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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공자가 말한 '방기원' 코로나19에 적용한다면

중앙일보 2020.03.05 09:00

[더,오래]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69)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를 중심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 좀체 숙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를 분석하고 해법을 내놓는 전망이 여러 고전을 인용해 여기저기 등장하고 있다.
 
한학자 이동후(80)씨는 『맹자(孟子)』에 나오는 주석 하나를 음미해 볼 것을 제안한다. 공교롭게도 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의 고전을 인용하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지만. 『맹자(孟子)』의 첫 장인 ‘양혜왕(梁惠王) 상(上)’ 앞부분에 주석으로 등장하는 사마천(司馬遷)의 말을 들어보자.
 
『맹자(孟子)』 [사진 송의호]

『맹자(孟子)』 [사진 송의호]

 
태사공(太史公, 사마천)이 말하기를, “공자(孔子)께서 이익(利益)에 대해 거의 말하지 않은 것은 언제나 혼란이 되는 근본 원인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이익에 따라 행동하면 원망을 듣는 일이 많다’고 하셨으니, 천자(天子)로부터 백성에 이르기까지 이익을 좋아하는 폐단이 어찌 다르겠는가?(太史公이 曰夫子罕言利는 常防其源也라 故로 曰放於利而行이면 多怨이라 하시니 自天子로 以至於庶人이 好利之弊이 何以異哉리오)”
 
공자의 ‘근원부터 막는다(防其源)’는 말을 우리 조상들은 이런 이야기로 비유한다.
 
옛날 어느 농가에 하루는 소나기가 쏟아지는데 논물을 살펴야 할 일꾼이 마침 자리를 비웠다. 논농사는 물이 흉년(凶年)과 풍년(豐年)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가물다가 비가 오면 빨리 논물이 아래로 빠지는 논물 귀를 막고 물을 자기 논에 가두어 두는 게 중요한 일이다. 주인은 평생 글만 읽던 선비였다.
 
서생이지만 빗줄기가 세차 논물이 걱정돼 삽을 들고 자기 논에 나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자기 논에는 물이 덜 차고 아래 논으로 물이 세차게 흘러내리는 것이었다. 얼른 논물 귀를 막아야 했다. 빨리 흙을 한 삽 떠서 막아보니 세찬 물로 흙은 금세 쓸려 내려가 버렸다. 몇 번 흙을 떠서 논물 귀 밖을 다시 막아도 곧 터지고 마는 것이었다.
 
모든 일은 근본을 다스리는데 달려 있다. '방기원'이란 문자를 책 속에서 배워도 이치인 근본을 모르면 백면서생의 임기응변으로 그치고 만다. [사진 Pixabay]

모든 일은 근본을 다스리는데 달려 있다. '방기원'이란 문자를 책 속에서 배워도 이치인 근본을 모르면 백면서생의 임기응변으로 그치고 만다. [사진 Pixabay]

 
선비는 몇 시간을 논물과 싸웠지만 막지 못하고 구슬땀만 흘렸다. 그때쯤 일꾼이 걱정돼 보던 볼일을 멈추고 논으로 달려갔다. 논둑에 이르니 주인이 하는 짓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일꾼은 주인이 든 삽을 빼앗아 흙을 한 삽 떠서 논물 귀 안쪽에 놓았다. 그렇게 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금방 논물 귀가 막히고 자기 논에 물이 차는 것이었다. 이걸 본 선비는 자기 머리를 툭 쳤다. “옳지! 방기원(防其源)이라고 했지.” 선비는 일꾼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대학(大學)』에는 물유본말(物有本末, 사물에는 근본과 끝이 있다), 사유종시(事有終始, 일에는 끝과 시작이 있다)란 말이 나온다. 모든 일은 근본을 다스리는데 달려 있다. ‘방기원(防其源)’이란 문자를 책 속에서 배워도 이치인 근본을 모르면 백면서생의 임기응변으로 그치고 만다.
 
중국에서 시작돼 우리나라로 넘어온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방기원(防其源)’은 무엇일까. 누구나 아는 근본책을 제쳐 놓고 논물 귀의 밖만 막아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맹자』는 어려운 문제일수록 근원부터 막는다는 이치를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덧붙여 코로나19를 조기 종식시키는 데는 개인이 지켜야 할 예방수칙 ‘방기원’도 잘 실천해야 할 것이다.
 
대구한의대 교수‧중앙일보 객원기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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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의호 송의호 대구한의대 교수ㆍ중앙일보 객원기자 필진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 은퇴하면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중에는 문중 일도 있다. 회갑을 지나면 가장을 넘어 누구나 한 집안의 어른이자 문중을 이끄는 역할을 준다. 바쁜 현직에 매이느라 한동안 밀쳐 둔 우리 것,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져 보려고 한다. 우리의 근본부터 전통문화, 관혼상제 등에 담긴 아름다운 정신, 잘못 알고 있는 상식 등을 그때그때 사례별로 정리할 예정이다. 또 영국의 신사, 일본의 사무라이에 견줄 만한 우리 문화의 정수인 선비의 정신세계와 그들의 삶을 한 사람씩 들여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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