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삼시세끼 돌밥돌밥"…코로나19로 달라진 육아 생활의 고충

중앙일보 2020.03.05 15: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면역력 약한 아이를 둔 부모의 걱정도 날로 커지고 있다. 어린이집 휴원은 물론이고 이번 주로 예정했던 유치원, 초·중·고 학교 개학이 이달 23일로 연기되면서 집에서 이뤄져야 하는 아이 돌봄 문제가 중요 이슈로 떠올랐다.
코로나19로 달라진 육아 생활-1.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코로나19로 달라진 육아 생활-1.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자녀를 둔 부모의 생활은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중앙일보가 직접 엄마·아빠들의 달라진 생활에 대해 조사했다.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 모바일과 웹망을 통해 신생아부터 고등학생까지 자녀가 있는 30~50대 남녀 12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먼저 코로나19로 인해 양육을 포함한 일상생활의 변화가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달라졌다’고 답한 사람은 응답자의 87%(1121명). 반대로 ‘변화 없다’고 답한 사람도 13%(167명)가 있었다. 생활이 달라졌다고 대답한 사람 중, 미세하게 30대 여성과 40대 남성의 응답 비율이 높았다.  
가장 많이 달라진 점으로는 ‘외출 자제’를 꼽았다. 응답자의 57%가 '자녀 동반 외출’(37%) '자신의 외출'(20%)을 자제해야 하는 게 가장 달라진 점이라고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집에서의 아이 돌봄(18%), 음식 준비(13%), 온라인 장보기(12%) 순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로 가장 불편한 점을 묻는 질문에도 가장 많은 응답자(48%)가 '외출 자제'라고 답했다.  
가장 걱정되는 코로나19 감염 경로를 묻는 질문에는 '대중교통 시설'(31%)이 제일 많았고 '외식 공간'(22%), '아이가 만나는 사람 또는 공간'(20%), '장 보는 공간'(18%)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들은 "밖에서의 모든 생활이 걱정되다 보니 결국 하루 24시간을 모두 집에서 보내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몇 년간 소비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의 중심에 있었던 '홈코노미(집에서 모든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 혹은 생활 방식)'가 코로나19로 인해 일반적인 생활 방식이 된 셈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끼니를 챙겨야 하는 상황에 엄마들의 고민이 만만찮다. 맘카페, 블로그 등에 '코로나 삼시세끼'란 제목으로 올라온 음식 사진들을 모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끼니를 챙겨야 하는 상황에 엄마들의 고민이 만만찮다. 맘카페, 블로그 등에 '코로나 삼시세끼'란 제목으로 올라온 음식 사진들을 모았다.

 

"삼시세끼 전쟁"

