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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입 다물라"는 홍준표...악연 시작은 12년전 '한밤 분칠'

중앙일보 2020.03.10 11:40
"김형오 위원장은 그 입을 다물라."
10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사감으로, 또는 자기 지인 공천을 위해 무리한 컷오프를 자행하는 막천을 해놓고 (공천 탈락자에게) 희생과 헌신 운운한다"며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비난했다.
 
홍 전 대표의 '김형오 때리기'는 당 공관위로부터 컷오프(공천배제)된 직후부터 시작됐다. 컷오프 다음 날인 지난 6일엔 "(김 위원장이) 나동연(전 양산시장)을 설득해 추가 공모에 응하게 하면 컷오프 하지 않고 같이 경선을 시켜 주겠다고 전화를 직접 했었다"며 "국회의장까지 지내고 팔순을 바라보는 사람이 사악한 거짓말까지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18대 악연…12년 뒤 다시 표출? 

2008년 10월 1일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右)과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중앙포토]

2008년 10월 1일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右)과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중앙포토]

정치권에선 2008년 두 사람의 '악연'이 12년이 지난 지금 소환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김 위원장은 집권당이던 한나라당(통합당 전신) 출신 5선 의원으로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맡았고, 홍 전 대표는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다.
 
두 사람의 관계는 사실상 '앙숙'에 가까웠다는 게 당시 정치권 인사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2009년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직권상정을 머뭇거리자 홍 전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가 국회의장 탄핵을 거론하며 압박에 나섰다. 당시 김 위원장이 "여당이 하란다고 하는 국회의장 같으면 뭐하려고 있느냐"고 하자 홍 전 대표가 "자기환상과 자기도취에 젖어 자리에 연연하는 것은 공직자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한밤에 분칠하고 선글라스 끼고 다녀본들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며 맞받았다. 
 
예산안 처리 과정과 한미 FTA 비준안 등에서도 김 위원장과 홍 전 대표는 사사건건 부딪쳤다. 여야 간 합의를 중시하는 김 위원장의 성향과 집권 초기 쟁점 법안 통과를 밀어붙여야 했던 집권당 원내대표 사이의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있었던 셈이다. 홍 전 대표도 이를 떠올리며 자신의 SNS에 "그때의 사감으로 나를 공천 배제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에 사과 전화까지 했고 김 위원장은 이를 흔쾌히 받아주어 그것이 해소된 것으로 알았다"고 썼다.
 

洪 '김형오 때리기', 탈당 명분쌓기 관측도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왼쪽)이 지난달 9일 경남 밀양시 홍준표 전 대표 선거 사무실에서 홍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왼쪽)이 지난달 9일 경남 밀양시 홍준표 전 대표 선거 사무실에서 홍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18대 총선 공천 당시 김 위원장은 컷오프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한 친이계 핵심 인사는 "김 위원장이 컷오프 대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가 친이계 핵심 실세들을 연달아 찾아가 결정을 번복해달라고 했었다"며 "다만 홍 전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공천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홍 전 대표의 공격에 공관위는 "'사감'이 아닌 시스템에 의한 컷오프"라고 반박했다. 공관위 핵심 관계자는 "홍 전 대표의 경우 지난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을 물론이고, 그 책임을 개별 의원들에게 전가하는 비겁한 모습을 보였다"며 "당 대표급, 광역단체장 출신 인사 상당수가 험지 출마를 수용했는데 본인은 경남에 남아 결국 살아 돌아오겠다고 한 것 아니냐. 다른 후보와의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김 위원장도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천 어쩌고 하는 것은 나를 잘 모를 뿐만 아니라 발표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무시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당 안팎에선 홍 전 대표의 연이은 '김형오 때리기'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위한 '명분 쌓기'란 분석도 나온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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