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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서 자란 '김사부' 안효섭 "콩글리시 발음 안돼 혼났다"

중앙일보 2020.03.05 08:00
‘낭만닥터 김사부 2’에서 서우진 역할을 맡은 배우 안효섭. [사진 SBS]

‘낭만닥터 김사부 2’에서 서우진 역할을 맡은 배우 안효섭. [사진 SBS]

“김사부가 그랬다. 사람은 믿어준 만큼 자라고, 아껴준 만큼 여물고, 인정받는 만큼 성장하는 법이라고.”
SBS ‘낭만닥터 김사부 2’(강은경 극본, 유인식ㆍ이길복 연출)는 명대사가 넘쳐나는 드라마였다. “키우는 어항이나 수족관의 크기에 따라서 관상어의 크기가 변한다”는 코이의 법칙을 증명이라도 하듯 김사부(한석규)는 돌담병원을 거대한 어항으로 만들었다. 각종 트라우마로 의사로서 제구실을 하기 힘든 ‘모난 돌’을 품음으로써 수술실에서 날개를 펼칠 수 있는 ‘둥근 돌’로 길러낸 것. 덕분에 시즌 1 강동주(유연석)와 윤서정(서현진)은 물론 시즌 2에서 바통을 이어받은 서우진(안효섭)과 차은재(이성경)까지 쑥쑥 자랐고, 시즌 2는 시청률 27.1%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2016~2017년 방영된 시즌 1 최고 시청률 27.6%에 맞먹는 성과다. 

‘김사부’ 시즌 2 서우진 역 활약한 안효섭
“영어 의학용어, 혀 많이 굴린다 혼났다”

 
그중에서도 서우진 역을 맡은 배우 안효섭(25)은 이번 시즌에서 발굴한 최대 수확으로 꼽힌다. 생활고로 세상을 등진 가족 중 홀로 살아남아 빚쟁이들에게는 학자금 대출 독촉에 쫓기고, 내부 고발로 믿었던 선배와 틀어진 와중에도 김사부가 좇는 낭만을 따라나선 인물로 복잡다단한 감정을 온몸으로 소화해낸 덕분이다. 3일 서울 논현동에서 만난 안효섭은 “시즌 1이 워낙 큰 사랑을 받아서 부담된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좋은 작품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며 “현장의 모든 분이 항상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고, 기다려주고, 넘어져도 잡아준 덕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다”고 했다.  
 

“한석규, 카메라 안 잡혀도 혼신 연기”

시즌 2에 합류한 이성경과 안효섭. 시즌 1의 유연석, 서현진의 성장담을 이어받았다. [사진 SBS]

시즌 2에 합류한 이성경과 안효섭. 시즌 1의 유연석, 서현진의 성장담을 이어받았다. [사진 SBS]

그는 한석규(56)를 ‘연기 사부’이자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칭했다. “무슨 말을 하든 간에 진짜여야 한다”는 말을 달고 사는 한석규와 함께 한 모든 순간이 배움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사실 첫 미팅 때는 좌불안석이 따로 없었어요. 사흘 동안 낚시를 하고 그 복장 그대로 오셨는데 마네킹 같더라고요. 인간성, 아니 인간미가 없다고 해야 하나. 어릴 적부터 TV에서 보던 분이니까요. 그런데 항상 곁을 지키며 진짜를 끌어내 주셨어요. 카메라가 저만 찍고 있을 때도 앞에 서서 연기를 해주셨어요. 정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번 최선을 다해서요. 선배님의 경험담을 들려주시니까 이해도 쏙쏙 되고 바로 와 닿더라고요.”
 
