으로 떨어진 발주량이 공적물량 확대와 함께 ‘0’이 됐다.  
 
다른 편의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보통 일주일에 두 번 발주를 받다가 물량이 워낙 적어 일주일에 한 번, 2주일에 한 번씩 발주를 열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티끌 모아 겨우 발주를 한 번씩 받고 있지만, 발주 기간이 길어지거나 끊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 관계자는 “편의점주나 직원들은 마스크를 약국에서 각자 구매하거나 빨아서 쓰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산업용 마스크 확보도 걱정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는 무관하게 작업 중에 필수로 마스크를 써야 하는 반도체 사업이나 건설현장도 마스크 확보에 걱정이 크다. KF 마스크 등 보건용 마스크 공급이 달리다 보니 산업용 마스크 수요까지 늘어날 기미가 보여서다.

 
전자업계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모든 공정에 클린룸을 운영하면서 확보해둔 클린룸(산업용) 마스크가 언제 부족해질지 몰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대규모 공장이 몰려있는 업계 특성상 식사나 이동 시 필요한 보건용 마스크도 지급해야 하지만 수급이 어려워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꼭 클린룸에서 쓰는 산업용 마스크가 아니더라도 직원들이 공장에서 밀접 접촉이 이뤄지는 환경이다 보니 보건용 마스크 지급도 중요하다. 대부분 업체가 최근 일주일에 2~3장씩 지급했지만 이마저도 언제 끊길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담당자들이 마스크를 확보하려고 발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마스크 제조 업체는 재료만 바꾸면 보건용 마스크를 만들 수 있는 구조”라며 “보건용 마스크 부족 사태에 이런 종목 변경이 이뤄진다면 산업용 마스크 부족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직원에게 보건용 마스크를 지급하기는 사실상 힘들고 그때그때 확보하는 대로 조금씩 지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러 번 빨아 쓰는 천 마스크로 변경  

마스크 구하기가 워낙 힘들다 보니 천 마스크를 회사가 지급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해외 법인과 공장을 포함해 가맹점 판매 직원 등 4만5000여명에게 보건용 마스크를 매주 지급했지만, 10일부터는 3개월간 빨아서 쓸 수 있는 천 마스크를 순차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지난 6일 직원들에게 천 마스크를 2장씩 지급했다. 현대차는 코로나19 초기엔 생산직 직원들에게 일회용 마스크를 2장씩 지급했다가 울산 2도장 공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KF94 마스크를 한 번 지급했었다. 6만명이 넘는 직원에게 매일 마스크를 지급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추인영ㆍ장주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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