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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대란, 통제 능사 아니다…민간의 자발적 공급 늘릴 '당근'도 충분해야

중앙일보 2020.03.05 16:11
 

시장 ‘통제’ 대신 시장 ‘조성’할 때

 

[현장에서]

모든 국민이 손쉽게 마스크를 구입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하며 정부가 마스크 공급 의무화와 수출 제한 조치를 처음 시행한 게 지난달 26일 0시다. 이후 열흘 정도 지났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마스크를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른다.  
 
마스크 대란의 배경엔 원재료 수급 부족과 일부 상인의 모럴 해저드, 중국의 초기 매점매석 등을 부정할 수 없다. 정부가 발 벗고 마스크 공급에 나선 이유기도 하다.
 
문제는 정부의 공언과 달리 마스크 대란이 종식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정한 마스크 공적 판매처에서 수 시간 동안 긴 줄을 서다가 시비가 붙기도 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마스크를 사려고 인파 속에 줄서는 사건도 벌어졌다. 
지난 1일 경기도 하나로마트 이천점. 이날 정부가 하나로마트에 마스크를 대거 공급한다고 발표하자 오전부터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긴 줄을 섰다. 이천 = 문희철 기자

지난 1일 경기도 하나로마트 이천점. 이날 정부가 하나로마트에 마스크를 대거 공급한다고 발표하자 오전부터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긴 줄을 섰다. 이천 = 문희철 기자

소비자는 열흘째 마스크 못 구해 

 
장기간 지속하는 마스크 대란의 이면엔 한국의 허약한 상품 유통 구조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유통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논리를 거의 그대로 반영한다. 마스크 공급량이 정해진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가 급등하자 가격은 당연히 상승했다.
 
비정상적인 시장에 맞서 정부가 선택한 대응 방법은 시장 통제였다. 제조공장마다 공무원을 파견해 제조량의 50% 이상을 시장이 형성한 가격보다 저렴하게 가져갔다. 그리고 정부가 손쉽게 공급할 수 있는 유통망에 마스크를 풀었다.
 
이렇게 되면 제조사는 굳이 마스크를 많이 만들 필요가 없다. 공장을 돌린 만큼 호주머니가 채워지는 게 아니라서다. 기업이 공장을 돌릴수록 비용도 늘어난다. 이를 감수할 만큼 이문이 남는다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비용을 감당한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낮다면 굳이 투자비용을 떠안지 않는 게 기업의 당연한 의사결정이다.
27일 서울 강서구 약국에 '마스크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날 대부분의 약국에서 마스크 구입이 불가능했다. 문희철 기자.

27일 서울 강서구 약국에 '마스크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날 대부분의 약국에서 마스크 구입이 불가능했다. 문희철 기자.

반시장 정책은 풍선효과로 귀결 

정부가 손 놓고 시장에 모든 걸 맡겨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단기간 수요가 급등해 일종의 투기시장이 형성됐다면 일시적으로 정부가 개입해 시간을 벌어야 할 시점도 존재한다. 또 이로 인해 사회적 약자가 받는 피해가 심각해진다면 사회복지 차원에서 역시 정부가 나서야 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정부의 인위적 개입은 효과가 한시적이다. 시장에 개입해서 확보한 시간에 정부가 할 일은 기업이 스스로 생산을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공평’이라는 기치 아래 시장 옥죄기가 우선인 느낌이다. 5일 정부가 추가로 내놓은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살펴보자. 앞으로 마스크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생산·분배·유통 전 과정을 정부가 100% 관리한다. 공적 판매처 공급 비율(50%→80%)을 늘리고 나머지 거래도 사전 승인한다. 제조사 입장에서만 보면 반시장적이다. 1주당 1인 2매로 구매를 제한하고, 출생연도에 따라 마스크 5부제를 도입하는 정책도 마찬가지다.
하나로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마스크 구매 위한 번호표를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있다. 뉴스1

하나로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마스크 구매 위한 번호표를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있다. 뉴스1

물론 공급 확대를 위한 정책도 있다. 부족한 원자재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목표를 제시하고 인력·운송을 지원하는 방안이 등장했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해 보인다. 
 
민간 기업이야 적정 이윤을 기대할 수만 있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버선발로 뛰쳐나가 마스크 원재료를 공수하고, 마스크 제조 설비에 투자하고, 기꺼이 현재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미래의 이익을 기대하며 밤낮으로 공장을 돌릴 수밖에 없다.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만든 마스크를 유통하는 한 사업자는 “마스크 제조업자가 나빠서 공급을 줄인 게 아니라 단지 한정된 재화로 더 많은 이윤을 남기려고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결과”라며 “정부가 이들에게 마스크 사업이 돈 버는 길이라는 확신을 주면 너도나도 마스크 제조량을 늘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희철 산업1팀 기자

문희철 산업1팀 기자

마스크 대란 열흘째, 시장 통제로 시간을 벌었다면 이젠 시장 조성에도 나서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부터 부동산 정책까지 지금껏 시장과 맞선 정부 정책은 하나같이 풍선효과로 귀결했다는 점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문희철 산업1팀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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