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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보다 가혹한 '코로나'…유럽 최대 지역항공사 '플라이비' 파산

중앙일보 2020.03.05 14:55
5일 파산을 선언한 영국의 저비용항공사 플라이비의 항공기가 지난 1월 13일 영국 맨체스터항공에서 이륙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5일 파산을 선언한 영국의 저비용항공사 플라이비의 항공기가 지난 1월 13일 영국 맨체스터항공에서 이륙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유럽 최대 규모 지역 항공사이자 영국의 대표적인 저비용항공사(LCC)였던 '플라이비(Flybe)'가 5일(현지시간) 파산했다.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여행 수요가 줄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플라이비에 이은 중대형 항공사의 도미노 파산 우려마저 제기되면서, 세계 항공업계는 '어둠의 시기'였던 9·11테러 이후보다 더 큰 침체기를 맞고 있다.

중대형 항공사로 전이 '줄도산' 우려
9·11 이후 15조원 손실…"코로나 더할 듯"

 
영국 민간항공관리국(CAA)은 이날 "플라이비가 행정 관리에 들어갔다"며 "플라이비의 모든 항공편이 취소됐으므로, 이 항공사 고객들은 공항으로 가지 마시길 공지드린다"고 밝혔다. 플라이비는 파산 발표 전날 오후 10시까지 티켓을 판매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항공편 취소를 통보하면서 수만 명의 고객을 수용하기 위해 타 항공사가 급히 대체 항공편을 개설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영국 민간항공관리국(CAA)이 유럽 내 최대 지역항공사인 플라이비의 파산 소식을 트위터로 전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영국 민간항공관리국(CAA)이 유럽 내 최대 지역항공사인 플라이비의 파산 소식을 트위터로 전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플라이비는 이날 운영 중이던 119개의 항공 노선의 항공편을 모두 취소했으며, 이로 인해 최소 2300명의 직원이 사실상 갈 곳을 잃었다고 가디언 등은 전했다.  

 
영국 남부 엑스터에 본사를 둔 플라이비는 영국 국내선의 40%를 운항하는 등 한때 유럽 최대 규모 지역 항공사로 불렸다.  
  

그러나 지난해 경영난으로 인해 영국 항공사 버진 애틀란틱, 영국 물류기업 스토바트 그룹, 그리고 미국의 헤지펀드인 사이프러스 캐피털이 참여한 컨소시엄(공동 목적을 위해 조직된 협회나 조합)에 의해 인수되었다. 해당 컨소시엄은 플라이비 인수에 최소 1억 파운드(약 1510억 4100만원)를 쏟아부었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로 인해 항공 수요가 급감하면서 더이상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온 것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로 인해 여행과 출장은 물론, 각국의 주요 대형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항공사가 그 타격을 직격으로 맞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항공사 중 하나인 유나이티드 항공은 지난 4일 미국과 캐나다 항공편을 10% 감축, 4월 중 국제선 항공편도 20% 감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신규 채용을 당분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미국 지사 근로자들에게 자발적인 무급 휴직을 권고했다.  
 
영국항공(브리티시 에어웨이스)의 대표는 1일 "신종 코로나가 항공업계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항공업계는 이번 플라이비 파산이 중대형 항공사의 '도미노 파산'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로 인한 항공업계의 손실이 2001년 항공업계의 암흑기를 가져왔던 9·11 뉴욕 국제무역센터 테러 이후보다 심각하다"고 전했다. 
 
약 3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9·11 테러 당시 항공기 이용에 대한 공포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대규모 항공편 취소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은 당시 130억달러(약 15조 36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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