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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법적대응” 확 바뀐 靑···결정타 '연합뉴스 로고'였다

중앙일보 2020.03.11 03:00 종합 8면 지면보기
 '가로세로연구소'는 이 사진을 보여주며 문재인 대통령과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악수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니다. [청와대 페이스북]

'가로세로연구소'는 이 사진을 보여주며 문재인 대통령과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악수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니다. [청와대 페이스북]

청와대가 가짜뉴스를 향해 법적 조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9일 “(최근 가짜뉴스는) 국민께 허탈감을 주는 행위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법적 대응을 비롯한 원칙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은 최근 등장한 가짜뉴스가 어떤 법에 저촉되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가 가짜뉴스에 대한 법적 대응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6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유튜브에 ‘G20에서 사라진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세션에 불참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일부 내용은 실제와 달랐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중대하게 사안을 보고 있다”면서도 법적 대응 가능성에 대해선 “고소, 고발 등 법적 조치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SNS(소셜미디어)나 브리핑 등을 통해 국민과의 소통을 늘릴 것”이라고만 했다.
 
청와대가 5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포된 문재인 대통령이 왼손으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사진은 허위조작된 합성 사진"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5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포된 문재인 대통령이 왼손으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사진은 허위조작된 합성 사진"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4월 강원도 산불 당시 문 대통령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는 가짜뉴스가 나돌 때도 마찬가지였다. 고민정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는 했지만, 명확히 법적 대응을 언급하진 않았다. 현 정부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법적 대응은 더불어민주당이나 정부 차원에서 거론되고, 실행됐다.
 
청와대가 가짜뉴스에 대해 강경론으로 선회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지금 코로나19 방역은 국민 생명과 관련된 상황인데, 여기에 혼선을 주는 가짜뉴스가 유포되면 국민 생명에도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무겁게 사안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공포가 확산된 이후 가짜 사망자가 등장하거나 거짓으로 확진자 동선을 보여주는 '찌라시'가 돌기도 했다.
 
 '연합뉴스' 로고를 달고 유포된 가짜뉴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연합뉴스' 로고를 달고 유포된 가짜뉴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특히 언론사 이름을 달고 유포되는 가짜뉴스가 결정적 계기였다. 최근 SNS에는 문 대통령이 긴급 행정명령으로 중국 동포에게 1개월만 국내에 거주하면 주민증과 선거권을 발급한다는 뉴스가 돌았다. 이 뉴스에는 국가기간 통신사인 ‘연합뉴스’ 로고가 붙어 있었고, ‘긴급뉴스’, ‘종합 2보’처럼 실제 뉴스와 비슷한 문구도 달려 있었다. 모두 가짜였다. 윤재관 부대변인은 “연합뉴스 로고를 달고 유포되는 가짜뉴스를 보고 도가 지나치다고 판단해 (법적 대응을) 언급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최근의 가짜뉴스가 코로나19 사태의 혼란을 틈타 정부 불신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판단이다. 강용석 변호사 등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지난 2일 방송에서 2012년 10월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가 악수하는 모습의 천지일보 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악수하는 남성이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지난 주말 사이엔 공적 마스크 납품업체인 ‘지오영’의 조선혜 대표와 김정숙 여사가 동문이라는 ‘찌라시’가 돌았지만, 조 대표는 숙명여대를 나왔고 김 여사는 숙명여고를 졸업해 동문이 아니었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지난 2일 방송. 강용석 변호사 등은 2012년 10월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과 악수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 아니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지난 2일 방송. 강용석 변호사 등은 2012년 10월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과 악수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 아니다. [유튜브 캡처]

 
다만 청와대까지 나서서 가짜뉴스에 대해 고발 조치 등을 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위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가짜뉴스 단속을 고리로 '보수 유튜브 재갈 물리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과거 문 대통령은 2014년 11월 외신기자클럽에 나가 세월호 사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에 의문을 제기한 칼럼을 쓴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검찰이 명예훼손으로 기소한 일에 대해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국제적으로 조금 창피한 일"이라고 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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