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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데이터 전문가의 일갈 "사람들 AI 환상, 미래 못 바꾼다"

중앙일보 2020.03.05 14:50

세계 경제석학 2020 진단 ⑩ 알렉스 펜트랜드 MIT 미디어랩 디렉터

컴퓨터 공학자인 디렉터인알렉스 샌디 펜트랜드 교수는 ‘인공지능(AI)’이란 표현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 매사추세츠공대(MIT)]

컴퓨터 공학자인 디렉터인알렉스 샌디 펜트랜드 교수는 ‘인공지능(AI)’이란 표현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 매사추세츠공대(MIT)]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단어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에서는 AI 대신 확장지능(EI·Extended Intelligence)이라고 부른다.”
 

[글로벌인터뷰]

컴퓨터 공학자이자 MIT 미디어랩 디렉터인 알렉스 샌디 펜트랜드(Alex Sandy Pentland·68) 교수는 많은 사람이 AI에 대해 지나친 환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AI를 혁신기술로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AI는 ‘인공’이라는 단어 때문에 인간의 모습을 닮은 영화 ‘터미네이터’ 혹은 ‘아이언맨’을 상상하는데, 실제로는 방대한 데이터를 가장 효율적으로 분석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계산기·컴퓨터처럼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인간 대신해주는 기계일 뿐이라는 얘기다.    
 
펜트랜드 교수는 구글 창립자 래리 페이지, 미 대선 경선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과 함께 2011년 미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7대 데이터 과학자’에 이름을 올렸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펜트랜드를 ‘21세기를 이끌 100인의 미국인’으로 선정한 바 있다. 그의 전공은 국가·사회·기업 구성원의 상호 물리적 패턴을 이해하는 인간 역학이다. AI와 머신러닝 시대의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MIT 미디어랩 건물 3층에서 만난 펜트랜드 교수는 오전 8시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활기찬 목소리로 ‘미래 세계’를 묘사했다. 백발이 성성한 교수의 두 눈은 소년 같은 호기심으로 빛났다.
 
“AI가 미래를 이끌 가장 중요한 기술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AI가 가장 중요한 기술은 아니다”라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펜트랜트 교수는 AI가 미래를 이끌 가장 핵심적 기술은 아니라고 했다. 필요한 여러 기술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사진 MIT]

펜트랜트 교수는 AI가 미래를 이끌 가장 핵심적 기술은 아니라고 했다. 필요한 여러 기술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사진 MIT]

세계 각국 정부뿐 아니라 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이 AI를 미래를 바꿀 가장 중요한 기술로 보고 있다.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 AI가 마치 공상과학(SF) 영화 속 세계를 구현할 유일무이한 열쇠라고 생각하는 듯한데, AI는 수많은 필요한 기술 중 하나일 뿐이다.”
 
미래는 어떤 모습이고 AI의 역할은 무엇인가.    
“세상 모든 요소가 데이터화되고, AI는 이를 최적화된 상태로 분석한다. 그렇게 되면 인터넷은 소통 매체에서 거래 매체로 진화한다. 예를 들어보자. 지금까지 기업인 A와 B는 계약 체결을 위해 인터넷으로 소통했다.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대화는 나눠도 법적인 거래·계약 체결은 결국 사내 법률팀 혹은 변호사를 통해서 대면 회의로 성사됐다. 앞으로는 이 과정을 모두 AI와 인터넷이 대체하게 된다.”  
 
어떻게 가능한가.  
“예컨대 기업이 ‘1000만 달러(약 116억원) 규모의 예산으로 사옥을 짓고 싶다’는 내용을 컴퓨터 모니터에 기재하고 엔터를 치며, 사물인터넷(IoT)으로 얻은 데이터를 모아 AI가 가장 최적화된 위치와 건축법, 연락 가능한 건설사 명단을 제시한다. 검토 끝에 적절한 건설업체를 선정하면 기업은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을 통해 법적 효력이 있는 온라인 서류를 상대 회사와 교환한다. 서류에 온라인 서명을 하면 계약 완료다. 양사의 직원이 만나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결국 AI는 IoT와 블록체인 등 다른 기술과 힘을 합쳤을 때 그 위력을 발휘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특히 AI와 IoT는 시너지를 발휘하는 조합이다. AI가 IoT로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 있는 정보로 만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블록체인은 신뢰성을 더한다. 기존 인터넷 시대에는 포털 등 플랫폼에서 정보를 통제했지만 블록체인 상에서는 모든 사람이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
AI는 일자리를 뺏기보다는 창출할 것이라고 펜트랜드 교수는 밝혔다. [사진 MIT]

AI는 일자리를 뺏기보다는 창출할 것이라고 펜트랜드 교수는 밝혔다. [사진 MIT]

그렇게 되면, 사내 법률팀·영업팀 등이 사라질 수 있는데,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러다이트(기계 파괴) 운동식 사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진 않다. 회계사·변호사·은행원 등 일부 화이트칼라 직종이 사라질 수는 있지만 신기술로 인해 생겨나는 일자리가 훨씬 더 많다. AI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인간이 더 인간다운 업무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점이다. 기계는 데이터 분석 및 알고리즘 파악으로 인간의 창작을 도울 수는 있지만, 스스로 온전한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는 없다. 결국 인간의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를 줄여주는 확장지능(EI)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래도 여전히 AI가 인간과 일자리 경쟁을 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나온다.  
“AI에 대한 잘못된 환상과 맞물려있다. 사람들은 AI를 인간 대체 로봇이라고 착각하는데,  우리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대표적인 AI가 바로 날씨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다. 기상 예보 컴퓨터가 사람을 위협하는 로봇으로 보이나. 이 기계 덕분에 날씨를 분석하는 연구원, 정보를 가공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방송사 기상캐스터 등 새로운 직종이 수없이 생겼다.”  
 
