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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MB·박근혜····옥중서신, 누가 쓰든 수신인 늘 ‘국민’이었다

중앙일보 2020.03.07 10:00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 정론관에서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공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 정론관에서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공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의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자필 편지’가 4일 전해진 이후 정치권이 연일 들썩이고 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즉각 "천금과 같은 말씀"이라고 화답한 반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악의 정치재개 선언"이라고 반발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국기문란 행위" 등 격한 표현을 쓰면서 성토했다.
 
A4 4장짜리 편지에 여야가 극명하게 다른 반응을 보인 건 4·15 총선에 미칠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노림수가 있었다는 얘기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정치인은 보통 옥중에서도 지지그룹이 있거나, 자신이 정당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편지를 통해 자신의 뜻을 전달한다"며 "감옥에 있는 것이 불미스러운 일이지만, 가만히 있으면 잊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거물급의 메시지 '지지자 결집'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동차부품업체 다스 자금횡령 등의 혐의로 2018년 3월 22일 구속수감되자 옥중 편지로 지지층 결집을 유도했다. 이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에는 3장짜리 자필 입장문이 게시됐다. "지금 이 시간 누굴 원망하기보다는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 깨끗한 정치를 하고자 노력했지만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가운데)이 2018년 5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있다. [중앙포토]

이명박 전 대통령(가운데)이 2018년 5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있다. [중앙포토]

검찰 기소 시점에선 톤과 메시지가 크게 바뀌었다. 이 전 대통령은 같은 해 4월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검찰의 기소와 수사결과 발표는 본인들이 그려낸 가공의 시나리오"라면서 "초법적인 신상털기와 짜 맞추기 수사를 한 결과"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공판이 시작된 그해 5월 23일에는 A4 용지 11장짜리 모두진술 전문을 페이스북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김효재 전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통령과 참모진이 상의해서 올린 글"이라며 "국민에게 전한 메시지"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이 옥중 심경을 토로하면서 결백을 주장하는 한편 지지자 결집을 유도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 해석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이 전 대통령도 지지층 결집이라는 목적으로 글을 올린 것"이라며 "다만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대구·경북과 태극기라는 지역·이념 지지층이 있지만, 이 전 대통령은 지지층이 와해돼 있었다"고 했다.
 
공개편지로 대립하거나 정치적 연대를 하는 경우도 있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브리핑 사이트에 '탈당과 당 해체'를 주장하는 정동영·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정동영 전 의장은 노 전 대통령에게 "편 가르기를 하는 정치가 양심의 명령이냐"는 공개편지를 띄우는 방식으로 정치적 대립각을 세웠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 재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당시 후보에게 응원편지를 쓴 적이 있다. 자신의 영향력을 더 키우려는 포석이 담겼다는 해석이 많았다.
 

'결백 호소' 수단 되기도

4·15 총선에서 강원 원주갑에 도전장을 낸 민주당 소속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재선 의원 시절인 2009년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불법 정치자금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이 전 지사는 구속 시점에 정계 은퇴와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지만, 지역 주민과 지인들에게 계속해서 옥중 서신을 보냈다. 지역 현안까지 두루 챙기는 모습에 당시 정치권에선 "사실상 옥중 정치를 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8년 5월 법정에서 밝힌 자필 모두진술. [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8년 5월 법정에서 밝힌 자필 모두진술. [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친문(친문재인) 핵심'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따른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해 1월 30일 법정구속됐다. 당시 변호인단도 예상치 못한 판결에 여권과 경남도민들이 혼란에 빠지자 김 지사는 하루 만인 31일 옥중 서신을 통해 "진실을 반드시 밝히고 이른 시일 내에 다시 뵙겠다"고 했다. 결백을 주장하는 도구로 옥중 서신을 활용했다는 정치권 해석이 나왔다.
 
정대철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는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굿모닝시티' 사건 불법자금수수 혐의로 구속수감되자 서울 중구민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한편 지역 현안을 챙기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77년부터 1982년까지 두 차례에 걸친 수감 생활을 하면서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편지를 보냈다. 1984년 『김대중의 옥중서신』이라는 책으로 엮어 순차적으로 발간되면서 민주화 운동 세대의 지지를 얻었다.
 
해외에서도 옥중 서신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반(反)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를 주장해 1962년부터 1990년까지 27년간 수감 생활을 하면서 가족, 지지자, 정치인에게 수백통의 서신을 보내면서 정계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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