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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m 앞 38도 고열환자 있다” 스마트 헬멧 쓰고 다니는 中경찰

중앙일보 2020.03.07 05:00
지난 달 26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한 관공서 출입구에서 인공지능(AI)로봇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열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있다. 이 로봇은 최대 10명의 체온을 한꺼번에 측정할 수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달 26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한 관공서 출입구에서 인공지능(AI)로봇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열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있다. 이 로봇은 최대 10명의 체온을 한꺼번에 측정할 수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에서 사용한 신기술이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체온측정 로봇과 의료용 드론은 물론 스마트 헬멧, 마스크용 안면 인식 시스템 등 예상 밖의 기술과 소프트웨어가 역할을 하면서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가 '기술과 바이러스와의 전쟁' 이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헬멧, 쓰기만 하면 5m 이내 '고열환자' 감지 

BBC방송과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는 '스마트 헬멧'을 쓴 경찰이 거리에 등장했다. 이 헬멧은 쓰기만 하면 5m 이내에 있는 사람들의 체온을 자동으로 감지, 37.5도 이상의 고열이 나는 사람이 나타날 경우 경고음을 울려 알려준다.
 
지난 2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중국 공안이 전망 5m 이내에 위치한 사람들의 체온을 자동으로 감지해 주는 '스마트 헬멧'을 쓴 채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차이나뉴스/웨이보]

지난 2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중국 공안이 전망 5m 이내에 위치한 사람들의 체온을 자동으로 감지해 주는 '스마트 헬멧'을 쓴 채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차이나뉴스/웨이보]

 
심지어 안면 인식 기능까지 탑재돼 있어 화면 속에 잡힌 시민의 이름과 개인정보가 가상 화면에 뜨기도 한다.
    
스마트 헬멧은 전방 5m 이내 접근한 사람의 체온과 함께 안면인식기술을 통해 파악한 해당 인물의 이름 등의 개인정보를 가상 스크린에 함께 띄워준다. [광치그룹]

스마트 헬멧은 전방 5m 이내 접근한 사람의 체온과 함께 안면인식기술을 통해 파악한 해당 인물의 이름 등의 개인정보를 가상 스크린에 함께 띄워준다. [광치그룹]

 
선전의 '광치(光启)그룹'이 출시한 '스마트 헬멧 N910'이라는 이름의 이 장치는 고열 증상을 보이는 신종 코로나 유증상자를 가려내기 위해 이번에 처음 도입됐다. 광치그룹 관계자는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를 위해 고안해 낸 최첨단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장치"라며 "고열을 숨기는 환자를 100% 감지해낸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이 지역을 통과하려면 QR코드를 찍으시오"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서는 QR코드(매트리스 형태의 바코드)를 매단 드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선전시는 신종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시내에 진입하는 차량을 등록·추적하기로 했는데, 이를 위해 지난달 8일부터 도입된 기술이었다. 
 
2월 11일 중국 광둥성 선전의 고속도로 요금소 앞에서 QR코드를 든 드론이 상공을 날며 운전자들에게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라"고 알리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당국은 해당 지역을 방문한 차량을 추적, 감시했다. [신화통신, AP=연합뉴스]

2월 11일 중국 광둥성 선전의 고속도로 요금소 앞에서 QR코드를 든 드론이 상공을 날며 운전자들에게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라"고 알리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당국은 해당 지역을 방문한 차량을 추적, 감시했다. [신화통신, AP=연합뉴스]

 
신화통신에 따르면 선전시 공안은 요금소 상공에 QR코드 플래카드를 매단 드론을 띄웠다. 드론에서는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고 신상을 등록하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운전자들은 사람 간 접촉 없이 차 안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은 뒤 개인정보를 입력했다. 보다 쉽게 통행 차량의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효율성뿐만 아니라 QR코드를 이용한 차량 등록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을 줄여줌으로써 신종 코로나 감염 위험성도 크게 낮췄다는 것이 BBC의 평가다. 
 

◇마스크 안 썼다간 안면 인식 카메라에 '적발' 

중국의 안면 인식기술은 이미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다시 한번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 사태 초기인 1월 말부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외출 자제를 명령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안면 인식 드론을 이용해 거리를 감시하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을 적발, 이들에게 "마스크를 쓰라"는 경고 방송까지 자동으로 내보냈다고 비지니스인사이더는 전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유니콘기업 센스타임이 신종 코로나 사태 대응을 위해 보급한 마스크 착용 얼굴인식기술. 센스타임은 마스크를 쓴 사람의 얼굴을 99%의 정확도로 인식해 일반 얼굴인식 카메라와 유사하게 신원확인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센스타임]

중국의 대표적인 유니콘기업 센스타임이 신종 코로나 사태 대응을 위해 보급한 마스크 착용 얼굴인식기술. 센스타임은 마스크를 쓴 사람의 얼굴을 99%의 정확도로 인식해 일반 얼굴인식 카메라와 유사하게 신원확인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센스타임]

 
무엇보다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업 '센스타임'은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에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얼굴을 99%의 정확도로 인식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센스타임은 데일리메일에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위험하게 마스크를 벗게 할 필요가 없다"며 "이 기술은 이미 중국 정부가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는데 전반적으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빅브라더' 감시국가의 현실화 우려

이 밖에도 AI 로봇이 병원에서 의약품을 배달하거나, 공항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발열 상태를 체크하는 일은 중국에서 일상화됐다. 또 배달 로봇이나 드론을 이용해 격리 중인 환자에게 생필품을 배달하거나, 사람이 아닌 소독 로봇이 거리에 방역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특히 이 같은 기술은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시켜 이번 신종 코로나의 감염 확산 가능성을 크게 낮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14일 중국 후난성 창사시에서 한 직원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음식배달 로봇에 도착지를 입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확산이 심각한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감염 방지를 위해 배달 시 배달 로봇을 사용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지난 2월 14일 중국 후난성 창사시에서 한 직원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음식배달 로봇에 도착지를 입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확산이 심각한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감염 방지를 위해 배달 시 배달 로봇을 사용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그러나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를 빌미로 중국 당국이 '빅브라더화(감시사회 체계 구축)'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이 더 깊숙이 국민의 생활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중국 기술분야 전문 칼럼니스트 엘리엇 잭맨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로 중국 당국이 깨달은 것은 이 분야(건강 및 의료)가 감시체제 구축에 가장 쉽고 약한 부분이라는 것"이라며 "이제 프라이버시는 중국에서 '과거의 것'이 됐으며, 앞으로 이런 종류의 감염 사태는 중국 당국의 빅브라더화를 계속해서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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