과거 강연에서 기술의 발전 자체보다 발전 속도가 중요하다는 발언을 했는데.    
“그렇다. 15년 전 미국 SF 드라마 ‘스타트렉’은 100년, 200년 뒤를 상상한 콘텐츠였다. 번역기기로 외계 생명체와 대화하고, 손바닥만 한 기기로 사람과 소통하고, 모니터 하나로 세상 어디든 들여다볼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살아생전 경험할 수 없는 머나먼 미래쯤으로 여겨졌는데, 외계인의 존재를 제외하고 80~90% 이미 실현됐다. 예상보다 기술은 훨씬 더 빠르게 발전되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사람들의 적응 속도도 가속화돼야 한다. 즉, 인간이 더 인간답게 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노력인가.  
“데이터를 활용한 사회과학적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삶의 모든 요소를 데이터화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의 상식을 재검증할 기회다. 예컨대 많은 사람은 민주주의를 가장 이상적인 정치 제도로 여기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는 가장 이상적인 지도자를 선출할까. 혹은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주장한 ‘보이지 않는 손’은 정말 인간의 최대 이익을 보장할까. 시장은 모든 경제 문제의 해결책일까. 그동안 여러 학자 사이에서 주장만 존재했지 한 번도 검증되지 않은 이론들이다.”
펜트랜트 교수는 사물인터넷(IoT)과 AI 발달로 사회물리학이란 연구 영역이 중요해졌다고 짚었다. [사진 MIT]

펜트랜트 교수는 사물인터넷(IoT)과 AI 발달로 사회물리학이란 연구 영역이 중요해졌다고 짚었다. [사진 MIT]

그동안 학계에서 이론을 뒷받침하는 연구를 해오지 않았나.  
“완벽한 검증은 불가능했다. 예컨대, 심리학·사회학·병리학 등의 연구는 설문조사로 이뤄졌다. 대부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커진다는 것을 상식으로 알고 있지만, 이러한 연구에 얼마나 적은 양의 데이터가 쓰이는지 아나. 보통 적게는 대여섯명, 많게는 수십명의 한 달간 수치를 비교해 내린 결론이다. 관찰 기간이 지난 1년 뒤 수치가 어떻게 변하는지는 알 턱이 없다.”  
 
IoT와 AI 덕분에 인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질 것 같다.  
“그렇다. 앞으로 사회물리학(Social Physics)이 미래를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정보와 아이디어 사이의 수학적 연결, 사람들의 행동에 관한 신뢰할 수 있는 설명을 제시하는 정량적 사회과학이다. 물리학의 목표가 에너지 흐름이 어떻게 운동 변화로 이어지는지를 파악하는 학문이라면, 사회물리학은 아이디어 흐름이 어떻게 인간의 행동 변화로 이어지는지를 연구한다. ”
 
케임브리지(미국)=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사회물리학으로 전염병 추적·예방할 수 있어"
창조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창조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펜트랜드 교수는 2015년 발간한 저서 『창조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탐험’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참여’가 뛰어난 사람들이 최고의 성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데이터를 통해 실증했다.  

 
펜트랜드 교수는 “아이디어를 스스로 생각해내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장 효과적으로 수확하는 사람이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며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유지하는 사람이 변화를 이끌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똑똑한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은 돈이나 특권이 아니라 동료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인정과 도움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똑똑한 아이디어가 조직 혹은 집단 내에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사회 관계망 동기를 활용해야 한다고 펜트랜드 교수는 말한다. 예컨대 다이어트를 할 경우 5명의 팀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서로 성과를 체크하는 것이 혼자 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다만 집단사고의 오류를 불러올 수 있는 ‘반향실 효과(Echo Chamber Effect·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한쪽으로만 사고가 쏠리는 현상)’는 경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누군가는 외부에서 끝없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수혈해야 한다고 펜트랜드 교수는 지적했다. 
 
펜트랜드 교수는 최근 분석기법의 혁신으로 놀랍도록 많고 거대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게 됐고, 그를 통해 인간 활동에 대한 더욱 정확한 관찰과 설명이 가능해졌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를 ‘사회물리학’이라고 설명했다.  
 
펜트랜드 교수는 “데이터에 기반을 둔 사회물리학이 주도하는 사회를 운영하면 전염병을 추적·예방하고, 금융위기를 예측해 충격을 완화하고, 천연자원을 지혜롭게 소비할 수 있다”며 “위험을 피해 신중하게 항해를 계속해 나가는 꿈은 곧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스 샌디 펜트랜드(Alex Sandy Pentland·68)
1976년 미시건대 수학·통계학 학사  
1982년 MIT 인공지능·심리학 박사
1983년 스탠포드대 컴퓨터과학 강사  
1987년 MIT 경영대 교수
2012년 포브스 선정 '세계 7대 데이터 과학자'
2013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맥킨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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