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정훈 산업2팀장
사실 마스크 바람잡이에 처음 나선 건 정부다. 식약처가 1월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KF94’ ‘KF99’ 등급의 마스크를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한 게 시작이다. WHO나 대한의사협회 등은 손 씻기 같은 개인위생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했지만, 식약처는 0.4㎛ 입자를 94%까지 걸러낸다는 KF94 필터의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마스크 부족이 계속되자 식약처는 2월 12일 의협과 다시 공동 성명서를 낸다. “KF94의 필터 기준을 KF80으로 낮추”긴 했지만, “마스크를 못 구하면 방한용이라도 쓰라”고 마스크 지침을 고수했다. 식약처는 동시에 대통령 결재를 거쳐 보건용 마스크와 손 소독제에 대한 긴급수급조정 조치를 발동하고 매점매석 같은 시장교란 행위를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노트북을 열며 3/11
정부는 2월 26일부터는 공적 판매를 선언하고 판매 창구를 우체국과 하나로마트로 제한했다. 그렇지만 시장에서 수급이 헝클어진 마스크 구매는 더 힘들어졌다. 60~70대 고령자까지 마스크 2매를 사기 위해 새벽 5시에 집을 나섰다. 추운 날 어린애를 둘러 세운 엄마는 온동네 약국을 헤맸다. 그러자 여당 대표는 “마스크 한 개로 사흘씩 써도 큰 지장이 없더라”라고 했다. 청와대는 “면 마스크만 써도 된다”고 말을 바꿨다.
청와대나 여당은 이참에 시장에 대해 좀 배웠으면 싶다. 의욕만 갖고 옥죌수록 시장은 왜곡된다. 증권이든 부동산이든 모든 시장이 그렇다. 이번에도 마스크 시장에 끼어든 순간, 수급 불안은 커졌고, 오히려 버스·택배 기사처럼 꼭 필요한 사람도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대응은 실망 그 자체다. 그나마 현장의 방역 주역과 그들이 내놓는 투명한 정보에 국민은 의지할 뿐이다.
장정훈 산업2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