박민국(김주헌) 원장과 대립하는 신을 촬영할 때는 “나는 지금 한석규다, 내가 바로 김사부다”라고 주문을 외웠단다. 그러면 “스파크가 팍팍 튀면서 싸워도 안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생각해 보면 전 인원 수만 채웠을 뿐 별로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사부님을 많이 좋아했어요. 열심히 따라가려고 했고.” 극 중 손이 남다른 외과 의사로 평가받는 서우진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여유로운 표정을 짓기 위해 연습했다. 한 스텝 더 나아가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다”고 했다. 시즌 3가 제작되면 무조건 하고 싶다며 “서우진의 성장담도 좋지만 메디컬 내용에 더 집중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효섭은 ’서우진은 외딴 섬에 홀로 떨어진 사람 같은 느낌이었다“며 ’그 트라우마를 전부 드러내기보다는 숨기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안효섭은 ’서우진은 외딴 섬에 홀로 떨어진 사람 같은 느낌이었다“며 ’그 트라우마를 전부 드러내기보다는 숨기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7살 때 캐나다에 이민을 갔다가 17살 때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의학 용어 중 영어가 많아서 더 편할 줄 알았는데 발음이 도리어 복병이었다”고 했다. “하이브리드 룸, VIP 등 영어 단어를 말할 때마다 NG가 많이 났어요. 혀 좀 그만 쓰라고 지적을 받았죠. 그래서 콩글리시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하하.”  
 

“JYP 연습생 시절, 마음 주는 것 힘들었다”

2015년 데뷔 당시 한국어가 서툴다는 지적을 받은 그는 틈틈이 사전을 찾아본다고 했다. “철학이나 인문학 관련 책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한장 넘기기가 힘들어요.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서. 한번 보면 까먹으니까 검색 기록을 매주 다시 훑어봐요. 발음 때문에 감정 깨지는 게 싫어서 아나운서 학원에 다닌 적도 있어요. 아침마다 영상을 틀어놓고 따라 하기도 하고요.” 그래선지 그는 인터뷰 중에도 한 단어를 내뱉을 때마다 적확한 표현을 찾기 위해 고심했고, 잘못된 표현이 있으면 스스로 정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발탁돼 혼자 한국으로 온 그는 “실제 성격도 서우진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 “저도 세상에 대한 벽이 좀 있는 편이예요. 인간관계에 대한 신뢰가 큰 편도 아니고. 연습생 시절 함께 동고동락하던 친구들이 평가를 받고 떠나고 하는 걸 보면서 마음을 줘도 끝나는 관계가 있다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결국 더 잘해주지도 않고, 덜 잘해주지도 않고, 중간만 지키자 이렇게 되더라고요. 그런 여러 부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여럿이서 함께 하는 아이돌보다는 혼자 하는 배우가 맞겠구나 싶기도 했고. 어린 마음에 가수 하면 연기할 기회도 더 쉽게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음악은 혼자 할 수 있어도 배우는 취미로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거죠.”
 

“캐나다서 보던 드라마 PD와 작업 영광”

’꽃미남 역할은 부담스럽다“면서도 제법 아이돌 같은 면모를 뽐냈다. [사진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꽃미남 역할은 부담스럽다“면서도 제법 아이돌 같은 면모를 뽐냈다. [사진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 곽시양ㆍ권도균ㆍ송원석과 함께 배우 그룹 원오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나름 3집 가수”라며 웃었다. “사실 춤을 잘 못 췄어요. 굳이 따지자면 보컬인데, 그보다는 ‘인원 수’를 맡았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JYP에 계속 있었으면 갓세븐 멤버가 될 수도 있지 않았겠냐는 취재진의 말에 그는 “같이 연습하던 친구들이 잘 돼서 너무 좋지만 후회한 적은 없다”고 했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K팝 아이돌처럼 “기회가 된다면 영미권 진출은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외국에 살면 오히려 한국 드라마를 더 챙겨보게 되거든요. 진짜 재미있게 본 ‘쩐의 전쟁’(2007)의 신동욱 형, ‘자이언트’(2010)의 유인식 PD님과 같이 이번 작품을 할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퐁당퐁당 LOVE’(2015)부터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2018), ‘어비스’(2019) 등 꽃미남 이미지가 부각되는 역할을 계속 맡아온 것에 대해서는 부담이 크다고. “스스로 인정을 못 하는데 멋있는 척해야 되니까 좀 괴롭더라고요. 각 좀 덜 잡고 풀어진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영화 ‘행오버’의 브래들리 쿠퍼 같은 역할도 너무 재밌을 것 같고. 계속 배우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안주하지 않고, 부족함을 인지하고, 새로운 걸 도전하는.”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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