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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년 싱크대 지킨 국내 최초 주방세제…왜 ‘트리오’일까

중앙일보 2020.03.07 10:00
1971년 트리오 TV 광고. 사진 애경산업

1971년 트리오 TV 광고. 사진 애경산업

애경산업 전신 애경유지는 1966년 12월 한국의 첫 주방 세제 ‘트리오’를 출시했다. 당시 짚으로 엮은 수세미나 고운 모래로 그릇을 씻는 정도였던 설거지는 ‘트리오’의 등장으로 혁신이 이뤄졌다. 적은 양으로 풍성한 거품을 내고 그릇의 기름때를 손쉽게 없애면서 설거지 시간을 크게 단축한 것. 그렇게 트리오가 주방 싱크대를 지켜온 시간은 올해로 55년째를 맞았다.  
 

[한국의 장수 브랜드] 29. 트리오

트리오는 당시 가정주부의 호응으로 시장점유율이 한때 90%까지 치솟기도 했다. ‘트리오’라는 이름에는 채소ㆍ과일ㆍ식기 3가지를 동시에 닦을 수 있는 세제라는 의미가 담겼다. 60년대 말 과일이나 채소는 반드시 씻어 먹어야 한다는 캠페인이 진행됐는데, 당시 한국기생충박멸협회는 우수추천상품으로 트리오를 지정하기도 했다.  
1966년 출시된 트리오. 사진 애경산업

1966년 출시된 트리오. 사진 애경산업

반백 년간 생산된 트리오는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103만t, 8억9069만개에 달한다. 5t 트럭 20만6000대를 꽉 채운 양이다. 제품 용기를 일렬로 늘어놓으면 서울~부산(416㎞)을 283회 왕복하고, 둘레 약 4만㎞인 지구를 6번 돌 수 있다.
 

“트리오로 머리 감았지”

1985년 광고 모델 고(故) 이주일 씨. 사진 애경산업

1985년 광고 모델 고(故) 이주일 씨. 사진 애경산업

주방 세제로는 이례적으로 다양한 TV 광고를 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78년 배우 고(故) 남성훈씨가 요리와 설거지를 하는 자상한 남편으로 등장한 광고는 당시 가부장적인 시대 분위기에 역행하는 신선한 콘셉트였다.  
 
개그맨 고 이주일씨는 85년 광고 모델이었다. 당시 광고는 이씨가 “당신 뭐로 머리 감았어요?”라고 묻는 아내에게 “트리오로 감았지, 왜?”라고 대답하고, “그거 주방 세제에요”라는 지적에 “트리오 용기가 예뻐졌네. 실수했네”라고 말하는 내용이다.  
1992년 트리오 광고에는 배우 양미경 씨와 당시 12세 아역배우였던 이재은 씨가 엄마와 딸로 등장했다. 사진 애경산업

1992년 트리오 광고에는 배우 양미경 씨와 당시 12세 아역배우였던 이재은 씨가 엄마와 딸로 등장했다. 사진 애경산업

92년 광고에는 배우 양미경씨와 당시 12세 아역배우였던 이재은씨가 엄마와 딸로 등장했다. 딸이 방금 설거지를 마친 엄마의 손을 어루만지며 “엄마 손 참 부드럽다”, “엄마는 좋겠다”라고 말하는 설정으로 피부에 좋은 주방 세제 이미지를 알렸다.  
 
트리오 TV 광고 역사. 사진 애경산업

트리오 TV 광고 역사. 사진 애경산업

지난 2016년엔 50주년을 맞아 ‘트리오 50년 사랑’ 영상을 선보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주방환경과 식생활은 변했지만,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온 트리오의 모습을 담았다.
 

전 성분 정면 표기 등 꾸준한 신제품

2018년 트리오 발효 설거지. 사진 애경산업

2018년 트리오 발효 설거지. 사진 애경산업

트리오가 출시되고 후발 주자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한국 주방 세제 시장은 성장과 함께 세분화 과정을 거쳤다. 이런 흐름 속에 트리오도 새로운 도전과 변신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에는 웰빙 트렌드와 불황 마케팅으로 합리적 가격에 프리미엄 기능을 담은 ‘트리오 곡물설거지’를 출시했다. 주방 위생을 고민하는 소비자를 위한 ‘트리오 항균설거지 피톤치드’와 ‘트리오 홍초설거지’ 등 기능성을 강화한 주방세제도 선보였다. 베이킹소다와 천일염 등을 담은 트리오도 자연 유래 세정성분에 대한 요구를 반영한 제품이다.
 
트리오는 50주년인 2016년엔 기념작 ‘트리오 투명한 생각’을 출시했다. 전 성분을 제품 정면에 표기한 게 특징이다. 진정성과 투명성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제품 기능에 반영해 ‘최선을 다하는 진심과 눈으로 확인하는 안심’을 표방했다.
 

시장 정체에도 매출 오히려 늘어

2018년 트리오 발효 설거지. 사진 애경산업

2018년 트리오 발효 설거지. 사진 애경산업

2018년에 출시된 ‘트리오 발효 설거지’는 우리 전통 방식인 발효의 지혜를 담은 제품이다. 맑은술 설거지, 발효초 설거지, 곡물 설거지 등 총 3종으로 구성된 이 세제에는 청주와 발효초, 누룩발효 등을 각각 담아 악취와 기름기 제거 등에 더욱 뛰어난 기능을 자랑한다.  
 
트리오 발효 설거지는 발효를 상징하는 항아리와 술병에서 모티브를 얻은 용기 모양과 함유 성분을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일러스트 이미지를 디자인에 담아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19’의 패키징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주방 세제 시장은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외식ㆍ배달 확대 등 환경 변화에 따라 정체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도 트리오는 지난해 매출(내부 기준)이 전년도보다 5.0% 늘면서 건재를 과시한다. 애경산업은 관계자는 “트리오는 최초의 주방 세제를 넘어 새로움을 잃지 않고 시장을 선도해 100년 후에도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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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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