최근 한 온라인 맘카페에 "삼시세끼 전쟁"이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회원들로부터 큰 공감을 일으켰다. 아이와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 등 모든 가족이 24시간 집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하루 삼시세끼를 꼬박꼬박 챙기게 된 주부의 이야기다. 맘카페에는 이처럼 온종일 가족의 식사를 챙겨야 하는 엄마들의 고충을 토로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아이 둘의 삼시세끼를 다 챙기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집에서 조리할 수 있는 음식에 한계가 있어 메뉴가 돌고 돈다" "학교 급식의 감사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등등의 내용이다.  
실제로 많은 엄마·아빠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취재에 응한 사례자들이 이름을 밝히기 꺼려 이름을 모두 영문 알파벳처리했다). 강동구에 사는 40대 주부 A씨는 "매일 돌밥돌밥(돌아서면 밥 차리고 돌아서면 밥 차리고)의 반복"이라며 "코로나19로 밖에서는 생사를 오가는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집에서도 아이와 남편의 식사를 모두 챙겨야 하는 끼니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를 하는 30대 후반 직장인 B씨 역시 "애들 밥 차려주는 게 가장 큰일이다. 시간도 많이 들고 메뉴도 걱정"이라며 "무엇보다 일을 해야 하는데 엄마가 집에 있으니 아이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자 조르고 , 시시때때로 간식을 달라며 찾아서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중3·고3 딸 둘과 함께 집에서 지내고 있는 C씨는 "아침은 간단하게 과일이나 빵으로 해결하고, 점심은 직접 만들어 먹고, 저녁은 배달음식을 먹는 게 일상이 됐다"고 했다. 코로나19 발병 초기엔 식재료를 사다 직접 조리해서 건강식으로 준비했지만, 최대한 집밖으로 나가지 않고 요리를 하자니 배달이 가능한 반조리 식품을 먹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C씨는 저녁에는 평소 외식을 즐기던 식당의 음식을 포장·배달시키고, '띵똥' '배민라이더' 등 배달 앱을 통해 단팥죽·케이크 등 디저트류도 배달시켜 먹는다고 했다.
끼니 전쟁에선 남자도 자유롭지 않다. 40대 직장인 D씨는 "돕는다고 돕는 데도 눈치가 보인다"고 털어놨다. "평소 주말이면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영화를 보고 음식도 직접 하는 등 가정적인 남편, 다정한 아빠라고 자부했는데 재택근무로 집에 함께 있으면서 부쩍 아내의 짜증이 늘었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은 저녁 때가 되면 뭐가 먹고 싶은지 내가 먼저 물어보고 아예 배달을 시킨다"고 했다.   
자녀가 어린 가정에선 집에서의 아이 돌봄 자체가 문제다. 미취학 아동인 아들 셋 엄마 E씨는 최근 친정 식구들이 번갈아 아이보기 '당번'을 선다고 했다. 첫째·둘째는 어린이집에 다녔고, 막내는 친정 이모가 집으로 와 봐주고 있었는데 어린이집 휴원으로 어린 아들 셋을 모두 집에서 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회사 사정상 휴가를 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 친정 식구들이 총출동해 아이들을 봐주고 있다. E씨도 출근 시간을 1시간 당겨 오전 8시~오후 5시까지로 근무시간을 조정하고, 퇴근해서는 자신이 아이들을 맡는다. E씨는 "평소보다 하루에 2~3시간씩 야근을 더 하는 피로도를 느낀다"라며 "코로나19가 빨리 진정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달라진 육아 생활-2.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코로나19로 달라진 육아 생활-2.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평소보다 온라인 쇼핑 50% 이상 늘었다"

이런 '집콕' 생활이 많아지면서 온라인 쇼핑몰 이용이 크게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45%가 '평소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라인 쇼핑을 50% 이상 더 하게 됐다'고 답했다. 아예 '모든 물건을 온라인을 통해서만 산다'고 답한 사람도 77명(6%)이나 있었다. 
온라인 쇼핑을 통해 가장 많이 사고 있는 것은 역시나 '식품'(58%)이었다. 식료품(28%)이 가장 많았고, 그 뒤로 생필품(20%), 신선식품(16%), 간편식(14%)이 뒤를 이었다. 소셜커머스 ‘쿠팡’에서 지난주(2월 24일~3월 1일) 가장 잘 팔린 제품은 라면·우유·생수·햇반·달걀 등 식품 위주다. 식품전문 온라인몰 '마켓컬리' 역시 2월 한 달간 육개장·만두·쪽갈비 주문량이 전월 대비 6~10배 이상 늘었다.  
집에서 삼시세끼를 해결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엄마아빠들이 많다. 사진은 밀키트(가정간편식)를 활용해 새우 요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CJ제일제당]

집에서 삼시세끼를 해결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엄마아빠들이 많다. 사진은 밀키트(가정간편식)를 활용해 새우 요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CJ제일제당]

요리를 쉽게 할 수 있는 밀키트(가정간편식)는 가장 판매량이 급증한 제품이다. 이마트·신세계백화점 온라인몰 'SSG닷컴'에선 밀키트가 지난 2월 한 달 가장 잘 팔리는 식품 1위를 기록했다. GS리테일의 밀키트 브랜드 '심플리쿡'은 최근 2주간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182.5%나 증가했다. SSG닷컴 관계자는 "밀키트의 2월 판매는 전월 대비 57%, 전년 동기 대비 1020%가 늘었다"며 "식사의 메인 메뉴가 되는 밀푀유나베·스테이크·초마짜장·부대찌개 등의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대구·경북 지역 최초 확진자인 31번 확진자가 나온 이후인 2월 19일~3월 3일 기준으로, 쌀·라면 외에도 간편하게 반찬으로 활용할 수 있는 통조림류(전월 대비 61%)와 식사 대용 또는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망고(45%)·참외(40%) 등 과일류, 모든 음식에 사용하는 식재료인 양파(50%)·대파(34%)의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